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귀신의 강림, 내가 하니까 늬들도 하라?

본인과 상관도 없는데 남들에게 어깃장 놓는 이유는?

by mpd 알멋 정기조


아래의 '심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니, 팀장이 일을 하는데 신입사원이 갈 생각부터 해?'


그럼 팀장께서는 신입사원이 일할 때 퇴근 않고 도와주셨는지, 평소에 후임들에게 일 미뤄놓고 먼저 퇴근하고 하지는 않았는지 아무래도 좀 물어봐야 될 것 같습니다.


저는 이와 같은 심보를 '물귀신 심보'라고 말을 합니다. 내가 하니까 늬들도 해야 된다... 이거 참 주위를 피곤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물귀신1.jpg 물귀신(水鬼)



물귀신 심보의 단골 테마, '군대'


이런 궤변(!)은 군대에 관해 특히 많이 등장합니다.


'아니 저것들은 뭔데 군대를 안가!',

'있는 놈들은 죄다 공익으로 빠지네!'

'전방도 안 갔다 온 주제에 무슨 군대생활을 했다고 그래?'

'저 나이 먹고 군대도 안 가나, 빨리 가라고 그래!'

...


물론 남들 다 가는 군대를 부당하게 빼려고 하는 일부의 부도덕한 경우에 대해서는 당연히 쌍욕을 해주는 게 맞겠습니다만, 그래도 논리는 불법에 대한 지탄이어야지 위와 같은 물귀신 논리는 안될 말입니다.


까놓고 말해서, 저들을 군대 보내면 뭐 내 처지가 달라집니까?


최근에도 군대 면제(정확하게는 「병역법」 상 '예술·체육요원' 편입)와 관련해서 이슈가 많았습니다. BTS와 야구 대표팀이 그렇습니다.


BTS의 군대 면제? 물론 반대할 수는 있겠지만 논리가 분명하고 설득력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예를 들면 군대 면제를 해줄 만한 업적(?)을 어떻게 특정할 수 있는지, 미국 차트에 올라간 게 업적이라 할 수 있는지, BTS를 면제해주면 다른 아티스트들과의 형평성 문제는 어떻게 되는지 등이 그 예라 할 수 있습니다.


야구 대표팀에 대해서는 어떨까요? 참가팀이 6팀밖에 없었건 저쨌건,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하면 면제받는 것은 「병역법」에 따른 합법적인 제도입니다. 면제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만약 비판하려면 올림픽 입상으로 병역 면제하는 것이 합당한 제도가 아니라고 제도 개선을 촉구하거나, 아니면 이번에 면제를 받기는 했지만 사실상 특혜에 가까울 정도로 기량 미달이었다고 도덕적으로만 비판하여야 할 것입니다. 다행히 이러한 논란을 없애고자 야구 대표팀이 동메달을 획득 안(!) 했습니다만...


이러한 물귀신 논리가 예전에 군대에서의 가혹행위 등을 정당화하기도 했었습니다. 일이등병 때 나는 먼지 나게 맞고 굴렀으니 상병장 되어서는 좀 '누려도' 된다...


황당하기 그지없는 일입니다.


물귀신2.jpg

* 청와대에 청원까지 넣어가며 반대해서 얻을 게 무엇입니까.



또 하나의 단골 테마, '근무 관계'


근무관계에서도 이러한 궤변은 많이 등장합니다. 서두에서 얘기했던 '내가 일하는 만큼 너도 일해라'라는 억지도 그러하지만, '나는 예전에 라면 먹고 밤새 가면서 일했다'는 말이 또 그러합니다.


뭐 그럼 늬들도 라면 먹고 밤새 일하라는 얘기인가요? 아니면 난 예전에 폭풍일을 해서 좀 쉬엄쉬엄할 자격이 있으니 일은 너네가 다해라라는 얘기인가요?


