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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펜타멀스 Oct 22. 2021

배고픈 강

섬진강 건져내기

섬진강이 물에 빠졌다

흐르는 강이 가둔 물에 치여

허우적거린다. 허기진 배를 채우느라

한여름 햇살까지 삼키는 강이

쏟아져 굴러온 봇물에 배가 터졌다

강은 잠기고 겁나는 물살만 넘실댄다


동네 사람들이

물에 빠진 강을 건지러 나섰다

큰물에 떠내려온 섶다리 다릿발

몇 개 묶어 뗏목을 만들고

어른도 아이도 개도 소도 함께 일어서

사흘 낮 사흘 밤 붉덩물 헤치며

부서진 강 조각을 하나씩 들어 올렸다


장구목 아재는 재첩 캐는 거랭이를

쑥대미 아짐은 다슬기 가득한 스텐 양푼을

아이들은 돌개구멍 속에 숨겨 놓은 조약돌을

아랫집 개는 강변에서 사귄 잠자리를

명숙이네 소는 쇠파리 쫓는 방울소리를

물속에서 건져 올렸다


솔모퉁이 언덕 위로 어느새

이끼 낀 물레방아를 끌어올린 방앗간 할아버지가

지팡이 내려놓고 풀밭에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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