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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pd 알멋 정기조 Oct 06. 2023

보행/자전거 전용 한강 다리, '북한강철교'

인근 양수리나 물의정원도 연계하는 최고의 수변 산책로


#경기여행 #한강산책 #두물머리 #자전거길


남양주 조안면과 양평 양서면을 잇는 북한강철교('구 양수철교')는 일제강점기 때인 1939년에 개통됐던 철도 교량으로, 2008년 '신 양수철교' 개통 이후 현재는 자전거와 보행만 가능한 '보행교'로 쓰이고 있습니다. 2026년 말 서울 잠수교가 보행 전용으로 바뀔 때까지 이렇게 '도보 전용'으로 한강을 건널 수 있는 곳은 (하류권에서는) 이곳이 유일합니다.


주변에 남양주 '물의 정원'이나 양평 양수리 '두물머리'까지 연계하여 산책할 수 있어 한강 수변 산책로로는 이만한 곳이 없습니다. 두물머리까지 갔다 오면 왕복 약 6km로 상당한 운동량도 가져옵니다. 특히 여기는 원래 자전거길로 조성된 다리로 라이더들에게는 성지 같은 곳입니다.



'아빠, 여긴 어디예요? 주변에 아무것도 없어요.'


인근 물의 정원 주차장을 이용하지 않고 다리 가까운 데 차를 세웠더니 나현이가 어리둥절합니다. 하긴 주차장은커녕 특별한 이정표도 없는 샛길에 차를 세웠으니 그럴만합니다. 물의 정원 가는 줄 알고 좋아하더니 실망한 기색도 보입니다. 나현이도 아빠를 닮아 물가를 좋아하거든요.


하지만 당황은 곧 탄성으로 바뀝니다.


'와, 한강이다. 아빠, 여기 걸어서 건너는 거예요?'

'응, 제법 걸을 거니까 뛰지 말고.'




북한강철교는 일제강점기 때 만들어진 다리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상부 프레임이 상당히 녹슬어 있습니다만 멋스러운 형태는 여전합니다. 당시로서는 아마 최신식으로 잘 지어진 다리임에 틀림없습니다.


중간에 나현이와 보현이를 연신 세워 놓고 원샷에 담아보려 애써 봅니다. 경험이 있는 분들은 공감하시겠지만, 애 둘을 한 프레임에 담는 게 그렇게 녹록지 않습니다. 하나는 자꾸 딴 데로 도망가고 하나는 자꾸 딴 데를 쳐다봅니다. 그래도 두 남매가 통하는 게 있네요. 보현이도 누나한테 배워서 사진 찍을 때 무조건 'V' 입니다.


'보현아, 아빠 눈을 봐! 그렇지!'


여기저기 사진 찍으며 걷다 보니 500m 정도 되는 다리를 금방 건넜습니다.


'아빠, 이제 돌아가요? 어디까지 가요?'

'오늘 좀 걷는다고 했잖아. 요기 아랫길로 내려가면 돼.'





내려가서 오른쪽으로 볼 것도 없이 직진하면 유명한 두물머리에 닿게 됩니다. 지금까지 다리에서 멀리 조망했다면 이제 한강을 가까이에서 볼 차례입니다.


나현이는 벌써 저 멀리 앞에 가 있습니다만 영 걸음 진도가 나가지 않습니다. 보현이가 문제입니다. 만 4살 보현이는 힘들어서 연신 걸음을 멈춥니다. 할 수 없죠. 아빠 등에 태울 수밖에 없습니다.


아빠 마차를 탄 보현이는 금세 생기를 되찾습니다.


'아빠, 저기 오리가 있어요.'





어느덧 두물머리에 닿았습니다. 나현이는 학교에서 간단히라도 지리를 배웠으니 문화관광 해설을 해줘야 되겠습니다.

 *주) 4학년 1학기 사회에 '지도'를 배웁니다.


'나현아, 지도 어플 켜봐. 여기가 남한강하고 북한강이 만나는 데야. 이쪽이 남한강...'


두물머리에서 보현이는 물고기를 보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여행객들이 먹을 걸 자주 던져주는지, 물가에 커다란 물고기들이 떼로 몰려 있습니다. 보현이는 난간 넘어가서 보려고 하다가 아빠한테 혼만 났네요.


나현이는 제법 컸다고 핸드폰으로 여기저기 사진을 찍고 다닙니다. 구도가 엉망이긴 한데, 그래도 사진 찍는 데 취미가 있으니 좋은 거 같습니다. 나중에 여행 사진 찍기 위해서라도 아빠를 쫓아다닐 테니 말이지요.


걸어온 거리도 꽤 되고 보현이 마차도 태운지라 오늘 운동량 충분히 채웠다고 좋아하고 있는데, 생각지도 못한 엄청난 복병을 만났습니다.


'와~ 핫도그다! 아빠, 핫도그 사 주세요!'





두물머리의 명물이라는 '연 핫도그'입니다. '연'은 모르겠고, 엄청난 크기에 케첩·머스터드 쌍 소스, 거기에 설탕까지 뿌려진 엄청난 녀석입니다. 제 운동 계획은 안드로메다로 날아갔습니다ㅠ.


아이들은 핫도그에 정말 진심입니다. 4살 보현이도 핫도그 하나 끝까지 먹어 치웠습니다.





돌아오면서 보니 북한강철교는 돌아오는 길이 더 예쁜 것 같습니다. 왼쪽으로는 해가 넘어가면서 예쁜 물감도 들었습니다. 저녁때가 되니까 자전거가 많이 줄어서 걷기도 편해졌습니다.


'근데 나현이는 자전거 안 탈래? 자전거 타면 집에서 여기까지 자전거로도 올 수 있는데.'

'글세요, 저는 무서워서 안 탈래요.'





[연계 여행 정보]

- 최적 시즌 : 10월(두물머리 물래길 걷기 축제, 물의정원 황화코스모스)

- 연계 여행지 : (양평) 두물머리,  (남양주) 물의정원, 능내역, 수종사  


- 교통 : 서울역에서 45km, 동서울터미널에서 30km, 인천공항에서 109km

           (대중교통) 경의중앙선 운길산역에서 도보 7분(400m)


- 먹거리 : 연핫도그 등 연(蓮) 음식, 북한강변 맛집, 양수리전통시장 주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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