'난 아침에 30분 일찍 출근하는데 늬들은 왜 만날 늦게 나와?'도 그렇습니다. 정시에만 나오면 되지 왜 상사의 출근시간에 맞춰야 하는 것인지, 상사보다 일찍 출근하면 상사보다 일찍 퇴근해도 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물론 불만에 충분한 이유가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부서의 일이 나에게만 집중이 돼서 남들은 다 칼퇴하는데 나만 줄야근하고 있다면? 당연히 문제 제기해야 되겠습니다.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불합리한 이유로 내가 고통받고 있기 때문이 첫 번째이고, 문제 개선을 통해 내 처우가 조금이나마 개선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 두 번째입니다.


그런데 위 사례를 보면, △팀장이 사원보다 일을 많이 하는 것은 직급과 연봉에 따라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이지 불합리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사원이 일이 없음에도 팀장이 근무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퇴근을 못하는 것이 불합리한 일입니다. 설마 별일 없으면서도 사원에게 잔심부름을 시키려는 것은 아니겠지요.


다음 사례를 보면, △예전에 라면 먹고 밤샘을 했던 일은 부당하기는 하지만 어찌 됐건 과거의 일이고, 이에 대해서는 보통 '호봉'의 형태 등으로 그 경력을 보상을 받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그러한 부당한 처우를 부하들도 그대로 따르라면서 본인은 거기에서 빠지겠다는 것이 불합리한 것입니다. 부하들이 힘들게 일하면 본인이 일을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상사가 30분 먼저 출근한다고 해서 부하들도 정시보다 앞당겨 출근하라는 것 역시 말이 안 됩니다. 부하들을 30분 먼저 출근시켜 본인이 이득 볼 게 무엇입니까. 혹시 출근 시간 전이라도 내 지시를 받아낼 수 있도록 자리를 지키라는 말인가요?


전부 다 말 그대로 '궤변'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물귀신3.jpg

* 가끔 물귀신(?) 덕분에 퇴근 후 집에서도 일에 소환당하기도 합니다.

* 출처 : Unsplash / Victoria Heath



물귀신의 또 다른 이름은 '강요'


정당한 비판과 물귀신 심보의 결정적인 차이는 '본인 피해에 대한 개선 여부'입니다.


물귀신이라는 표현은 본인이 무언가 피해를 보거나 곤경에 처했을 때를 전제로 합니다. 물에 빠졌으니까 물귀신이 되었겠지요. 문제는 그러한 피해와 곤경을 주위에 부당하게 강요하는 데 있습니다.


한 부서 내에 있는 두개 팀을 가정해 봅니다. 1팀은 최근에 일이 넘쳐 일손이 모자랄 지경입니다. 부서 전체가 줄야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2팀은 최근에 일이 별로 없습니다. 부서 전체가 칼퇴근해도 될 정도입니다.


물론 1팀의 사정이 딱하고 심지어는 부당하다고 생각될 때도 있습니다. 1팀의 업무가 다른 팀에 비해 과중하거나 그 인원이 업무에 비해 극히 부족한 상황일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고 2팀을 1팀의 업무에 동참시켜 야근시킬 수 있을까요? 이는 '부서 내 업무 조정' 권한을 가지고 있는 부서장 이상이 행사할 수 있을 뿐입니다. 아무리 내가 밤샘하더라도 칼퇴하는 2팀을 뭐라 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어쩔 수 없는 것이지요. 오히려 이렇게 상부상조(?) 하다 보면 매번 줄야근을 피하기가 어려워집니다.


만약 내가 입사 선배라고 2팀의 누군가에게 '남아서 나를 도와라'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부당한 강요입니다. 도와달라는 차라리 낫습니다. 도와달라고 말도 못 하면서 '2팀은 만날 일 안 하고 논다'라고 힐난하는 것,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물귀신 심보가 이와 같은 것입니다. 저 사람을 물귀신처럼 끌고 들어가도 본인의 상황이 개선될 여지가 전혀 없는데, 저 2팀이 남아서 일 도운다고 해서 내가 빨리 퇴근하는 것도 아닌데 왜 남의 욕을 그렇게 해대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남 잘되는 꼴을 못 보기 때문입니다.

이전 03화밥은 같이 먹어야 제맛? 그 속에 숨은 '인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