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찬 vs 시후·하윤, 협력 속에 숨겨진 진짜 의도
[STAR그룹 본사, 회의실 - 늦은 밤]
정하윤과 강시후는 무거운 공기를 가르며 회의실 문을 열었다. 그곳에는 이미 누군가 앉아 있었다. 인턴 배지를 단 채, 마치 이곳이 자기 방인 듯 태연하게 앉아 있는 성찬.
테이블 위에는 세 잔의 커피가 놓여 있었다.
“늦으셨네요, 선배님들.”
성찬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 미소는 따뜻함보다 계산된 여유가 더 짙었다.
강시후는 자리에 앉지도 않고, 팔짱을 낀 채 성찬을 노려봤다.
“말해. 무슨 속셈인데 이렇게 불렀지?”
정하윤도 조용히 자리에 앉으며 성찬의 눈빛을 살폈다. 그동안 당한 일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세 번째 캡슐, 조작된 로그, 그리고 누나의 흔적.
성찬은 천천히 커피를 밀어주며 말했다.
“상무님이 곧 이사회 소집할 겁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강시후 선배님을 공식적으로 매장하려 하겠죠.”
“…….”
“정하윤 선배님도 마찬가지에요. 누나 사건을 더 캐면, 회사에서 버티기 어려워질 겁니다.”
하윤의 눈썹이 꿈틀했다.
“그래서? 협박하러 부른 거야?”
성찬은 고개를 저었다.
“아뇨. 제안하러 온 겁니다.”
그는 자세를 앞으로 당기며, 목소리를 낮췄다.
“같이 합시다. 상무를 무너뜨려요.”
잠시 정적이 흘렀다.
강시후는 비웃듯 말했다.
“너랑? 같은 편이라고 생각하냐?”
성찬은 담담했다.
“아뇨. 같은 적이 있을 뿐이죠. 목표가 일치하는 순간, 잠시 손을 잡는 건 당연한 선택 아닙니까?”
정하윤이 눈을 가늘게 떴다.
“…너의 진짜 목적은 뭐야, 성찬.”
성찬의 미소가 깊어졌다.
“그건 아직 알려드릴 수 없어요. 다만 하나는 확실히 하죠.”
그는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톡톡 두드렸다.
“이 게임, 상무와 싸우는 게 끝이 아닙니다.”
시후가 한 걸음 다가서며 말했다.
“우릴 이용해서 상무를 끌어내린 다음, 넌 바로 다음 수를 두겠지.”
성찬은 대답 대신, 조용히 커피를 들어 올렸다.
“형, 역시 눈치 빠르네요.”
하윤이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우리가 널 왜 믿어야 하지?”
성찬은 컵을 내려놓으며, 테이블 아래에서 하나의 태블릿을 꺼냈다.
화면에는 상무 이태석의 비밀 계좌, 불법 거래 기록, 그리고 조작된 캡슐 로그들이 정리되어 있었다.
“이걸로 상무를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봤다.
“혼자선 못해요. 당신들 도움이 필요해요.”
강시후는 성찬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같은 적을 둔다고, 같은 편은 아니야.”
성찬은 그 말을 듣고 피식 웃었다.
“알아요. 그래서 재밌는 거죠.”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마지막으로 말했다.
“생각할 시간은 많지 않아요. 상무는 곧 움직일 겁니다.”
회의실 문을 열고 나가는 성찬의 뒷모습을 보며, 정하윤과 강시후는 말없이 서로를 바라봤다.
하윤이 낮게 중얼거렸다.
“…진짜, 이 게임이 시작된 거구나.”
시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이제부터가 본게임이야.”
[다음 날 저녁 – STAR그룹 옥상]
도시의 불빛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한 저녁, 강시후와 정하윤은 익숙한 옥상 난간에 나란히 서 있었다. 손엔 여전히 자판기 캔커피가 들려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그 따뜻함조차 쓰디썼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거냐.”
