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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pd 알멋 정기조 Apr 15. 2024

근현대사를 눈으로 배운다,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애국선열들의 고통과 일제의 만행, 현대사의 아픔까지 배울 수 있는 곳


#서울여행 #역사탐방 #서대문형무소 #근현대사


아이들과 여행할 때 기왕이면 뭔가 알려주고 싶고 배울 기회를 주고 싶고 해서 역사 관련 여행지를 고려하게 됩니다만, 사실 근현대사 관련 여행지는 뭔가 떠오르는 게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 학창 시절을 기억해 보면 역사에서 고대사나 중세사보다 근현대사가 훨씬 어려웠었습니다. 고대·중세는 가서 보는 것만으로도 의미를 가질 수 있지만, 근현대사는 본다고 해서 직관적으로 이해되는 게 아니고 역사의 맥락까지 알아야 비로소 이해되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일제강점기부터 현대사까지의 역사를 직관적으로도 이해할 수 있는 소중한 체험과 탐방의 장입니다. 그저 옛 애국선열들이 썼던 물건을 보는 정도가 아니라, 실제로 그들이 어떠한 탄압을 받았고 그래서 그 역사가 얼마나 우리 민족에게 불행했던 역사였는지를 직접 눈으로 볼 수 있게 합니다. 특히 사형장 앞에서는 보통의 한국인이라면 절로 숙연해지게 됩니다.



'아빠, 오늘은 어디 안 나가요? 날씨 좋은데 나가고 싶어요.'

'응, 오늘은 점심때 서울로 여행 갈 거야.'

'오, 정말요? 서울에 뭐 보러 가요?'


확연히 날씨가 따뜻해지자 주말만 되면 아이들이 나가자고 보챕니다. 오늘은 좀 늦잠도 자고 쉬고 싶은데 말이죠. 그래서 생각해 놓은 묘책(?)이 서울여행이었습니다. 서울여행이라면 아침까지 늦잠 자고 점심 전에 출발해서 갔다 올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전부터 생각해 놨던 곳에 가기로 했습니다. 이제 나현이가 대강이라도 역사를 근현대사까지 통사로 다 배웠기 때문에 한번 가도 되겠다고 생각했던 터였습니다. 바로 서대문형무소역사관입니다.

 *주) 5학년 2학기 사회에 '역사'를 고대부터 근현대사까지 모두 배웁니다.





서대문형무소는 경술국치(1910) 직전인 1908년 10월에 '경성감옥'으로 설치되었다가 이후에 명칭이 '서대문형무소'로 바뀌었고, 해방 이후에도 '서울구치소'라는 이름으로 계속 쓰였습니다. 수많은 애국선열들과 민주지사들의 원혼이 서린 곳이지요. 1987년에 서울구치소가 의왕으로 이전하였고 이후 1998년에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이라는 이름으로 개관하였습니다. 역사관 전체가 문화재(사적 제324호)입니다.


1987년에 서울구치소가 외곽으로 이전한 이유가 있습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도심 한가운데에 있는 국격을 떨어뜨릴 시설을 빼버린 것이지요. 원래는 모두 철거하고 아파트를 지으려고 했다가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의 반대로 무산됐다고 합니다. 철거된 옥사에서 나온 벽돌 등을 빌라 건축하는 데 갖다 썼다는 말도 있더군요.


멀지 않은 그 시절까지도 아직 우리나라는 무지몽매했던 것 같습니다. 이 또한 우리 아이들이 알아야 할 '현대사'입니다.





여기 오면 제일 먼저 뮤지엄샵부터 들러야 합니다. 태극기를 사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그다음에 갈 곳은 중앙사 외벽에 붙어 있는 대형 태극기 앞입니다. 여기가 포토존입니다.


'자, 태극기 위로 들고. 조금만 앞으로 더 와봐. 여기까지.'


태극기가 워낙 커서 모델이 꽤 앞으로 나와야 쓸만한 사진이 나옵니다. 문제는 여기가 옥사 방면으로 가는 주요 이동로라서 모델 앞뒤로 수시로 사람들이 오간다는 것입니다. 한편으로 제 뒤 대기타석에는 다음 사진을 찍을 타자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빨리 모델들을 지휘(?)해서 사진을 찍고 빠져야 합니다.





'아빠, 여기 무서워. 나갈래.'


포토존을 지나면 옥사 안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과거 실제 감옥으로 쓰였던 곳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데, 그중 어떤 방에는 텅빈 방 내부로 직접 들어갈 수 있고, 또 어떤 방은 작은 전시관처럼 꾸며놓은 곳도 있으며, 또 어떤 방은 안에 죄수 인형을 두어 실제 수감자들의 입장을 관찰할 수 있기도 합니다.


