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잘 되는 꼴을 못 보는 민족

왜 이유 없이 승리자와 혜택 받은 사람을 공격하는가?

by mpd 알멋 정기조


예를 들어 다음 몇 가지의 일이 뉴스로 보도된다고 생각해 봅니다.


△서울시에서 모처에 돔 야구장을 짓는다거나, △한국에 협력한 아프간 난민들의 정착을 지원하기로 했다거나, △코로나로 고통받는 소상공인들에게 현금 지원을 한다는 뉴스, 그 밑에 댓글들은 어떠할까요? 아마 공통적으로 '저딴 일에 내 피 같은 세금을 쓸 수 없다!'는 댓글이 붙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2021년 상반기 기준으로 국세가 182조 가까이 걷혔다고 합니다. 반년 기준이니 단순 계산으로는 1년 동안 360조가 넘게 걷힌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2020년에 지방세가 102조 걷혔다고 하니, 1년간 세금 전체 규모는 460조가 넘는다는 이야기인데요.


댓글러에게 묻고 싶습니다. 작년에 세금 모두 얼마 내셨습니까? 정말로 저 위의 사업들이 다 '내가 냈던 세금'을 낭비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남 잘 되는 꼴을 왜 못 보나... 왜? 내가 잘났으니까!


원래 이러한 정서는 사실 동서고금 당연한 것입니다.


속담도 생각납니다. '남의 떡이 커 보인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누군가 말했듯이 모두가 가난하면 불만이 없지만 나만 혜택을 못 보면 불만이 생기는 것은 거의 인간의 '본성(本性)'에 가깝습니다. 내가 충분히 누리고 있어도 주변 사람과 비교하면 불행해지는 게 일반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특히 더 심합니다. 남 잘 되는 꼴을 못 봅니다. 왜 그럴까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게 말하면 자존감이 강하고, 나쁘게 말하면 모두가 제 잘난 줄 알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 정말 똑똑합니다. 위대한 세종대왕 할아버지 덕분인지 교육 수준도 높습니다.

성격 되게 급합니다. 그래서 모든 일을 굉장히 빠르고 효율적으로 해냅니다.

전쟁 등 위기를 많이 겪고 살았습니다. 그래서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개선책을 찾습니다.

정이 많습니다. 그래서 남의 일에 관심도 되게 많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극강의 자존감(!)을 만들어냅니다.


주위에서 아무리 조언하고 간언해도 믿지 않습니다. 심지어는 라이선스 있는 의사들이 진단해줘도 믿지 않고 자기 스스로 진단한 대로 처방하고 살아갑니다.


내가 이렇게 잘 났는데, 저 별 볼일 없는 사람이 나보다 잘 되는 게 용인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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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언제나 왕(王)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이 나를 볼 때에는 졸(卒)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 출처 : Pixabay / klimkin



나만 손해 보는 것 같다는 생각


최근에 여러 분야에서 공정성이 많이 강조가 됩니다. 어찌 보면 지극히 당연한 것입니다만, 공정성이 중대한 논란이 되기 위해서는 전제가 두 가지 필요합니다. △손해 보는 사람이 있고,명백한 위법이나 원칙 훼손이 있어야 합니다.


대학입시 부정행위나 채용비리를 생각해 봅니다. 누군가 잘못된 행위를 해서 대학이나 좋은 회사에 들어갔습니다. 그렇다면 반드시 떨어진 사람이 존재합니다. 부정행위 때문에 입학을 못한 피해자가 나오는 것이죠. 그리고 당연히 불법 또는 위법일 터, 이러한 것은 명백히 공정성을 해치는 바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그런데 소위 '가상자산' 투자자들은 어떨까요? 다수의 사람들이 가상자산을 도박이나 다름없다면서 '잃어도 싸다'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그 사람들이 가상자산으로 돈을 크게 번다고 해서 내가 돈을 잃는 게 아닙니다. 가상자산에 투자하는 사람 중에 돈을 잃는 사람이 나올 것입니다. 거기는 잃어도 싸죠. 아마 스스로도 수긍할 것입니다.


그리고 가상자산 자체의 법적 성격이 (글을 쓰는 현재로서는) 정립되지 않았고 이를 「사행행위규제법(사행행위 등 규제 및 처벌 특례법)」에 명시된 사행행위로도 볼 수 없습니다. 위법하게 돈을 벌었다고 볼 수도 없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불합리하게 피해자가 생긴 것도 아니고, 위법행위이거나 원칙 훼손도 아닙니다. 그런데 왜 가상자산 투자자들을 욕하거나, 아니면 잃어도 싸다고 조롱하는 것일까요?


직설적으로 말해, 승리자나 혜택을 본 사람은 공정성을 논하지 않습니다. 물론 법적 공정성은 반드시 담보되어야 하겠습니다만, 나만 손해 보는 것 같다는 생각으로 공정성을 빙자하여 승자나 혜자를 공격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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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상 자산으로 수십 억 번 사람들이 부럽습니까?

* 출처 : Pixabay / WorldSpectrum



아무런 의지도 논리도 없이 분노와 욕만 쏟아낸다


최근에 부동산 논란을 살펴봅니다.


