튤립·수선화·유채꽃 3종 세트에 빨강·노랑·보라의 3색 뷰를 한 번에
#전남여행 #봄꽃축제 #섬여행 #색깔놀이
많은 이들이 벚꽃에 심취하고 있을 무렵, 전남 신안에는 3가지 봄꽃축제가 동시에 열립니다. 임자도 튤립축제, 선도 수선화축제, 팔금도 유채꽃축제입니다. 전국 웬만한 곳에서 접근이 결코 쉽지 않은 곳이기에 한 가지를 보기 위해서 거기까지 가기에는 주저함이 따르겠지만, 세 가지를 한큐에 볼 수 있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거기에 다도해 바다의 멋진 장관과 섬여행의 즐거움까지 더한다면 말이지요.
한편으로 신안은 다른 의미에서의 '3색(色) 여행'이 가능합니다. 신안군은 퍼플섬의 대성공 이후 '1섬1색 프로젝트'라고 해서 관내 대표 섬들에 각각의 고유한 색을 입히고 있는데, 예컨대 퍼플섬(반월·박지도)은 보라색, 수선화의 선도와 유채꽃의 팔금도는 노란색, 튤립의 임자도는 빨간색입니다. 관광자원이 좀 부족하기는 하지만 주변의 다른 섬들도 분홍색(병풍도), 파란색(도초도·비금도) 등의 색으로 거듭나고 있는 중으로, 이런 곳들도 조만간 관광자원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빠, 빨리 일어나요. 캠핑 가야죠. 꼬끼오~'
새벽부터 아이들이 꼬끼오 노래를 부릅니다. 캠핑을 싫어하는 부모덕에 그동안 가보지 못했던 캠핑을 드디어 가게 되는 날입니다. 보현이가 어린이집에서 배워 오더니 하루가 멀다 하고 캠핑 노래를 불러서 이번에는 캠핑 콘셉트를 섞어서 여행을 가기로 했거든요.
한편으로는 겨우내 가지 못했던 'X박 여행'을 오랜만에 가게 되는 날입니다. 봄꽃도 실컷 보고 배도 탄다고 예고까지 했으니 나현이 보현이가 기대를 안할 수가 없겠지요. 대신 저는 엄청난 운전 노가다를 해야 합니다.
'아빠, 꽃이 덜 피었는데요.'
무려 6시간 반 만에 첫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신안 팔금도입니다. 원래는 이 기간(4월 초)에 유채꽃 축제를 하는데, 올해에는 계속 흐리고 비가 자주 오는 마당에 축제가 취소됐습니다. 만약 제대로 꽃이 피었다면 70만 평에 달하는 엄청난 너비에 유채꽃이 만발했을 터입니다.
덜 피었기는 했지만 그래도 나름 노랑빛으로 물든 벌판에서 사진을 박아 봅니다. 유채꽃은 전국 도처에 심어져 있고 개화 기간도 길어서 조만간 딴 곳에서 만날 수 있으리라 기대해 봅니다.
신안의 제일 명물, 퍼플섬 퍼플교입니다. 퍼플섬은 신안의 작은 섬인 반월도와 박지도를 함께 일컫는데, 이들 섬과 모(母)섬인 안좌도 사이를 잇는 보라색의 보행교 다리가 퍼플교입니다. 이곳은 지난 2021년 세계관광기구(UNWTO)가 개최한 제1회 최고 관광마을 공모전에서 우수 관광마을로 선정된 바 있습니다. 이 퍼플마을 덕분에 신안군에서 색깔놀이를 시작하게 됐지요.
* 최고 관광마을 공모전(Best Tourism Villages) : 지역 불균형과 농어촌 인구 감소 문제를 해소하고 농어촌의 우수한 관광자원을 발굴·홍보하기 위해 UNWTO가 시행하는 사업으로 인구 15,000명 미만의 농어촌 지역을 대상으로 함. 우리나라는 2021년 신안 퍼플섬과 고창 은곡마을, 2022년 하동 평사리 문학 테마 마을, 2023년 제주 동백마을과 세화마을, 화순 모산 고인돌 마을이 선정된 바 있음.
'보현아, 이제 누나랑 뛰는 거야. 하나, 둘, 셋!'
'야, 그만 뛰어!'
수도권에서 워낙 막혀 늦게 도착한 탓일까요. 퍼플교에 사람이 없어서 거의 전세 내다시피 했습니다. 나현이와 보현이는 정신없이 앞으로 뜁니다. 어린 보현이도 어떻게든 누나를 이겨보겠다고 전력질주합니다.
원래는 총길이가 2km 가까이 되는 다리이지만 오늘은 시간이 늦어서 일부만 걷고 돌아갑니다.
'나현아, 여기 2년 전에 왔었는데 기억나지? 보현이도 왔었는데 기억나?'
둘째 날, 보현이가 좋아하는 배를 타고 신안의 떠오르는 명소인 수선화섬 선도에 왔습니다. 전에 제가 펴냈었던 <대한민국 여행 킬러 콘텐츠>에서도 소개했던 바로 그곳입니다. 그때는 수선화축제가 끝난 4월 말 한가로울 때 왔었는데, 이번에는 축제 기간 중에 찾아왔습니다.
