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걸을 수만 있다면
때로는 힘듦을 털어놓고 싶다
휠체어 생활을 한 지도 어느덧 11년. 맨 처음 휠체어를 탔을 때보다 절망감은 많이 무뎌졌고, 세상을 받아들이며 살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있다. 한 번이라도 다시 걷고 싶다는 소망 말이다. 어쩌면 평생 나의 상상 속에서만 존재할 불가능한 희망일지도 모르겠다. 가끔씩은 그런 꿈도 꾼다. 내가 휠체어에서 벗어나 드넓은 들판 위에서 자유롭게 뛰는 꿈을. 꿈이었지만 너무나 생생해서 잠시동안 행복했던 기억이 난다.
결국 나에게 휠체어는 그런 것이다. 나의 몸이 되어주지만 한편으로는 나를 구속하는. 벗어나고 싶어도 벗어날 수 없는 족쇄와도 같다. 때로는 하루만이라도 자유롭게 다니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휠체어, 장애라는 제약 없이 평소에 가보고 싶었던 곳도 가고 내가 좋아하는 야구장에서 베이스를 자유롭게 뛰어보고 싶다.
요즘은 그런 갈망이 더욱 커진 것 같다. 사실 마음이 조금씩 지쳐간다. 재활치료도 하고, 약도 복용하고 있지만 다시 걸을 수 있다는 희망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치료제라도 나오면 좋겠지만 여전히 소식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다. 때로는 주위 사람들에게 힘든 것을 털어놓고 위로라도 받고 싶은 심정이다. 그러나 부정적인 감정을 전파하고 싶지는 않아서 그냥 감정을 억누를 때가 많았다. 무엇보다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희망을 계속 잡게 된다는 게 사람을 힘들게 만드는 것 같다. 그리고 근육병이 가혹하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어떻게 신체의 근육을 조금씩, 서서히 앗아갈 수 있는 것일까. 나도 갑자기 걷지 못하게 되었을 때 무섭고 겁이 났다. 그렇게 된 것이 벌써 11년 정도가 흘렀다.
그래도 지금껏 그래왔듯, 받아들이고 기다리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내가 유일하게 잘할 수 있는 일은 인내심을 갖고 남들보다 천천히 살아가는 것이다. 나는 휠체어를 타게 되면서 느린 생활에 익숙해졌다. 그렇게 되면서 느긋하게 여유를 갖고 기다리는 사람으로 점차 변해갔다. 그래서 때로는 어두운 터널 속에 갇혀 있는 느낌이 들지만, 걸을 수 있다는 희망은 절대 놓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살면서 하루라도 다시 걸을 수만 있다면 좋겠다. 나의 두 발로 온전히 땅을 느끼는 그 기쁨을 다시 경험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