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번역가의 공부
Mia는 인도네시아에서 봉사활동을 할 때 나와 아주 친하게 지냈던 현지인 친구이다. 지금까지도 종종 연락을 주고받을 만큼 각별한 사이인데, 현지에 있을 때 Mia의 집안 행사에도 자주 초대받아서 가족과도 종종 시간을 보냈다.
한국에 돌아온 후에도 나는 인도네시아어 공부를 위해서 현지 드라마나 방송을 인터넷으로 시청하곤 했는데, 그때마다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꼭 Mia에게 연락해서 물어봤다. 사전에 나오지 않는 단어, 구글에서도 제대로 알려 주지 않는 표현들은 친구 찬스로 쉽고 자세히 알 수 있었다.
내 언어 구사력 향상을 위해 Mia는 오랜 시간을 함께해 주었다. 만약 Mia가 없었다면 번역가로서 막막한 순간을 마주할 때마다 내가 갖지 못한 것들만 떠올리며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인도네시아어로 내가 이루고 해낸 것들의 배경에는 Mia의 헌신적인 도움이 있었다.
나처럼 비전공자로 외국어를 다루는 일을 하려는 사람들은 믿을 만한 현지인 친구나 외국인 선생님과 자주 소통하는 것이 좋다. 내가 지금 어디로 가는지 방향을 알 수 없을 때나, 언어 장벽에 가로막혀 당황할 때마다 가까이에 있는 멘토가 그 막막함을 해소하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내 인도네시아어 실력에 확신이 없었다. 열심히는 해왔지만 뒤늦게 언어를 배웠다는 점 때문에 항상 부족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당연히 나는 교포나 전공자에 비하면 언어 경력이 짧기 때문에 유창한 회화나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현지어를 막힘없이 구사하는 능력은 부족할 수밖에 없다. 어쩔 수 없는 핸디캡이지만 처음에는 이런 나의 상황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단지 그런 사실을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애초에 언어를 잘하는 사람이 될 수는 없다고 비관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만든 결과물을 들고 누군가에게 확인받고 싶었다. .
하루에도 몇 번씩 Mia에게 언어 공부한 내용을 보내주고 첨삭을 요청했다. 귀찮을 법도 할 텐데 Mia는 단 한 번도 답장을 늦게 해주거나 성의 없이 회신한 적이 없었다. 오히려 내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들까지 정성껏 추가 설명을 더해서 첨삭을 해주었다. 그렇게 Mia에게 아낌없이 칭찬도 받고 조언도 들으며 자존감을 많이 회복할 수 있었다.
믿을 수 있는 상대방에게 존중과 인정을 받는 경험이 쌓이면, 소심했던 나의 모습은 점점 사라지고 내가 어떤 능력을 갖춘 사람인지 비로소 깨닫게 된다. 예전에 나는 인도네시아어에 대한 애정은 컸지만, 자신감은 매우 부족했다. 하지만 마음 따뜻한 현지인 친구 덕분에 번역가로서 나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성장할 기회를 얻었다. 이 모든 것은 내 고마운 친구, Mia 덕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