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천, 현대인들의 가식을 향해 일갈을 날리다

『사기(史記)』 화식열전(貨殖列傳)에서 논한 사마천의 경제론

by mpd 알멋 정기조


凡編戸之民, 富相什則卑下之, 伯則畏憚之, 千則役, 萬則僕, 物之理也.

무릇 보통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자기보다 열 배 부자이면 그를 헐뜯고, 백 배가 되면 그를 두려워하며,

천 배가 되면 그의 일을 해주고, 만 배가 되면 그의 하인이 되니, 이것은 사물의 이치이다.


사람들이 자기보다 조금 더 잘난 사람을 헐뜯는 경향이 있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자기보다 훨씬 더 잘난 사람에 대해서는 헐뜯지 못하고 두려워하며 오히려 그의 노역도 마다하지 않는 것 역시도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2,000년보다도 훨씬 전에 살았던 선인이 던진 돌직구... 이것은 사마천(BC 145?~BC87?)의 『사기(史記)』 에 있는 <화식열전(貨殖列傳)> 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비록 우리나라 민족주의 역사학자들은 『사기(史記)』 를 가리켜, 한민족의 고대사를 고의적으로 누락시키고 중국 한족 중심으로 서술한 '왜곡' 역사서라고 평가절하하기도 하였습니다만, 그래도 우리나라 『삼국사기』를 비롯한 고대, 중대 역사 서술의 모델이 되는 등 충분히 가치가 있는 역사서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런데 이 『사기(史記)』 속에 이렇게 2,000년 이상 후대인들이 보아도 제대로 뜨끔한 'X침'을 날릴 만한 식견이 숨어 있다는 사실은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1. 예의범절은 '재물' 이 있어야 생긴다.


故曰:「倉廩実而知禮節, 衣食足而知栄辱.」禮生於有而廃於無.

그러므로 ‘창고가 꽉 차야 예절을 알고, 옷과 음식이 넉넉해야 영욕(榮辱)을 안다’라고 하는 것이다.

예의라는 것은 재산이 있으면 생기고 없으면 사라지는 것이다.


淵深而魚生之, 山深而獣往之, 人富而仁義附焉.,

연못이 깊어야 물고기가 살고, 산이 깊어야 짐승이 노닐듯이,

사람은 부유해야만 비로소 인의(仁義)를 행하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돈 많은 소인배는 있어도, 돈 없는 대인배는 없다는 것입니다. 예의범절이 있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재물은 필요조건이라는 것인데, 사마천은 이것을 '연못이 깊어야 물고기가 산다'는 표현으로 비유했습니다.


지금도 중국인들은 대인배스러움과 의리를 중시하는 문화가 있는데요, 2천여 년 전 당시로 본다면 아마 사마천은 '이단아' 수준이 아니라 '역적' 수준의 견해를 제시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예의는 재산이 있으면 생기고 없으면 사라진다... 이것은 재산이 없으면 성인도 소인배가 될 수 있다는 견해 아니겠습니까!


그것은 곧 성인과 소인배가 따로 없다는 것과 같은 말이고, 결국에는 진나라의 진승이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없다' 고 하며 반란을 일으켰던 것과 맥이 같습니다.



2. 재물이 인품을 만나면 '성인군자'가 된다.


七十子之徒, 賜最為饒益. 子貢結駟連騎, 束帛之幣以聘享諸侯, 所至, 國君無不分庭與之抗禮.

夫使孔子名布揚於天下者, 子貢先後之也. 此所謂得埶而益彰者乎?

공자(孔子)의 제자 70여 명 중에 자공 사(賜)가 가장 부유했다.

자공이 사두마차를 타고 비단 뭉치 등의 선물을 들고 제후들을 방문했기에,

그가 가는 곳마다 뜰의 양쪽으로 내려서서 국군(國君)과 대등한 예를 행하지 않는 왕이 없었다.

무릇 공자의 이름이 천하에 골고루 알려지게 된 것은, 자공이 그를 앞뒤로 모시고 도왔기 때문이다.

