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몬드·사파이어 등 진귀한 보석을 볼 수 있는 국내 유일 보석박물관
#익산여행 #보석박물관 #보석축제 #탄생석
개인마다 취향이 좀 다르겠지만, 남자아이들에게 로봇·공룡·자동차라는 고정 아이템이 있는데 비해 여자아이들에게는 딱히 떠오르는 게 없습니다. 차라리 어디 캐릭터 샵이나 옷 가게에 더 관심을 보이는 것 같고, 그나마 꽃 정도가 여자아이 공통의 관심사가 아닌가 합니다. 제 경험 상으로는 여아가 초등학생 정도 되면 꾸미는 데 관심이 늘어서 각종 액세서리나 기념품에 관심을 보이는데, 그래서 이번에 소개하는 보석(액세서리)이 여자 아이들에게 킬러템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북 익산에는 전국 유일의 귀금속 보석 공업단지가 있고 이를 바탕으로 역시 전국 유일의 '공립' 보석박물관과 전국 유일의 보석 축제가 있는 곳입니다. 파주 헤이리 등에 소규모의 사설 보석 전시장들이 있기는 하지만, 워낙 고가여서 그런지 그다지 풍부한 콘텐츠를 가지고 않은 것과 비교됩니다. 한편 익산은 미륵사지를 비롯하여 여러 귀금속 관련 백제 유물도 많이 출토되었고 전국 최상 품질의 화강암 산지이기도 한데, 이런 배경이 있어 전국 유일의 '보석의 도시'가 된 것 같습니다.
다른 때와 달리 이번 여행은 특별히 긴장이 됩니다. 보석을 보러 간다고 하니 나현이가 잔뜩 벼르고 있습니다. 보는 건 좋은데 어디 전시장에서 비싼 팔찌나 목걸이에 꽂히기라도 하면 이를 어떻게 저지할까 걱정입니다. 하긴 나현이가 문제가 아닙니다. 엄마도 보석을 구경만 하고 나오지는 않을 테니까요ㅠ.
'아빠, 보석박물관에 가면 예쁜 액세서리 사줄 거죠?'
아빠는 액세서리 대신 식사 등 다른 경비를 어떻게 하면 아낄 수 있을까 궁리 중입니다.
원래 경품 추첨은 제일 마지막에 해야 됩니다. 그래야 끝까지 행사에 자리를 지키는 법이지요. 저 역시 보석박물관은 뒤로 미루고 역사 공부부터 시키기로 했습니다. 그래도 익산에 왔는데 미륵사지에서 백제 공부는 시키고 가려고 했지요.
'여기가 미륵사지야. 나현이 백제 배웠지? 백제 때 미륵사라는 큰 절이 있었는데...'
'저기 큰 탑 보이지? 왼쪽에 있는 게 미륵사지 석탑인데 많이 부서져서 복원한 거야. 오른쪽에 있는 탑은...'
나현이는 아빠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 것 같습니다. 국립익산박물관에서도 대충대충 보고 앞으로만 직진합니다. 먼저 있던 구 박물관 자리는 현재 어린이박물관으로 쓰이는데 여기는 사전 예약 없으면 입장할 수 없어서 어차피 못 들어갔습니다.
익산에는 이것저것 박물관이 많은데, 왕궁리 유적에 있는 백제왕궁박물관, 백제 이전 마한의 역사를 다룬 마한박물관이 있고, 작은 규모로는 이리역(현 익산역) 주변에 있는 익산근대역사관, 원불교 대학인 원광대 옆에 있는 원불교역사박물관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전부 나현이 관심 밖인 건 마찬가지입니다.
*주) 이리역은 과거 일제가 군산항을 통해 수탈할 때 중요한 철도 교통 요충지였고, 그래서 군산처럼 주변에 일제강점기 근대 건축물이 많습니다.
드디어 나현이가 가고 싶어 하던 곳에 왔습니다. 전국에서 유일하다고 이름도 '익산보석박물관'이 아니라 그냥 '보석박물관'입니다. 나현이가 어렸을 때 한번 데리고 온 적이 있었는데, 그때보다 훨씬 규모도 커졌고 주변 정비도 잘 되어 있네요.
날짜도 잘 맞춰 와서 '보석대축제'가 진행 중이었습니다. 축제의 프로그램이 좀 단조롭기는 했지만, 그래도 축제라고 사람들도 많이 왔고 장내 진행 목소리도 들리고 해서 제법 축제 분위기가 났습니다.
'야, 같이 가! 혼자 다니면 잃어버린다고!'
옆에서 마이크 목소리가 들려도 나현이는 관심 없습니다. 아빠 엄마보다 훨씬 앞으로 뛰어 들어가고 있습니다.
역시 보석박물관이라고 입구부터 휘황찬란합니다. 아까 봤던 미륵사지 석탑을 크리스탈로 만든 1/20 크기 모형이 '신 스틸러'처럼 서 있습니다. 역시 미륵사지탑은 미적으로 대단한 걸작이 맞는 것 같습니다. 박물관에서는 이걸 '보석탑'이라고 부르더군요.