강시후가 캔을 기울이며 물었다. 정하윤은 대답하지 않고 한참 동안 아래를 바라봤다. 차가운 바람이 두 사람의 머리칼을 스쳤다.
잠시 후, 하윤이 입을 열었다.
“성찬을 믿을 수 있을까.”
시후는 비웃듯 말했다.
“믿음? 글쎄. 난 애초에 그런 단어를 걔랑 연결해본 적도 없어.”
하윤은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우리가 상무를 무너뜨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성찬이라면?”
시후는 난간에 팔꿈치를 올리고 하늘을 바라봤다.
“그게 문제지. 상무를 무너뜨리고 나면, 그 다음엔 누가 남을까?”
둘 다 알고 있었다. 성찬은 상무를 제거한 뒤, 그 자리에 자신이 서려고 할 거라는 걸.
“결국 우린, 성찬이라는 폭탄을 등에 지고 가는 셈이야.”
정하윤이 조용히 말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순 없어. 상무는 이미 우리를 제거하려고 준비하고 있을 거야.”
시후는 캔을 내려놓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어차피 선택지는 없어. 다만…”
그는 하윤을 바라봤다.
“성찬보다 한 수 앞서서 움직여야 해.”
하윤의 눈빛이 반짝였다.
“…이용당하지 않겠다는 거네.”
“당연하지. 우리가 끌려가면 끝이야.”
두 사람 사이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그 침묵 속에서, 이미 결심은 서 있었다.
정하윤이 마지막으로 말했다.
“좋아. 성찬의 제안을 받아들이자.”
강시후가 고개를 끄덕였다.
“대신, 우리 방식으로.”
하윤이 손을 내밀었다. 시후도 웃으며 그의 손을 맞잡았다.
“이번엔, 우리가 판을 흔들 차례야.”
도시의 밤하늘 아래, 두 사람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졌다.
그 순간부터, 그들은 단순한 생존자가 아니라—
게임의 플레이어가 되었다.
[다음 날 오전 – STAR그룹 AI상담센터]
강시후가 자리에 앉자마자, 회사 메신저에 ‘1’ 표시가 떴다. 발신자는 낯익은 이름.
[이태석 상무님께서 회의실로 호출하셨습니다.]
정하윤도 동시에 메시지를 받았다. 둘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
“예상보다 빠르군.”
시후는 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상무실 회의실]
문을 열자마자, 이태석 상무의 냉랭한 시선이 두 사람을 꿰뚫었다. 테이블 위에는 두꺼운 서류철과 태블릿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앉지.”
짧은 한마디. 강시후와 정하윤은 말없이 자리에 앉았다.
상무는 서류를 넘기며 입을 열었다.
“요즘, 너희 둘이 참 ‘열심히’ 다니더군.”
정하윤이 침착하게 받아쳤다.
“회사 일을 성실히 하는 게 문제라도 됩니까?”
이태석은 얇게 웃었다.
“성실함과 ‘넘지 말아야 할 선’은 다르지.”
그는 태블릿 화면을 돌려 보여줬다. 거기에는 두 사람이 최근 접근한 시스템 로그 기록과, 야근 후 사내 동선 추적 데이터가 있었다.
“내가 너희를 그냥 두고 볼 거라 생각했나?”
강시후가 이를 악물었다.
“감시하고 있었군요.”
“감시? 아니지. ‘관리’라고 해두자.”
이태석은 몸을 앞으로 숙이며 목소리를 낮췄다.
“너희가 뭘 파헤치고 있는지, 누구랑 손을 잡았는지 다 알고 있어.”
정하윤의 눈빛이 흔들렸다.
상무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이태석은 한숨을 쉬며 의자를 젖혔다.
“좋아. 마지막 기회를 주지. 지금이라도 발 빼라. 그렇다면 더 이상 건드리지 않겠다.”
강시후와 정하윤은 서로를 바라봤다.