이야말로 이른바 세력을 얻으면 세상에 더욱 드러난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헐!!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실례로 들은 것이 '공자'입니다. 공자의 제자인 '자공' 이 공자를 재물로 뒷받침했기에, 공자의 이름이 천하에 알려지게 되었다는 겁니다.


재물이 인품을 만나면 성인군자도 된다, 또는 인품이 알려지기 위해서는 재물이 필요하다는 해석입니다.


사마천1.jpg

* 보통 우리는 재물을 탐욕이라 일컫고 때로는 가진 자들을 졸부라고 치부해버리기도 합니다만, 사마천의 해석에 의하면 이들이 더 성인 군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입니다.

* 출처 : Unsplash / Patrick Weissenberger



3. 의리? 책임감? 개뿔!! 다 재물을 위해서다.


由此観之, 賢人深謀於廊廟, 論議朝廷,

守信死節隠居巌穴之士設為名高者安帰乎? 帰於富厚也.

이런 것으로 보건대, 현인(賢人)이 조정에 들어가 일을 깊게 도모하거나

정사(政事)를 토론하고 믿음을 지켜 절개에 죽는 것이나,

선비가 바위동굴에 은거해 세상에 명성을 드러내는 것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결국은 부귀를 위한 것이다.


故壯士在軍, 攻城先登, 陥陣卻敵, 斬將搴旗, 前蒙矢石, 不避湯火之難者, 為重賞使也.

그러므로 건장한 병사가 전쟁 중에 성을 공격할 때 먼저 오르거나,

적진을 함락시키고, 적군 장수의 목을 베고 깃발을 빼앗으며

돌멩이와 화살을 무릅쓰고 전진하며 화상을 당할 어려움을 마다하지 않는 것 등은

모두 후한 상을 받기 위해서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다.


이 글을 보고 또 한번 '헐~' 하게 됩니다.


흔히들 많이 얘기합니다. 의리, 절개, 책임감, 봉사정신... 돈 몇푼 쥐겠다고 의리를 내팽개치느냐, 공직자가 책임감과 봉사정신없이 돈만 벌려하느냐 이렇게 많이들 비난합니다만, 보통 사람은 물론 관직에 있는 자와 전장에 있는 자까지도 모두 재물과 상을 목표로 하고 행동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하다'라는 얘기입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불법이나 부당한 외압 등을 동원해서는 안 되겠지만, '재물을 목표로 일하는 공무원' 그 자체는 정당하다... 동의하십니까?



4. 겉멋 부리지 말고 내집 생계부터 해결하는 게 먼저다.


若至家貧親老, 妻子軟弱, 歳時無以祭祀進醵,

飲食被服不足以自通, 如此不慚恥, 則無所比矣.

만약 집이 가난하고 어버이는 늙고 처자식은 연약하며,

때가 되어도 조상에 제사 지낼 수가 없어 남의 도움을 받으면서도,

음식과 피복에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고 부끄러운 줄 모른다면,

이는 더 이상 말할 것이 없을 것이다.


無巌処奇士之行, 而長貧賎, 好語仁義, 亦足羞也.

세상을 등지고 깊은 산에 사는 은자의 품행도 아니면서

오랫동안 빈천한 지위에 처해 있으면서도

말로만 인의(仁義) 운운하는 것 역시 부끄럽기에 충분한 것이다.


그 뒤에 사마천의 일갈은 더 걸작입니다. 속된 말 그대로 쓰자면 '돈 없어 겔겔대는 주제에 무슨 X폼 잡나?'라는 말입니다.


사실 그런 경우는 정말 많이 봅니다. 꿈을 위해서 혹은 더 큰 야망을 위해서 등의 갖가지 여러 핑계를 대면서 가족의 생계는 나 몰라라 한채 공부만 하고 있는 기혼자들이 적지 않죠. 뭐 미혼자도 마찬가지입니다. 나이 다 차 놓고 돈 못 벌고 집밥만 축내는 경우 많습니다.


무슨 명분이든 핑계든 상관없이 내 집의 생계도 책임 못지는 입장이라면 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 된다, 최소한의 재물은 모아놓고 성인군자가 되든지 말든지 하라는 일갈입니다.


127.jpg 최익현 (1833 ~ 1906) 선생의 친필

* 의병활동을 하다 체포된 뒤, 적(敵)이 주는 음식물이라 하여 거절하고 단식하다가 굶어 죽은 최익현.

