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드저스터블 스튜디오(라이프 건축사사무소)
“트리 아래 상자이길 거부하는” - 어드저스터블 스튜디오(라이프 건축사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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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주에서 ‘주’는 집만을 뜻하지 않는다. 주말 가족과 함께 가는 영화관, 도서관, 하루 절반 이상을 보내는 학교와 직장, 여러분들이 글을 읽고 있는 그곳까지. 삶을 채우는 공간 전부를 의미한다. 그러니 공간이 다양하고 다채로워야 우리 삶이 풍요롭고 풍성해진다. 거리를 가득 채우는 건물의 형태보다 그 속의 공간이 중요한 이유다. 이방인의 눈에 신기해 보일지 모르는 형태는 거주민에게 크게 와닿지 못한다. 결국 크리스마스트리 아래 놓인 장식용 상자보다 뜯어서 열어볼 수 있는 선물이 일상을 설렘으로 채운다. 공공건축물이 그러한 역할을 해주지만, 수적인 한계가 있다. 민간 건축에서 공공성에 대한 고민이 수반되어야 한다.
라이프 아키텍츠의 사무실로 사용되는 건물, 어드저스터블 스튜디오(adjustable studio)는 용도만 보면 일반인의 출입이 불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조정 가능한’ 의미를 지닌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공간은 변화한다. 구조를 밖으로 빼내어 내부를 무주 공간으로 만들었다. 1층을 제외한 2-5층은 천장의 절반을 비워 층고를 높였다. 천장 높이의 법적 최소 기준인 2.1미터를 만족하는 2층의 일부 공간은 직원들의 사무공간으로 사용되고 나머지 공간은 전시장, 모형 제작실, 회의실, 1:1 목업을 위한 작업실로 사용된다. 용도가 고정되어 있는 사무 공간을 제외하고는 모든 실이 유동적이고 임시적이다. 사용되지 않을 땐 전시회, 북토크, 세미나가 열리는 장소가 된다.
구조를 제외한 벽은 전부 유리로 마감하여 내외부의 경계를 흐린다. 외부에서 건물의 뼈대가 돋보이는 낯선 풍경은 각양각색의 재료로 공간을 꽁꽁 싸맨 주변 건물과 대비된다. 공공성을 띠는 장소의 매력은 유리로 마감된 외관과 시너지를 일으킨다. 활기찬 내부 활동이 동네와 간접적으로 소통한다. 내부에서는 산과 건물이 겹치며 만든 특별한 풍경을 담으며 내부 경험에 변주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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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치형의 1층 구조는 주차장으로 사용되는 전형적인 1층 필로티 구조에 저항한다. 자동차가 아닌 사람이 점유하는 공간임을 암시하는데, 실제로 1층부터 3층까지 외부인도 즐길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이번에는 <사보아에 관한 10가지 재해석 모델 & MY DEAR LITTLE SEOUL>로 건축학과 학생들이 작가로 참여한 전시가 진행 중이다. 현대 건축의 거장인 르 꼬르뷔지에의 대표작, 빌라사보아를 각자의 관점으로 해체하여 재결합한 변주 모형과 서울의 상징적인 장소를 드로잉을 통해 비춘다. 상상 속 이미지와 대비되는 낯섦을 통해 관람객의 상상력을 돋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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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을 유심히 살펴보면, 오른편에 놓인 계단실과 바로 이어진 출입문을 본다. 1층이 임대 공간으로 바뀔 가능성도 있다. 다행히 아직은 계획이 없어 보인다. 오래도록 지금과 같은 모습을 통해 트리 아래 장식용 선물 상자가 되길 거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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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 라이프 아키텍츠 ( @lifearchitects_ )
사진, 글 : 신효근 ( @_hyogeun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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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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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 종로구 창의문로10길 15
전시는 4월 21일까지. (4월 10일 휴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