순간, 정하윤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상무님, 그거 아세요?”
“뭐지?”
“이미 저흰, 너무 멀리 와버렸어요.”
강시후도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저흰, 누군가의 장기판 위에서 말로만 살 생각 없습니다.”
이태석의 표정이 굳어졌다.
“…좋아. 그렇게 나오겠다?”
그는 태블릿을 닫으며 냉정하게 말했다.
“그럼 각오해라. 다음엔 내가 직접 판을 흔들 테니까.”
[회의실 밖 복도]
문이 닫히자마자, 정하윤이 작게 숨을 내쉬었다.
“하… 이제 진짜 벼랑 끝이네.”
강시후는 오히려 담담한 얼굴이었다.
“그래도, 예상했던 수지.”
하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성찬 쪽에서 먼저 움직일 차례야.”
강시후가 핸드폰을 꺼내 메시지를 보냈다.
[성찬, 상무가 본격적으로 칼 빼들었어. 준비됐지?]
잠시 후, 돌아온 답장.
[준비는 끝났어. 다음 수는 내가 둔다.]
[그날 밤 – 성찬의 개인 작업실]
성찬은 어두운 방 안, 여러 대의 모니터 앞에 앉아 있었다. 화면 곳곳엔 STAR그룹 내부 시스템, 그리고 비인가 데이터들이 떠 있었다.
그는 핸드폰을 집어 들고 짧은 문자를 보냈다.
[시후 형, 하윤 선배. 내일 오후 3시, 장소는 첨부 좌표.]
잠시 후, 두 사람에게서 동시에 답장이 왔다.
[알겠다.]
성찬은 작게 웃었다.
“이제 진짜로 한 팀이 될 시간이군요.”
[다음 날 오후 3시 – 폐쇄된 STAR그룹 구 연구소]
낡은 철문이 삐걱이며 열렸다.
정하윤과 강시후가 조심스레 안으로 들어섰다.
“여긴…”
하윤이 주변을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성찬이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과거에 STAR그룹이 실험적인 타임캡슐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곳이야. 지금은 아무도 관심 없지.”
강시후가 눈을 가늘게 떴다.
“여길 왜 부른 거지?”
성찬은 무표정하게 태블릿을 꺼내 보여줬다.
“상무가 곧, 선배들을 공식적으로 회사에서 몰아내려 할 거야. 이미 인사팀 쪽에 움직임이 있어.”
정하윤이 이를 악물었다.
“결국 이렇게 나오는군.”
“그래서 제안하지.”
성찬이 두 사람을 바라보며 말했다.
“우린 지금, 서로 견제하고 의심할 시간 없어. 상무를 무너뜨리려면—임시 동맹이 필요해.”
강시후가 팔짱을 끼며 물었다.
“동맹? 네가 우리를 이용하려는 게 아니라?”
성찬은 씁쓸하게 웃었다.
“맞아. 선배를 이용할 생각도 있어. 하지만 선배도 날 이용할 수 있잖아. 지금은 목적이 같으니까.”
정하윤이 눈을 가늘게 뜨며 되물었다.
“목적? 넌 회장이 되려는 게 목적 아니었냐?”
성찬은 고개를 저었다.
“그건 ‘결과’일 뿐이야. 지금 내 목적은, 상무를 이 판에서 지우는 거야.”
짧은 침묵이 흘렀다.
강시후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좋아. 상무를 무너뜨리는 데까지만, 손잡자.”
정하윤도 천천히 손을 내밀었다.
성찬이 마지막으로 그 손을 맞잡았다.
세 사람의 손이 맞닿는 순간, 차가운 공기 속에서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성찬의 말]
“경고 하나만 하지. 상무는 절대 만만한 상대가 아니야.”
강시후가 비웃듯 말했다.
“그건 우리도 잘 알아.”
성찬은 마지막으로 태블릿 화면을 보여줬다.