또 하나 눈길을 끄는 것은 보석으로 만든 '일월오봉도(日月五峰圖)'입니다. 전에 <대한민국 여행 킬러 콘텐츠> 마이산 편에서도 소개했듯이, 이 일월오봉도는 전북 진안의 마이산을 모티브로 그려진 그림입니다. 이 그림을 계혈석·터키석·추마노·백옥 등 4만 8천여 개의 보석을 가지고 모자이크 방식으로 재현한 그림이라고 합니다.
보석의 채굴과 정련, 백제의 보석 등에 대한 전시도 있었는데, 좀 천천히 구경하고 싶었지만 이미 저 앞으로 간 나현이 때문에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역시 제일 관심이 가는 것은 진귀한 보석의 실제 전시였습니다. 다이아몬드·토파즈·자수정·진주 같은 유명한 보석 외에도 벽옥·로도나이트·아쿠아마린 등 잘 모르는 보석들까지 모두 2천여 개의 보석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보통 웬만한 박물관에 가면 스킵하듯이 지나가는 게 보통입니다만, 여기 보석박물관에서는 전시품 하나하나를 얼굴까지 디밀어가며 보게 됩니다..
탄생석에 관한 전시도 있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탄생석이라는 게 마치 발렌타인이나 빼빼로데이 같이 상업적으로 기획된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만, 그래도 본인이 태어난 달의 탄생석을 더 열심히 보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본성입니다.
*주) 탄생석 : 1월-가넷(석류석), 2월-자수정, 3월-아쿠아마린(남옥), 4월-다이아몬드, 5월-에메랄드, 6월-진주, 7월-루비, 8월-페리도트(감람석), 9월-사파이어, 10월-오팔, 11월-토파즈, 12월-터키석
'아빠, 이거 2만 원 밖에 안 한대요. 이거 사 주세요.'
문제의 '그곳'에 왔습니다. 나현이 같은 아이들을 공략하기 위해 1, 2만 원짜리 팔찌나 목걸이 같은 것도 많이 팔고 있습니다. 나현이가 여길 그냥 지나칠 리가 없지요.
용산 전자상가나 테크노마트 같은 곳에 가면 여러 곳을 둘러보며 비교하며 사야 한다고 하지요. 여기도 마찬가지입니다. 50여 개의 입점 업체들이 있어 서로 경쟁하는 탓에, 둘러보면 더 싸게 파는 곳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기왕에 구입하실 거면 힘들어도 발품을 좀 파시는 게 좋겠습니다.
엄마는 내색 안 하지만 뭔가 기대하는 눈치입니다. 보석의 강한 어그로와 합리적인 소비 사이 내면의 갈등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럴 때에는 먼저 제안하는 것이 점수 따는 일입니다. 아쿠아마린 목걸이를 하나 뽑아줬지요. 덕택에 다음부터는 아주 평안한 여행이 되었답니다.
보석대축제 기간이라 그런지 기획전시실에서 대박 전시를 하고 있었습니다. 'Queen`s Collection'이라는 이름의 영국 왕실 소장품전입니다. 영국 왕실에서 실제로 사용했던 주얼리와 옷, 애장품 등을 전시하고 있었는데, 다이애나 비(妃)의 결혼식 웨딩드레스, 마거릿 공주의 아쿠아마린 귀걸이, 빅토리아 여왕의 결혼식 웨딩 화관, 현 찰스 3세의 결혼식 웨딩 기프트 등입니다. 여기는 아이들보다 엄마가 더 관심 있게 지켜본 전시였네요.
끝에는 BTS가 2021년 한국인 최초로 그래미어워즈를 수상할 때 축하 무대에서 입었던 의상도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보석박물관 옆에는 익산공룡테마공원과 다이노키즈월드라는 실내·외 놀이시설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보석은 여자아이들의 잇템이니, 상대적으로 재미없을 남자아이들을 위해 만든 공간 같습니다. 다만, 저희는 예매를 하지 않아 입장할 수 없었습니다. 예매도 하고 시간 여유를 두고 왔다면 보현이도 정신 나갈 때까지 뛰어놀았을 텐데 아빠가 준비가 부족했네요.
'나현아, 오늘 어땠어? 재미있었어?'
'네. 완전 재미있었어요. 여기는 제 최애(愛) 박물관이에요.'
익산에 온 소기의 목적은 충분히 달성했습니다. 이제 맛 좋다는 전북의 맛집에 데려가서 입도 즐겁게 해줄 시간입니다.
[연계 여행 정보]
- 최적 시즌 : 10월 중하순(보석대축제, 익산 천만송이국화축제), 4월 중하순(보석대축제)
*주) 익산 보석대축제는 4월과 10월, 1년에 2회 개최합니다.
- 연계 여행지 : 미륵사지(석탑), 왕궁리유적, 아가페정원, 익산 교도소세트장
- 교통 : 서울시청에서 191km, 대전시청에서 62km, 광주시청에서 111km, 익산역에서 18km
(서울-익산T) 남부T에서 1일 5회, 편도 3시간
(광주/부산) 광주T에서 1일 14회, 편도 1시간 25분 / 부산T에서 1일 7회, 편도 3시간 15분
(익산T~) 시내버스 편(73번). 동익산 승차 / 보석박물관 하차. 1일 4회, 편도 1시간 10분 내외
*버스 편 문의 : 보석박물관 관광안내소 / 063-859-4645, 익산시 교통행정과 / 063-859-7258
- 먹거리 : 황등(육회)비빔밥, 마마닭볶음탕(이상 향토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