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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pd 알멋 정기조 Nov 28. 2022

라이브(live)의 매력

에코(echo)? 리버브가 없는 음악은 '죽은 음악'


리버브? 에코와 리버브의 차이점


보통 공연장에서 직접 듣는 음악을 '라이브(Live)' 라고 합니다만 사실 오디오에서의 'live' 는 잔향(棧響)이 살아있는 것을 말합니다. 잔향은 전문 용어로 '리버브' 라고 합니다. 

 *리버브(Reverbration) : 원래의 소리에 다수의 반사음이 시간 차를 두고 합성되어 나타나는 울림의 효과.


흔히 일상에서는 리버브를 메아리(산울림)를 뜻하는 '에코(echo)' 와 혼동하기도 하는데, 개념은 좀 구분이 됩니다만 사실 원리는 같습니다. 바로 소리의 반사 현상 때문이죠. 


산에 올라가 '야호!' 하고 소리를 지르면 건너편의 산등성이가 그 소리의 일부를 반사하여 우리 귀에 다시 전달되는 것이 메아리, 즉 에코입니다. 산에서의 메아리는 어느 정도의 시간 차가 나타나게 됩니다. 소리의 이동 속도는 마하 1, 즉 346m/s 인데초당 346m 라고 한다면 산 사이를 오가는 동안에는 수 초의 시간이 걸리므로 그 시간 차는 우리 귀가 쉽게 인지할 수 있죠.

 *마하(mach) : 소리의 이동속도(음속)를 1로 하는 속도의 단위. 시속으로는 약 1,240km/h 가 됨.


반면 같은 현상이 실내 공간에서도 이루어지면 어떻게 될까요? 실내에서도 이렇게 소리의 반사 현상이 당연히 일어납니다. 그런데 실내는 공간 거리가 매우 짧으므로 그 시간 차가 대단히 짧습니다. 소리가 벽에 부딪쳐 한 차례 왕복하는 것을 가정해볼 때, 대략 5m 정도 왕복한다면 원음과의 시간 차이는 채 1/70초도 되지 않습니다. 런 짧은 시간차는 귀로 감지되지 않고 마치 하나의 소리처럼 이어져 들리게 됩니다. 이것이 잔향, 즉 리버브입니다.


정리하면 원음과 반사음 간의 시간 차가 충분하여 우리 귀에 두 소리(혹은 그 이상)가 뚜렷이 분리되어 들리면 그것은 에코이고, 원음과 반사음간의 시간 차가 매우 짧아 우리 귀가 두 소리(혹은 그 이상)를 구분하지 못하면 그것은 리버브입니다. 음향학에서 양자 간을 구분하는 시간의 기준은 '35ms (0.035초, 1ms=1/1000s)' 입니다. 두 소리의 시간 차가 35ms 가 넘으면 우리 귀가 '에코' 로 구분해낼 수 있다는 뜻입니다.


또 하나 차이는 실내 공간에서는 벽에 부딪혀 반사된 소리가 반대편 벽에 또다시 반사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소리가 실내 공간에서 여러 차례 오갈 수 있는 것이죠. 따라서 반사음이 하나인 게 아니라 여러 개가 중첩되어 쭉 이어지는 듯하게 들립니다. 그래서 소위 '울린다' 고 표현하는 거죠. 방 크기가 작을수록 벽이 반사가 잘 되는 딱딱한 재질일수록 이런 리버브 효과는 커집니다.

 


어? 음원에는 리버브가 없다?


그런데 잘 들어보시면 요즘 노래들 음원에는 이런 리버브가 별로 없습니다. 이렇게 잔향이 없는 소리를 오디오에서는 '데드(dead)' 하다고 표현합니다. 방은 물론이고 도시에는 여러 빌딩 등 구조물이 있고 자연에서도 산에서 메아리가 치고 하니, 어느 정도 볼륨이 있다면 웬만한 공간에서는 리버브가 있고 데드한 소리는 별로 없습니다. 평소에는 여러 소음과 섞여 그 미세한 리버브가 잘 안 들릴 뿐입니다.


그런데 음반이나 음원을 들어보면 굉장히 깔끔한, 군더더기 없는 '데드' 한 소리들이 나옵니다. 이것은 바로 비현실적인 공간인 '녹음실' 에서만 가능한 소리입니다. 녹음 기술이 발달하면서 반사음을 거의 완벽하게 차단하는 녹음실이 가능해졌죠. 이것은 1990년대 댄스 음악의 발달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했고,

2000년대 들어서는 장르를 불문하고 유행처럼 번져 나갔습니다.


