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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geun May 30. 2024

“어떤 과육을 품고 있을까”

한남 플레이스

“어떤 과육을 품고 있을까” - 한남 플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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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 속을 들여다보는 행위는 언제나 즐겁다. 껍질과 다른 색, 향, 질감과 촉감을 가진 속살은 껍질을 까서 보지 않는 이상 예측할 수 없다. 갈색 털로 뒤덮인 껍질 속에 초록 과육이 우리의 인상을 찌푸리게 할지, 노란 과육이 달콤한 잠에 빠져들게 할지 알 수 없다. 초록과 검정 줄무늬로 뒤덮인 딱딱한 껍질 속, 붉은 속살이 무더운 여름을 잊게해줄 마스터 피스임을 누가 짐작이나 했을까. 과일의 속을 유추하고 확인하는 과정은 그래서 늘 긴장되지만 재미있다. 사실, 이것은 과일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건물의 속을 예측하고 들여다보는 행위도 그렇다.

형형색색의 괴일들. 껍질 속을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한남 플레이스’는 하얀 껍질 속 붉은 과육을 품고 있다. 갈라진 틈 사이로 새어 나오는 과육은 주변과 대비되어 활기차다. 시원한 단 맛을 기대하고 들어가보면 그 예상은 언제나 그렇듯 빗나간다. 붉은 면과 그 면이 터져 역동성을 강조하는 계단은 우리를 유혹하는 장치일 뿐, 껍질은 콘크리트를 품고 있다. 파고 들수록 과일의 맛은 떫을거라 생각하지만, 이 또한 착각일 뿐이다.

흰 외피 속 붉은 과육. 그러나 이 또한 착각일 뿐이다. 진짜 과육은 콘크리트다.

껍질을 벗겨 속살을 확인하는 방법도 있지만, 과일을 잘라 단면을 확인하는 방법도 있다. 저마다 다른 씨앗의 크기와 모양, 속살에 박힌 씨앗의 위치와 배열은 각각의 개성을 보여준다. 건물 또한 중요한 공간의 위치와 크기, 공간 사이의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단면을 살펴보아야 한다. 본 건물은 각 층 사이에 스킵 플로어를 두었다. 폭이 좁은 장방형 대지에 앉히는 건물에서 공간을 길어질 수 밖에 없다.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공간의 사용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공간을 분할해야 한다. 벽 대신 반층으로 공간의 관계를 느슨하게 하면서도 내부를 답답하지 않게 한다. 점진적으로 높아지는 레벨에 맞춰 변화하는 풍경과 4.5-5층에 연결된 테라스에서 빛의 변화를 감상한다.

테라스에서 빛의 변화를 감상한다

과일이든 채소든 어떤 재료와 만나 아떻게 요리되는 가에 따라 맛 또한 천차만별. 이곳에선 현재 ‘GUBI Home’ 전시가 한창이다. 덴마크 가구 브랜드 GUBI는 전통있는 가구를 재해석하고 동시대의 디자이너와 협업해 다양한 가구 제품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3-5층을 5개의 테마로 나누었다. ‘Home, sweet home (Living room)’, ‘Book & spirits (Library with Bar)’, ‘Endless hours (Living room)’, ‘Good mood, good food (Dinning room)’와 옥상 야외 전시다. 전시의 제목처럼 구비의 가구가 국내의 가정에서도 잘 어울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 테마별로 변화하는 공간의 분위기를 경험하며 공간의 다채로움을 음미해보자. 전시는 6월 22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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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 원오원 아키텍츠 ( @oneoone.archive )

사진, 글 : 신효근 ( @_hyogeun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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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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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독서당로29길 6

화 - 일 10:00 -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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