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법률안 처리 과정까지 경험할 수 있는 의회와 민주주의의 산 교육장
#서울여행 #국회의사당 #국회박물관 #국회체험
그저 학생들이 견학이나 가는 곳이라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사실 국회는 서울에서도 손꼽힐 만한 훌륭한 여행지입니다. 생각해 보면 미국의 'US Capitol'이나 영국의 'Palace of Westminster' 같은 외국의 국회의사당은 굉장히 유명하고 한 번쯤 가보고 싶은 곳이지요.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의 여의도 국회의사당 역시 외국에도 소개할 만한 훌륭한 여행지임에 틀림없습니다.
특히나 2022년 국회박물관이 개관한 이후로는 웬만한 박물관 이상의 전시와 체험 프로그램까지 마련되어 더더욱 볼거리가 많아졌습니다. 아직 민주주의라는 말의 뜻도 제대로 이해를 못 하는 아이들에게, 직접 의회와 민주주의를 밀도 있게 체험하며 배울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곳입니다.
'나현아, 내일 국회에 갈 거야. 아직 수업시간에 국회 안 배웠지?'
'네, 아직 안 배웠어요.'
'응, 거기 나오는 단원 미리 한번 꼭 읽어. 알았지?'
어렸을 때 국회 잔디마당에서 좀 놀아본 적은 있지만 아예 참관 프로그램 예약까지 하고 국회에 가는 건 처음입니다. 이제 나현이도 학교에서 국회도 배우고 하니, 가서 이것저것 보고 배우면 좀 효과가 있겠지요?
*주) 6학년 1학기 사회에 '국회'와 삼권분립을 배웁니다.
주말에 국회를 참관하려면 아침부터 꽤 서둘러야 합니다. 토요일 10시부터 오전에만 예약할 수 있는데, 국회 본관과 국회체험관까지 한 번에 다 보려면 오전이 바쁩니다.
10시에 먼저 국회박물관부터 왔습니다. 여기 2층 국회체험관에서 의정활동을 체험하는 것이 오늘의 메인 요리입니다.
원래 여기는 헌정기념관이라는 곳이었습니다. 국회 개원 50주년 기념으로 지어져서 국회 관련 여러 기록물들을 전시하고 그랬던 곳인데, 2022년에 아예 국립박물관인 국회박물관으로 전면 리모델링해서 개관하였습니다.
기존 헌정기념관 2층에는 대강당이 있어서 국회의 여러 내부 행사들이 열렸었습니다. 그러다가 국회박물관으로 개편하면서 국민들이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었지요. 따지고 보면 국회의원들이 쓰던 공간을 국민에게 돌려준 셈입니다. 환영할 일입니다.
국회체험관은 초등학생 이상부터 입장할 수 있습니다. 미취학 아이는 그 옆에 있는 국회 어린이박물관 체험 신청을 하면 되는데, 이쪽 예약이 더 어려우니 계획 있으시면 미리미리 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국회체험관의 의정활동 체험 프로그램은 정말 강추할 만합니다. 실제로 국회의원들이 본회의에서 법안을 처리할 때의 절차를 그대로 아이들이 따라하게 됩니다. 법안에 대한 찬반 투표까지 말이지요.
'의석을 정돈해 주시기 바랍니다. 성원이 되었으므로 제 n차 본회의를 개의하겠습니다.'
'이 안건에 대해서는 토론 신청이 있으므로 토론을 듣도록 하겠습니다. abc 의원 나오셔서 토론해 주시기 바랍니다.'
'투표 결과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재석 xx인 중 찬성 yy인으로서 s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대형 모니터에 가상의 국회의장과 국회의원 등이 등장하여 실제 국회 본회의의 의사진행과 똑같이 진행을 하는데, 국회에서 근무했던 저도 놀랄 정도로 리얼하게 구현되어 있습니다. 좌석 앞으로는 실제 의원들이 쓰는 전자모니터도 올라와서 가상의 법률안 세 가지를 놓고 직접 가부 투표까지 하고 그 결과까지 듣게 됩니다. 교과서에서 공자왈 맹자왈 할 것 없이 이 체험 프로그램 하나면 국회의 입법이 뭔지 충분히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중간에 참관하는 아이들에게 법안에 대한 의견을 말할 기회도 주는데, 나현이가 용기 있게 마이크를 잡은 덕에 상품으로 인형도 하나 받았네요.
30여 분의 국회체험관 체험을 마치고 같은 건물의 상설전시실 관람을 했습니다. 국회박물관은 다른 국립박물관과 마찬가지로 무료입니다.
제헌헌법 초고와 완성본, 과거 국회의원 당선증과 국회의원 배지, 빛바랜 종이로 되어 있는 법률안과 회의 속기록 등 국회만이 보유하고 전시할 수 있는 전시물들이 박물관 곳곳을 채우고 있습니다. 특히 인기 있는 곳은 과거 국회 본회의장에 실제로 있었던 대형 국회 휘장과 국회의장 집무실을 재현해 놓은 포토존입니다. 사실 국회박물관은 여기에서 사진 한 컷씩 찍으려고 오는 곳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박물관을 다 보고 나와서는 조금 시간이 남아 근처 잔디밭에서 잠깐 놀게 했습니다. 사실 아이들이 이렇게 맘 놓고 잔디 위를 뛰어다닐 수 있는 곳은 별로 많지 않습니다.