왜냐면 빠른 비트로 강한 음색을 쏘아대는 음악에는 리버브가 적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노래방을 생각해 보시면 되는데요, 노래방은 공간이 작고 반사 효과가 굉장히 센 편인데 거기서 댄스 곡을 부르면 정말 시끄러울 정도로 웅웅대게 됩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러한 강하고 빠른 비트가 거의 모든 음악에 폭넓게 쓰이므로, 상당수의 음악에서 잔향 효과를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또 하나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음색의 '편집' 이죠. 특히 보컬 목소리의 '편집' 때문에 그렇습니다. 보컬에만 이펙트를 줘서 보컬 음색을 바꿔버리는 것인데, 간단히 리버브나 딜레이 정도로 양념(?)을 치는 것뿐이 아니라 더블링, 하모나이저 등의 이펙트와 과거 한참 유행했던 '오토튠' 등의 '음색 성형(?)' 까지도 할 수 있습니다. 

 *딜레이(Delay) : 특정 구간을 여러 번 되풀이하게 하는 사운드 이펙트. 원음을 거의 그대로 반복하거나, 아니면 에코처럼 소리를 줄여서 되풀이할 수도 있음.

 *더블링(Doubling) : 같은 소리를 중복으로 만들어 동시에 재생시키는 이펙터. 적용하면 소리를 더 풍성하게 하고 잔 실수를 마스킹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음.

 *하모나이저(Harmonizer) : 원음에서 3도 위, 5도 위 등의 화음을 자동으로 만들어 동시에 재생시키는 이펙터. 코러스를 이펙터로 구현하는 것이라 볼 수 있으며, 8도 위(옥타브)의 화음을 생성하는 경우 '옥타브' 라 부름.

 *오토튠(Autotune) : 원래는 불안한 음정을 프로그램적으로 교정하는 것을 말하나, 가수 Cher 의 'Believe(1998)' 가 대성공을 한 이후에는 일부러 이를 과장하여 기계적인 음색을 만들어내는 이펙트로도 많이 쓰였음.


이렇게 보컬을 성형하려면 라이브한 음색보다는 데드한 음색이 더 좋겠습니다. 왜냐면 라이브 음색은 리버브가 있으므로 한 시점에 여러 소리가 섞여 있기 때문에, 리버브 잔향까지 이펙트가 다 먹고 또 이들이 혼재되어 들려서 굉장히 부조화스러워집니다. 사운드에서 믹스는 가능하지만 분리 추출은 거의 불가능한 영역이거든요. 반면 데드한 소리는 다른 소리가 섞여 있지 않기 때문에 의도하는 부분에 정확히 이펙트를 적용할 수 있게 됩니다.


음반이야 취향과 유행에 맞게 만들면 되겠습니다만, 이렇게 데드하게 레코딩한 음색을 우리가 라이브 무대에서 들을 수 있을까요? 거의 불가능합니다. 왜냐면 데드한 소리는 비현실적인 공간에서만 가능한 소리이기 때문이죠. 데드하게 녹음된 음반을 재생하면서 가수는 립싱크만 한다면 모르지만.


결국엔 최근 '데드' 트렌드에 맞춰 나오는 음반들 대다수는 비현실적인 소리가 됩니다. '데드' 라는 말처럼 어떻게 보면 이 소리는 '죽은' 소리죠. 반면 공연장에서는 그 공간의 특성에 따라 리버브 효과가 '살아 있는' 소리를 듣게 됩니다. 이것이 라이브가 특별한 이유입니다.



인위적으로 리버브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소리를 인위적으로 일정 시간 차이를 두어 여러 차례 재생하면 리버브가 인위적으로 만들어질 수도 있는 것일까요? 정답은 '그렇다' 입니다. 이렇게 인위적인 공간감을 부여하는 이펙터를 '공간계 이펙터' 라고 하며, 그중에서 인위적으로 리버브를 발생시키는 이펙터를 '리버브레이터(Reverberator)' 라고 합니다.

 

나아가 잔향 재생의 시간 차와 강도를 조절하면 인위적으로 '공간감' 을 만들 수 있습니다. 예컨대 시간차를 20ms 정도로 설정한다면 0.02초 정도만에 소리가 왕복할 수 있는 거리는 약 7m 정도로, 왕복을 감안하면 약 3.5m 정도의 방을 가정한 가상의 리버브가 될 것입니다.  시간차를 80ms 정도로 늘린다면

그 설정된 공간은 거리 약 13.8m 정도의 작은 강당 수준이 됩니다. 이럴 경우 그보다 짧은 시간에 대해서는 잔향 효과가 거의 없어야겠죠. 이렇게 리버브를 통해 인위적인 공간감을 만들 수 있습니다.

 

또한 반사음의 강도를 강하게 설정한다면 그 공간은 음의 반사가 잘 되는 폐쇄된 공간이 될 것이고, 반사음의 강도를 작게 설정한다면 그 반대의 경우가 될 것입니다. 가상으로 설정하는 공간의 크기와 벽의 재질 등을 감안하여 리버브의 '디자인' 까지도 가능한 것이죠.


보통 리버브레이터에는 엔지니어가 이를 디자인한 몇 개의 포맷을 제시하게 되는데, plate·chamber·room·hall 등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또 아예 인위적인 추가 이펙트를 가미한 gate·shimmer 등의 리버브 이펙트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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