수도권이나 지역 요지에 집을 가진 사람은 모두 다 돈을 벌었습니다.

나는 집도 없는데... 배가 아픈 정도를 넘어 자괴감까지 듭니다.

아니, 자괴감을 가질 여유조차 없습니다. 당장 셋값이 올라 쫓겨날 처지입니다.

비판을 넘어 화까지 나는 게 지극히 당연합니다.


그런데 아래와 같은 생각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금리 더 올려라. 0.25% 올리면 1억 대출에 연 25만 원뿐인데 장난하나?'

'은행 돈으로 집 사는 게 정상인가?'

'금리 올리고 대출 막아서 아예 집살 엄두를 못 내게 해야 한다'

'상투 꼭대기 잡은 것들 욕 좀 봐라'

...


하나하나 논파해 봅니다.


△금리를 많이 올리면 집 구매 수요가 억제되어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나 역시 집을 구매할 때 대출 부담이 크게 올라갑니다. 우리나라 부동산 가격이 굉장히 경직돼 있는 걸 감안하면, 단기적 금리 인상이 결국에는 내가 집 사는 데에는 도움이 될 게 하나도 없습니다. 오히려 더 어렵게 만들 것입니다.


다음으로 △집값이 최소 수억, 많게는 수십 억에 달하는 상황에서 은행 돈으로 집을 사는 것은 당연합니다. 연봉 2, 3억 되는 사람들도 대출로 집을 삽니다. 은행 대출 없이 오롯이 자기가 가진 돈으로 집을 사려면 최소 4, 50억 이상의 자산가만 가능하지 않을까요?


△금리 올리고 대출 막아서 아예 집살 엄두가 안 나는 상황이라면 앞으로 나는 집을 어떻게 사야 할까요?

△상투 꼭대기 잡고 욕보는 사람이 나오면 속이 시원하십니까?


이 분들 과연 집을 진지하게 살 생각이 있으신 걸까요? 내 집 마련에 아무 의지와 계획도 없으면서 그냥 분노의 키보드질만 하신 게 아닐까요?


전 글에서 썼던 표현을 빌면 물귀신도 이런 물귀신이 따로 없습니다. '다 같이 못 살자'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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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에도 내 돈 모아 집 사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던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기사 제목만 보면 요즘 기사 같네요.



최근에 이슈가 된 코로나 재난지원금도 그러합니다. 정부의 강제 조치에 따라 영업에 막대한 지장을 받은 소상공인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인데, '왜 소상공인만 챙기나', '유령업체 차려서 편법으로 받는 사람들 많지 않나', '그럼 장사 잘되는 소상공인에게는 오히려 돈을 걷어야 하는 것 아닌가' 등 다양한 불만이 쏟아집니다.


세금도 그러합니다. 부자들이 세금을 적게 내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하려면 그들이 불법으로 탈세를 하는 행위에 대해 비난하거나 혹은 세금 양정 기준이 친부자 · 친재벌로 형평성을 현저하게 잃었다고 지적해야 할 것인데, 적지 않은 경우에서 왜 서민들의 유리지갑만 털어가냐고 말합니다.


부자가 세금 많이 낸다고 내가 세금을 적게 내도 되는 게 아닙니다. 세금은 국민의 당연한 의무입니다.



훨씬 더 부자에 대해서는 두려워하고 노역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쯤 해서 중국의 옛 고전의 글귀가 생각납니다. 사마천이 쓴 『사기(史記)』라는 고전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凡編戸之民, 富相什則卑下之, 伯則畏憚之, 千則役, 萬則僕, 物之理也.

무릇 보통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자기보다 열 배 부자이면 그를 헐뜯고, 백 배가 되면 그를 두려워하며,

천 배가 되면 그의 일을 해주고, 만 배가 되면 그의 하인이 되니, 이것은 사물의 이치이다.


사람들이 자기보다 조금 더 잘난 사람을 헐뜯는 경향이 있는 건 '사물의 이치'라고 하였는데, 더 정곡을 찌르는 말이 '훨씬 더 잘난 사람에 대해서는 헐뜯지 못하고 두려워하며 오히려 그의 노역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사기의 집필 시기는 기원전 100년 전후쯤 됩니다. 이미 2,000년보다도 훨씬 전에 사마천은 이러한 사람들의 '심보(!)'를 꿰뚫어 본 것입니다.


지금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주위에 많은 사람들에게 진짜 편법으로 절세와 탈세를 넘나들며 3대, 4대까지 세습을 하고 있는 재벌들에 대해서는 아주 관대합니다. 나아가 재벌들이 우리나라를 먹여 살리는 애국자라는 말까지 합니다. 하지만 일부 정치인이나 관료, 유튜버 등 이런 사람들에 대해서는 가차 없는 비난을 쏟아냅니다.


재벌이 아닌 일상적 상황으로 봐도 그렇습니다. 나에게 임금을 주는 사장님이나 클라이언트에 대해서 이렇게 욕하는 경우는 드문 것 같습니다. 알게 모르게 그분들에게는 '대단히 합리적이시고' 등등 여러 찬사를 하고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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