이제 본회의장 참관을 위해 보통 '국회의사당'으로 알려져 있는 국회 본관으로 이동합니다. 무게 1천 톤짜리 거대한 청동 돔을 이고 있는 독특한 건물로 가히 여의도의 랜드마크이자 서울 전체의 랜드마크입니다. 이 건물에는 24개의 기둥이 있는데 이는 24절기를 상징하며, 24절기 내내 국민의 여론을 받아 (돔 모양처럼) 하나로 수렴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믿거나 말거나...
국회 본관 앞에는 거대한 잔디광장이 있는데, 중간에 있는 십자 모양의 포장길을 포함하면 가로·세로 190m로 축구장 면적(7,140㎡)의 5배쯤 되는 1만 평 이상의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합니다. 때에 따라서는 여기에 아이들이 들어가 공도 차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국회 본관을 중심으로 (바라보는 사람 기준으로) 왼쪽에는 국회의원들의 집무실이 있는 국회의원회관이 있고, 오른쪽에는 국회도서관이 있습니다. 국회도서관은 소장자료가 800만이 넘는, 반포동 국립중앙도서관에 필적할 만한 국내 최고 수준의 도서관입니다. 다만, 여기는 중학생 이상이 되어야 정식으로 열람실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보현아, 거기 가지 말고 빨리 아빠 따라와!'
아이들이 자꾸만 옆에 잔디밭으로 새는 걸 막아야 합니다. 국회박물관에서부터 국회 본관 뒤편 참관접수처까지 가려면 족히 800m는 걸어야 하거든요.
*주) 평일에는 국회 경내에 참관셔틀이 운행하지만 토요일에는 운행하지 않습니다.
12시 타임에 맞춰 국회 본관의 본회의장 참관에 왔습니다. 국회의원 300명 전원이 모여서 본회의를 진행하는 곳이죠. 먼저 국회 본관 뒤편으로 들어가 참관접수처에 접수하여야 하는데 이때 신분증이 꼭 필요합니다. 아이들의 경우에는 신분증이 없기 때문에 주민등록등본이나 가족관계증명서의 사본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러면 직원들이 사전에 신청된 인적정보와 대조한 뒤 출입시켜 줍니다.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 보여줘도 됩니다.
*주) 기본적으로 국회는 1급 보안시설이라 신분증 없이는 출입이 불가능합니다. 신분증 없이 출입할 수 있는 곳은 국회박물관과 국회소통관뿐입니다.
본회의장에 입장하면 해설사가 본회의장 및 국회 회의 관련 이모저모를 말로 설명해 줍니다. 하지만 이게 오래전부터 있었던 프로그램이라, 솔직히 어른도 귀를 쫑긋하고 들어야 뭔 소린지 좀 이해가 될 정도고 어린아이들에게는 생소한 내용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뭔가 현대적으로 참관 프로그램을 바꿀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사진만큼은 포기할 수 없어 참관객 모두 열심히 사진을 찍습니다. 언제 또 와 보겠습니까. 참관 끝나고 국회 로고가 찍힌 기념품도 줘서 얻어올 수 있었습니다.
'아빠, 저기서 공 한번 또 차면 안 돼요?'
'안돼, 밥 먹으려면 빨리 가야 돼.'
여기까지 왔으니 국회 구내식당 밥을 한번 먹어보기로 했습니다. 식당 메뉴는 국회 홈페이지나 앱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다행히 오늘 메뉴는 애들이 좋아하는 카레와 멘츠까스입니다. 밖에 나가서 점심 먹으려면 돈도 꽤 써야 하는데 여기는 5,500원 밖에 안 합니다. 다만 늦어도 13시 이전에 가야 먹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최고의 정원이 경복궁·창덕궁 같은 궁궐이라고 합니다. 여기 국회도 그에 못지않게 경내가 아주 잘 정비된 A급 공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체력이 허락한다면 경내에 있는 분수대나 연못, 산책로 등도 둘러보셔도 좋고, 본관 옆에 국회소통관에는 국회 기념품샵에 가시면 국회 마크가 찍힌 여러 기념품들을 구입하실 수도 있습니다. 다만 기념품샵은 토요일에는 열지 않습니다.
4월 초에는 국회를 둘러싼 여의서로(윤중로)에서 우리나라의 대표 봄꽃축제 중 하나인 여의도봄꽃축제가 열리니 그 기간에 국회를 방문하면 벚꽃 구경도 겸할 수 있습니다. 봄꽃 기간이 아니더라도 국회 뒤편이 바로 한강이어서 한강 산책을 같이 할 수도 있습니다.
국회 경내는 생각보다 굉장히 넓습니다. 대지면적이 10만 평에 달합니다. 그래서 국회 여기저기를 걸어서 다니기에는 좀 부담이 있으니 평일에는 참관셔틀을 이용하시는 게 좋고, 토요일은 특별한 일이 없으면 국회 경내에 편하게 주차를 할 수 있으니 건물 사이를 차로 이동하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평일에는 경내 주차는 불가능하지만 대신 한강변에 있는 국회둔치주차장에 주차할 수 있습니다.
[연계 여행 정보]
- 최적 시즌 : 4월 초(여의도봄꽃축제)
- 연계 여행지 : 여의도 한강공원, 여의도 한강유람선, 서울마리나, KBS, 여의도공원, 63빌딩
- 교통 : 서울역에서 6.3km, 동서울터미널에서 20km, 인천공항에서 53km
(대중교통) 서울 9호선 국회의사당역에서 도보 10분(500m)
- 먹거리 : 국회 구내식당(국회박물관·국회도서관), 기타 서여의도 주변 식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