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레넌 Aug 30. 2021

“너 한국인이면 수학 잘하겠네?”

내가 입학하게 된 국제학교는 약 50개가 넘는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로 구성되었기 때문에 문화적 다양성과 포용이라는 가치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겼다. ‘글로벌 커뮤니티’라는 의미에 걸맞은 커리큘럼이 짜여있었고, 다양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International Food Festival’, ‘Olympics,’ ‘International Dance Night’ 등의 행사들도 많이 기획되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 이런 국제학교에서도 국적에 따른 고정관념이나 편견이 존재했다. 일본인 학생들은 만화랑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오타쿠로, 중국인 학생들은 매사에 시끄럽고 예의범절을 잘 모르는 학생들로 보이곤 했다. 당연 한국인 학생들이 지닌 편견 있었는데, 그건 바로 ‘학업과 성적을 너무 중요시한다는 것’이었다.


내가 학교에 전학 온 후 초반에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은 ‘한국에서는 밤늦게까지 학교에서 공부시킨다던데 정말이야?’ ‘한국인 부모님들은 정말 성적 때문에 자식들 무섭게 혼내기도 해?’ ‘한국인들은 어떻게 다들 수학을 잘해?’였다. 친구들이 이런 궁금증을 갖게 된 데에 나도 한몫을 했다. 왜냐면 나는 초반에 부족한 영어실력으로 사회, 과학, 문학 수업 진도를 잘 따라가지 못해서 ESL (English as a Second Language) 보충수업을 들으면서도, 수학 과목만큼은 상위반에 들어가서 항상 성적을 매우 잘 받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 상위 수학반의 절반 정도는 한국 학생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한국 초등학교에서 수학을 잘하지도 못하고 심지어 수학을 싫어하는 ‘수학 포기자’였던 내가 갑자기 수학을 잘하는 학생으로 여겨져서 정말 의아했다. 이렇게 된 배경으로는 한국 수학 커리큘럼이 미국 커리큘럼보다 훨씬 진도가 앞섰고, 한국에서 6학년을 마치고 온 나에게 미국의 7학년 수학은 이미 다 배운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매 학기마다 수학 과목에서 A+ 성적을 놓치지 않았다. 살면서 처음 느껴보는 ‘수학 영재’의 찬사였다.


안타깝게도 고등학교 때부터 미적분, 기하학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수학 영재’라는 타이틀은 내려놓게 되었다. 한국인으로서 끝까지 수학 영재의 면모를 보였어야 했는데 그러진 못했다. 다시 내 원래의 모습 ‘수포자’로 돌아왔고, 이후에도 나는 뼛속까지 문과생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성인이 되서 학교 방문했을 때 만난 고등학교때 수학 선생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