원래 하루에 오가는 배가 4편밖에 없는데 축제 기간이라고 하루 14편까지 배가 있어서 편했습니다. 대신 축제 기간에는 카페리는 어렵습니다. 뭐 그래도 걸어서도 충분히 둘러볼 수 있는 정도라 상관없을 것 같습니다.
보현이는 처음에 다리가 아프다고 무등 태워달라고 조르더니 막상 섬 언덕에 오르자 미친 듯이 뛰어다닙니다. 다리 아프다던 애는 어디 갔나 모르겠습니다.
'우와, 이제 캠핑이다. 아빠, 이제 캠핑해요?'
이제 드디어 캠핑입니다. 보현이는 고기 구워 먹는 게 캠핑인 줄 아나 봅니다. 엄마 아빠는 글램핑은 가능해도 진짜 캠핑은 싫어하는 까닭에 오늘 숙소는 카라반입니다. 그래도 보현이는 물론 나현이도 카라반이 처음이라 엄청 신기해합니다. 카라반 안의 침대에서 한참을 내려오지 않습니다.
나름 부탄가스버너와 캠핑 램프, 일회용기까지 준비해서 캠핑 분위기를 냈더니 아이들이 즐거워합니다. 마시멜로를 굽다가 실패한 것만 빼고요. 확실히 나현이와 보현이에게 이색적인 체험이 된 것 같습니다. 캠핑을 싫어하는 엄마도 파도 소리를 들으며 잔 게 너무 좋았다고 하더라고요.
참고로 임자도 튤립축제를 가기 위해서는 이렇게 튤립공원 근처에서 글램핑하는 것이 아주 좋은 선택입니다. 축제 기간 중에는 생각보다 외부에서 찾아오는 차량이 많은데, 여기서 글램핑하면 이런 차량 정체를 피해 빠르게 축제장에 닿을 수 있습니다. 여름이 아니라도 여기 대광해수욕장의 너른 해변은 산책 코스로도 그만입니다.
마지막날, 3색의 마지막으로 임자도 튤립축제가 열리는 신안튤립공원에 왔습니다. 2만 평 규모에 넓게 심어진 형형색색의 튤립들이 연신 '김치~'를 부르게 만듭니다. 원래 임자도는 빨간색의 섬입니다만 여기 튤립공원은 그야말로 총천연색입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이 임자도 튤립축제는 신안의 봄꽃축제 중에 가장 유명해서 찾는 관광객이 아주 많습니다. 원래 대파 산지였는데 대파값이 폭락해서 대체 작물로 튤립을 심었던 게 이렇게 유명해졌다고 하네요. 역시 세상사는 모를 일입니다.
'아빠, 저거 튤립인데 대파 같이 생겼어요. 저거 하나 사도 돼요?'
기념품으로 앙증맞은 튤립 인형이 있었는데 나현이가 그냥 지나치지 않습니다. 나현이는 기념품 사는 낙으로 여행을 다니나 봅니다.
2박 3일 동안 캠핑이니 뭐니 하면서 모두 애들 콘셉트로 하다 보니 엄마는 바닷가까지 와서 회 한 접시도 못 먹었네요. 마지막날 식사는 남도의 특식, 생고기로 조공을 바쳤습니다.
[연계 여행 정보]
- 최적 시즌 : 4월 초 / 선도 수선화축제(3월 말~4월 초), 임자도 튤립축제·팔금도 유채꽃축제(이상 4월 초)
- 연계 여행지 : 퍼플섬(반월-박지도), 무한의 다리(자은도), 밀리터리테마파크(무안)
- 교통 : (팔금도) 서울시청에서 381km, 목포역에서 44km
목포T에서 신안 공영버스 2004번. 1일 10회, 편도 2시간 20분 내외
(선도) 신안 압해가룡항에서 배편. 1일 4회(축제 기간에는 10회 이상), 편도 35분
*배편 문의 : 가룡항 매표소 / 061-262-4211
(압해가룡항) 서울시청에서 353.2km, 목포역에서 21.6km
목포역에서 버스 편(1회 환승) : (목포-압해중앙; 130번) 1일 20회, 편도 35분
(압해중앙-가룡항; 압해-4 공영버스) 1일 9회, 편도 25분
(임자도 튤립공원) 서울시청에서 368km, 목포역에서 73km, 지도T에서 16km
광주T에서 시외버스 편(임자대광 하차). 1일 2회, 편도 2시간
지도T(압해중앙)에서 신안 공영버스 3004번. 1일 3회, 편도 30분(1시간 30분)
지도T에서 임자-4 공영버스. 1일 3회, 편도 48분
(지도T) 서울 센트럴시티T에서 고속버스 편. 1일 2회, 편도 4시간 10분
목포T에서 시외버스 편. 1일 4회, 편도 1시간 30분
광주T에서 시외버스 편. 1일 5회, 편도 1시간 40분 내외
*이상 버스 편 문의 : 신안군 교통지원과 / 061-240-8167
- 먹거리 : 바위옷우무(향토 음식), 신안 낙지특화거리 / 한우전복낙지탕탕이, 생고기(육사시미), 인동초막걸리, 함평 한우 등(이상 목포 등 내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