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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pd 알멋 정기조 Oct 15. 2023

요트 한번 타 보는 건 어떠세요? 통영 '한산마리나'

바다 위에서 맞는 특별한 일몰과 불꽃놀이 이벤트


#통영여행 #요트 #한산마리나 #불꽃놀이


여행을 가게 되면 숙소든 관광지든 '오션 뷰' 좋은 곳 많이 찾게 됩니다만, 사실 배 위에서 보는 뷰는 차원이 다릅니다. 마치 나는 새가 하늘 위에서 넓게 조망하듯이, 배 위에서는 바다와 해안선이 넓게 보이면서 육지와는 완전히 다른 뷰를 선사하게 됩니다.


'골프 위에 승마, 승마 위에 요트'라고도 하던가요? 요트는 서양에서는 '부자들의 레포츠'라고 합니다만 국내에서는 외국처럼 직접 요트를 소유하는 게 큰 의미가 없어 보통 이벤트 성으로 타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비용은 생각보다 저렴합니다(성인 기준 인당 3만 원 내외). 국내에도 이런 요트 마리나는 여러 곳이 있는데, 제피셜에 따르면 부산 해운대 주변과 이곳 통영 한려수도 요트가 제일인 것 같습니다.



'아빠, 이제 어디 안 가요? 왜 숙소에 있는 거예요.'


숙소에서 오후를 내내 보내고 있으니 나현이가 계속 나가자고 보챕니다. 오전에 여객선으로 '비진도'를 들어갔다 나온 뒤, 2시 좀 넘어 바로 숙소에 돌아와 쉬고 있었거든요. 뱃멀미로 어지러워하던 엄마를 사우나 보내 놓고 숙소에서 졸고 있었는데, 나현이가 저를 곱게 자게 내버려두지 않습니다.


'좀만 기다려, 저녁 때 되면 나갈 거야.'

'아이, 언제 나가는 건데요ㅠ.'


오후가 한참 지나 5시가 넘어서야 숙소에서 다시 나왔습니다.


'아빠, 이제 밥 먹으러 가요?'

'아니, 배 한번 더 탈 거야.'

'우와, 배 또 타요?'


이번엔 보현이부터 배 타냐고 물어봅니다. 엄마는 뱃멀미 때문에 싫다는데 나현이와 보현이는 배를 엄청 좋아합니다. 전에는 제주도도 배를 타고 가겠다고 하더라고요. 비행기는 무섭답니다.





예약한 요트 출항 시간은 오후 5시 45분입니다. 이른바 '일몰요트투어'입니다. 요트를 타고 한려수도 해상에서 일몰을 보는 색다른 이벤트입니다. 일부러 나현이와 보현이에게는 비밀로 했죠.


25인승 요트라 함께 탄 사람들이 더 있었습니다. 꼬맹이는 나현이와 보현이 밖에 없네요.


'나현아, 밖으로 나와. 안에 있으면 더 어지러워.'

'밖에 있으면 무서운데ㅠ'

'아냐, 지금 출발하기 전에 자리 잡는 게 나아. 이따 출발하면 더 무서워서 못 나와.'


바깥에 나와 요트 지붕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다른 분들은 요트 끄트머리에 앉아 인생샷이랍시고 사진 찍고 그러는데, 우리는 그나마 여기에 앉아야 겁이 많은 나현이나 보현이가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요트가 한려수도 바다 복판으로 나올 즈음 해가 산 너머로 넘어가기 시작합니다. 바다도 금빛으로 물들었습니다.


'아빠, 해가 자러 가요?'

'응, 이제 해가 저기 산 너머로 자러 가네.'


나현이를 위해 또 문화관광 해설(?)을 해줍니다.


'나현이 작년에 아빠랑 한산도 가 봤지? 여기 앞바다가 한산대첩 승리한 데야.'

 *주) 5학년 2학기 사회에 '역사'를 배웁니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요트 위에서 샴페인 한 잔씩 나눠줍니다. 다들 샴페인 마시며 폼 내는데 저는 운전 때문에 마실 수가 없습니다. 이 좋은 풍광에 남들이 폼 내는 것만 구경하고 있으니 아쉽기 그지없습니다. 나현이 보현이가 성인이 되면 같이 폼좀 낼 수 있으려나요?


그래도 역시 배 위에서 보는 일몰은 특별한 것 같습니다. 애 엄마에게 계속 보현이 꽉 잡으라는 핀잔을 들으면서도 저 역시 연신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다시 마리나 근처로 돌아올 무렵에는 해가 거의 다 넘어가서 어두워졌습니다. 그러자 요트에 등이 켜지고 또 다른 느낌을 선사합니다.


'이제 밥 먹으러 가요?'

'아니, 조금만 참아. 아직 안 끝났어.'


마리나 근처로 돌아오니 배가 고픈 모양입니다. 하긴 벌써 저녁 7시가 다 되어 가고 있습니다.





'와, 불꽃놀이다!'


역시 요트의 최고 백미는 수상 불꽃놀이입니다. G.헨델의 '수상 음악'과 '왕궁의 불꽃놀이'가 같이 떠오릅니다. 하지만 요트에 깔리는 음악은 '힙' 모드입니다.


3대의 요트가 모여서 한 방향으로 같이 불꽃을 쏩니다. 이게 승선 인원이 없어서 1대가 쏘면 좀 화력이 약한데, 3대가 같이 쏘니 제법 제대로 된 불꽃놀이 같습니다. 나현이 보현이는 물론 배 위에 모든 사람들이 불꽃에서 눈을 떼지 못합니다.


'와, 아빠, 불꽃놀이 첨 봐요!'


그러고 보니 만 11살 나현이도 불꽃놀이를 제대로 보는 건 처음인 것 같습니다. 그동안 길이 막히고 복잡하다고 서울에서도 불꽃놀이를 안 구경시켜 줬는데 반성을 좀 하게 되었습니다ㅠ.





[연계 여행 정보]

- 최적 시즌 : 8월 초중순(통영 한산대첩 축제), 4월 초(통영국제음악제) 등

- 연계 여행지 : 세병관(삼도수군통제영), 욕지도·비진도 등 한려수도 섬, 통영국제음악당 등


- 교통 : 서울시청에서 391km, 통영종합버스터미널에서 13km

              (서울-통영터미널) 강남터미널에서 1일 15회, 편도 4시간 10분

              (통영터미널~) 시내버스 편(104번). 담안마을 입구 하차. 1일 16회, 편도 45분

                                  담안마을 입구에서 도보 10여 분(900m)

              *버스 편 문의 : 통영시 관광과 관광안내소 / 055-650-0580


- 먹거리 : 도다리쑥국, 굴국밥, 충무김밥, 우짜, 꿀빵(이상 향토음식), 멍게비빔밥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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