보현이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잘 봅니다. 키가 작아서 방 안이 안 보인다고 고개를 숙여 안에를 보기도 합니다. 그런데 역사를 배워서일까요? 나현이는 겁이 난다고 자꾸만 밖으로 나가려고 합니다. 아이에 따라서는 옥사 안이 무섭다고 느껴질 수 있으니, 부모가 이것저것 흥미를 유도하면서 여기저기를 관람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안쪽에 있는 징벌방은 0.7평 정도(2.4㎡)의 좁은 공간에 수감자를 가둬놓고 벌을 주었다는 공간인데 저도 섬뜩한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빛이 아예 들어오지 않아 밤낮을 알 수 없는 암흑의 방이라고 해서 일명 '먹방'이라 불렸다 합니다.



징벌방(左)  /  통곡의 미루나무(2018년 4월 촬영, 右)




옥사 반대편으로 가면 사형장이 나옵니다. 수많은 애국지사들이 이곳에서 교수형으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사형장 옆에는 시구문이라 하여 (일본 입장에서) 문제가 될 만한 시신을 밖으로 빼돌리는 개구멍 같은 통로 입구도 있습니다. 정말로 잔인무도하기 짝이 없습니다.


앞에는 '통곡의 미루나무'라 하여 사형장으로 끌려가던 수감자들이 마지막으로 붙잡고 통곡했다는 나무가 있습니다. 과거에는 일제강점기 때부터 있었다고 알려졌으나 나중에 해방 이후 심어진 나무라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이 나무는 2020년 9월 태풍 하이선 때 쓰러졌는데, 현재는 쓰러진 모습 그대로 보존·전시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물론 엄마까지도 빨리 다른 곳으로 가자고 합니다. 그래도 배울 건 배워야지요.





당시 유행한 2급 전염병인 한센병 환자를 격리해서 수감했던 한센병사입니다. 위에서 옥사의 저 죄수 인형은 혼자 독방을 쓰고 있지만, 일제강점기 당시에는 5평 남짓한 저 방에 많게는 3, 40명까지 수용됐었다고 합니다. 이런 극악의 환경에서 전염병이 퍼질 수밖에 없으니 격리를 시킨 것이지요. 참으로 기가 찰 노릇입니다.


옆에는 격벽장이라 하여 수감자들의 야외 운동시설을 재현해 놓은 곳이 있습니다. 말이 운동 시설이지 저렇게 벽으로 격리해 놓고 저 좁은 공간에서 뭘 하라고 했던 건지 모르겠습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이 자리에는 원래 옥사들이 더 있었는데 나중에 철거되었습니다.



안창호(左)  /  유관순(中)  /  한용운(右)




역사관 정중앙에는 과거 일본인 간수 등이 사용했던 보안과청사 건물이 있는데 현재는 전시관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특히 여기에는 독립운동가 5천여 명의 당시 수형기록표가 쭉 전시된 공간이 눈에 띕니다. 이 많은 기록표 중에 안창호, 유관순, 한용운 같은 분들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입니다.


'나현아, 너 유관순 알지? 여기에서 유관순 찾아볼래?'


아빠가 이렇게 유도해 봐도 나현이는 이미 다음 전시실로 가버렸습니다. 나중에 좀더 크면 와서 다시 시켜봐야겠습니다.


전시관 지하에는 취조실, 고문실 등이 있습니다. 물고문, 손톱고문, 상자고문, 벽관고문 등이 재현되어 있는데, 아이에 따라서는 굉장히 충격을 받을 수 있으니 주의하여야 합니다. 보현이도 내용은 모를 테지만 벽관고문 안에서 사진 찍자고 해도 직관적으로 피합니다.




 (* 6년 전에도 나현이가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 왔었습니다. 하나도 기억 못 하겠죠?)



역사관을 다 보고 나서 옆에 있는 독립문에 들르고 근처에 있는 안산자락길도 조금 걸었습니다. 역사관을 왔다갔다 둘러보느라 피곤할 법도 한데 나와서 다시 에너자이저 모드입니다. 보현이는 아예 태극기를 칼처럼 마구 휘두릅니다.


'받아라, 태극기 소드!'



[연계 여행 정보]

- 최적 시즌 : 3월 1일(삼일절 행사)

- 연계 여행지 : 독립문, 안산자락길, 임시정부기념관


- 교통 : 서울역에서 3.4km, 동서울터미널에서 19km, 인천공항에서 59km

           (대중교통) 서울 3호선 독립문역에서 도보 5분(300m)


- 먹거리 : 독립문영천시장 주변, 세종마을 음식문화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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