거기엔 상무의 비밀 계좌, 그리고 은밀한 데이터 조작 기록이 담겨 있었다.
“이걸 공개할 타이밍을 잡는 게, 우리가 할 일이지.”
정하윤이 눈을 빛냈다.
“…판을 뒤엎을 카드네.”
[STAR그룹 본사 – 임원 전용 라운지, 일주일 후]
짙은 회색 정장 차림의 이태석 상무는 고급스러운 가죽 소파에 앉아 신문을 넘기고 있었다.
그의 입가엔 여유로운 미소가 번졌다.
“강시후, 정하윤… 이제 곧 사라지겠군.”
인사팀을 통해 이미 두 사람을 ‘회사 기밀 누설 혐의’로 몰아갈 준비가 끝난 상태였다.
그 순간, 그의 스마트폰에 알림 하나가 떴다.
[긴급 이사회 소집 요청]
이태석의 미소가 살짝 흐트러졌다.
곧바로 메일을 열어본 그는 순간 눈썹을 찌푸렸다.
[첨부파일: 상무 이태석의 비밀 계좌 및 시스템 조작 기록 증거]
“……뭐야, 이건.”
[이사회장 – 2시간 후]
회의장은 이미 술렁이고 있었다.
부회장이 서류를 테이블 위에 던지며 말했다.
“이태석 상무, 이게 사실입니까?”
이태석은 침착한 척 고개를 들었지만, 눈빛은 살짝 흔들리고 있었다.
“누군가의 조작입니다. 이런 허위 자료로 저를 모함하려는 자가 분명—”
그때, 회장의 목소리가 조용히 회의장을 가로질렀다.
“상무, 이 자료는 단순한 루머가 아닙니다.”
이태석이 고개를 돌렸다.
회장은 이미 모든 걸 꿰뚫어보는 듯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부 서버 기록과 일치해요. 당신이 타임캡슐 시스템을 사적으로 이용한 흔적이 확실히 남아 있습니다.”
회의장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같은 시각 – 본사 옥상]
강시후, 정하윤, 그리고 성찬.
세 사람은 멀리 보이는 이사회장이 있는 건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시작됐군.”
정하윤이 낮게 말했다.
강시후가 성찬을 슬쩍 바라봤다.
“이 정도로 상무가 쉽게 무너질 거라고 생각하진 않겠지?”
성찬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이건 첫 번째 카드일 뿐이야. 상무는 발버둥칠 거고, 오히려 역공을 준비할 수도 있어.”
정하윤이 팔짱을 끼고 말했다.
“그래서 넌 언제까지 우리랑 손잡고 있을 거냐?”
성찬은 대답 대신 하늘을 올려다봤다.
“상무가 무너지는 순간까지.”
짧은 정적이 흘렀다.
[이사회장 – 결론]
“이태석 상무의 모든 권한을 일시 정지하고,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리겠습니다.”
회장의 선언과 함께, 이태석은 굳은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속으로 이를 악물며 생각했다.
‘감히… 누가 이런 짓을. 성찬인가… 아니면 그 둘인가.’
그의 눈동자는 복수심으로 불타올랐다.
[다시 옥상 – 세 사람]
강시후가 조용히 말했다.
“우리가 던진 카드가 먹히긴 했지만… 이제부터 진짜 싸움이 시작이야.”
정하윤도 고개를 끄덕였다.
“상무는 절대 이렇게 끝날 인간이 아니니까.”
성찬은 마지막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니까 끝까지 준비해둬. 다음 판에선, 나도… 너희를 상대로 설지 모르니까.”
강시후와 정하윤이 동시에 성찬을 노려봤다.
하지만 그 속엔 묘한 긴장감과, 인정하는 듯한 미소가 스쳤다.
[다음 화 예고 – 9장. 금수저 동료, 더 크고 원대한 계획]
상무의 몰락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성찬은 이미 다음 단계를 준비 중이다.
그리고 정하윤에게, 충격적인 제안을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