사마천의 견해에 의하면 스스로 부끄러워해야 할 사람입니다.

* 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5. 부자가 돈을 쉽게 버는 것은 당연하다.


是以無財作力, 少有鬥智, 既饒爭時, 此其大経也.

그래서 재산이 없는 사람은 힘써서 생활하고, 약간 있는 사람은 지혜를 써서 더 불리고,

이미 많은 재산을 가진 사람은 시기를 노려 이익을 더 보려고 한다. 이것이 삶의 진리이다.


然是富給之資也, 不窺市井, 不行異邑, 坐而待収, 身有処士之義而取給焉.

이러한 것들은 부의 자원인지라, 이를 소유한 자는 시장을 기웃거릴 필요가 없고

타향으로 바삐 뛰어다닐 필요 없이, 가만히 앉아서 수입을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따라서 몸은 처사의 도의를 지키지만, 수입은 풍부하게 된다.


돈을 얼마나 갖고 있느냐에 따라 돈 버는 방법이 다른 것이 당연하다는 것입니다. 돈이 적으면 노동으로 벌고, 돈이 어느 정도 모이면 머리를 써서 벌고, 돈이 많다면 시기와 기회만 보아도 쉽게 돈을 벌 수 있다...


더 나아가 '부자는 가만히 앉아서 수입을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라는 표현까지 나옵니다. 풍족한 수입을 바탕으로 본인은 할거 다 하고 예의범절을 다 지키고 호평을 받고, 그러면서도 계속 수입은 유지된다는 얘기입니다. 장사 잘 되는 사장님처럼 말이죠.


부자는 왜 돈을 쉽게 버는가? 그것은 부자이기 때문이니 억울해하지 말라... 참 맞는 말이긴 한데, 씁쓸한 뒷맛이 남습니다.



凡編戸之民, 富相什則卑下之, 伯則畏憚之, 千則役, 萬則僕, 物之理也.

무릇 보통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자기보다 열 배 부자이면 그를 헐뜯고,

백 배가 되면 그를 두려워하며, 천 배가 되면 그의 일을 해주고,

만 배가 되면 그의 하인이 되니, 이것은 사물의 이치이다.


그러고는 바로 서두에 언급했던 이 문장이 등장합니다. 나보다 엄청나게 부자라면 돈을 쉽게 버는 것이 당연하고, 여차하면 그 부자의 노역을 하는 것도 이상한 것이 아니니, 너무 억울해하지 말라...


결국에는 재물을 모은 뒤에 인의를 행하든지 하라는 서두의 생각과 일치합니다.



6. 큰 재물을 모은 자는 명예가 부럽지 않다.


由是観之, 富無経業, 則貨無常主, 能者輻湊, 不肖者瓦解.

이로써 미루어볼 때, 부자가 되는 것에는 정해진 직업이 없고,

재물에는 일정한 주인이 없는 것이다. 재능이 있는 자에게는 재물이 모이고,

못난 사람에게서는 기왓장 흩어지듯 재물이 흩어져버린다.


千金之家比一都之君, 巨萬者乃與王者同樂. 豈所謂「素封」 者邪? 非也?

천금의 부자는 한 도시의 군주와 맞먹고, 수만금을 모은 자는 왕처럼 즐겼다.

이것이야말로 ‘소봉(素封)’ 이 아니겠는가?


재물을 모을 수 있다면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전제를 하고 있습니다. 직업 따지지 말고 일단 재물을 모아 놓고, 그다음에 군자가 되든 말든 하라는 얘기입니다.


또 하나의 전제는 재능이 있는 자가 재물을 모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재능이 없으면 로또를 맞아도 알거지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재능 있는 자가 직업 귀천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번 다음에 재능을 활용하고 천시를 얻어 큰 부자가 된다면, 총리니 왕이니 하는 큰 권세가 부럽지 않다는 사마천의 생각입니다. 그것을 사마천은 ‘소봉(素封)’이라 표현했습니다. 나라로부터 '봉(封)급' 은 받은 적이 없으나 그에 견줄만한 재산이 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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