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든뮤지움
“자신을 숨겨 생각하게 하다” - 해든뮤지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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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축하여 완성되는 건축에서 형태는 건축적 사고를 촉발하는 시작점이다. 형태와 그것을 감싸는 재료를 보며 차갑거나 따뜻하거나 인자하거나 그렇지 않거나와 같이 사람을 처음 마주할 때와 비슷한 감정을 떠올리며 거대한 건축을 이해해 나가기 시작한다. 이후에는 형태를 보며 그 속에 담긴 공간과 그것들이 관계 맺는 방식을 짐작하며 사고의 틀을 확장한다.
이러한 관습적 방식에서 벗어난 건물은 어떠할까. 강화도 마니산 중턱, 숲으로 둘러싸인 장소에서 ‘해든뮤지움’은 땅에 파고들어 전체를 숨기고 땅에서 솟아난 형태는 거울로 감춘다.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듯하다. 사용자는 단서를 찾을 수 없어 공간을 ‘탐험’하기 시작한다. 생존 본능이 작동하여 신경을 곤두세운다. 긴장의 연속에서 건물의 전체적인 이미지를 그려나간다. 전자가 수동적인 사고의 틀의 확장이었다면, 헤든뮤지엄은 능동적으로 사고의 틀을 확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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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을 가르는 경사로를 따라 내려가면 지하에 마련된 중정을 마주한다. 거울로 둘러싸여 드러나지 않던 존재가 드러나며 그제야 건물의 크기와 깊이를 가늠한다. 생각보다 넓은 로비와 전시장은 중정을 통해 들어오는 빛으로 쾌적하다. 다음 공간으로 이동하기 위해 공간 한편에 자리한 좁은 복도로 몸을 튼다. 긴 복도에 농담을 만드는 빛이 우리를 이끈다. 호기심과 긴장이 반복되며 복도를 걷다 예상치 못한 중정과 그곳에 놓인 거대한 작품을 보며 감탄한다. 긴장이 풀리는 순간, 다음 공간을 탐험할 용기를 얻는다.
전시장 곳곳에는 이처럼 중정 혹은 지하 내부를 밝힐 천창이 나 있고, 급격하게 방향을 꺾어 다른 공간으로 진입하는 동선을 가진다. 보이지 않기에 가늠할 수 없는 공간에서 이러한 경험은 더욱 극적으로 다가온다.
전시의 가장 마지막 공간인 미러 가든에서는 거울로 주변의 산과 하늘을 비추며 자신을 숨기는 건물이 우리 스스로 생각하게 한다. 건물 자체를 인지하거나 그 자체로 하나의 작품으로 바라보거나 자연의 일부로 바라보게 하는 등, 건물의 다양한 표정을 상상한다. 긴장의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며 그려나간 건물이기에 이곳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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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 B&A Design Commumication ( @bna_design_ )
사진, 글 : 신효근 ( @_hyogeun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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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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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강화군 길상면 장흥로101번길 44
매일 10:00 - 18:00 (월요일 휴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