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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pd 알멋 정기조 Apr 20. 2024

아이들에게 주는 특별한 경험,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

국내 최고의 공연장에서 국내 최고 클래식 악단들의 공연을 만나다


#서울여행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 #클래식공연


자녀가 있으시다면 아마 아이들에게 악기에 대해 설명해 주신 적 있으실 겁니다. 클라리넷과 오보에, 트럼펫과 트롬본을 구분하는 방법 같은 것 말이지요. 어차피 학교에서 음악 시간에 악기도 배우고 음악사도 배우고 할 테니, 자주 듣고 안 듣고와 상관없이 클래식은 아이들에게도 기본 소양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클래식 공연을 한 번쯤 경험해 보는 것은 충분히 의미가 있는 일임에 틀림없습니다.


매년 4월 예술의전당에서는 교향악축제가 열립니다. 벌써 36년째인 유서 깊은 음악 축제지요. 전국의 유수 교향악단이 이곳에서 거의 한달 내내 돌아가면서 명품 공연을 펼치는데, 악단 입장에서는 꿈의 무대라고 할 수 있는 국내 최고의 공연장에서 펼치는 무대인 데다가 타 악단과의 실력 비교도 되는 까닭에 그야말로 혼신을 다해 준비하는 무대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가격은 보통의 S급 공연에 비해 훨씬 저렴합니다.


 *주) 최고 등급인 R석 기준으로 교향악축제는 5만 원이지만, S급 공연들은 10만 원 이상은 기본이고 해외 유명 연주자 초청의 경우에는 20만 원을 훌쩍 넘기도 합니다.



'나현아, 내일(음악회 당일) 저녁에는 숙제할 시간 없으니까 오늘 미리 다 해 놔라.'

'아빠, 내일 저녁에 어디 가요?'


아예 공연 당일에 반차를 냈습니다. 오후에 나현이가 학원 갔다 오는 대로 바로 출발하기로 했지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19:30 공연이라 퇴근하고 아이까지 픽업해서 가려면 시간을 맞출 수가 없습니다. 또 퇴근길 서초동 700번지 예술의전당으로 가는 길은 워낙 막혀서 시간을 장담할 수 없기도 하고, 도착해서도 주차 공간이 없어 고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려면 나현이가 전날에 숙제를 미리 다 해놔야 합니다. 어쩔 수 없이 공부 잔소리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보현이는 어려서 공연장에 들어갈 수 없어서 나현이만 데리고 갑니다. 공식적으로도 초등학생은 되어야 입장이 가능하고, 또 휴식 포함 두 시간 반 가까이하는 공연을 '아' 소리 안 내고 조용히 들으려면 고학년은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이 우리나라에 남긴 여러 의미가 있는데 그중 하나는 여러 인프라가 갖춰졌다는 것입니다. 이전 글 '서대문형무소역사관' 편에서도 언급했듯이 우리 사회의 여러 치부들이 정비되기도 했고, 또 이렇게 예술의전당(이하 '예당')처럼 올림픽 개최국 '격'에 맞게 여러 품격 있는 시설들이 갖춰지기도 했습니다. 이런 일환으로 예당은 1982년에 기획되어 1984년에 착공, 1988년·1993년 2차에 걸쳐 완공되었습니다.


음악당이 완공된 다음 해인 1989년부터 교향악축제는 매년 여기 콘서트홀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내로라하는 악단과 지휘자들의 연주들 중에서 저는 17일 김천 필하모닉을 골랐습니다. 저는 악단이나 지휘자의 명성보다는 레퍼토리를 보고 고르는 편인데, 제가 보기에는 김천 필의 프로그램이 가장 좋았거든요. 이 날의 레퍼토리는 아래와 같았습니다.


베토벤(L.V.Beethoven)의 에그몬트 서곡( 'Egmont' Op.84 - Overture),

라흐마니노프(S.V.Rachmaninov)의 피아노 협주곡 2번(Piano Concerto No.2 in C minor Op.18),

드보르작(A.L.Dvorak)의 교향곡 8번(Symphony No.8 in G Major Op.88)


교향악축제의 프로그램 중에는 현대 음악 쪽 비중이 적지 않은 편인데, 왜냐하면 현대 음악이 고전 음악보다 교향악 스케일이 크고 오케스트레이션도 발전되었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악단 본인들의 실력을 충분히 보여주겠노라는 생각도 있겠지요. 하지만 관객들, 특히나 나현이 같은 초심자에게는 현대 음악은 좀 생소할 수밖에 없습니다. 처음 배우는 바이엘은 쉽고 친숙한 게 좋겠습니다.





'나현아, 공연 중에는 다른 사람 방해하니까 절대로 떠들면 안 돼.'

'4개 연주할 건데, 두 번째는 3부로 나뉘어 있고 세 번째는 4부로 나뉘어 있어. 1~2부나 2~3부 사이에는 박수 치면 안 되고 끝까지 모두 다 연주하고 나서 박수 치는 거야.'

'15분 정도 쉬는 시간 말고는 중간에 나갈 수 없어. 피곤하면 자도 되지만 나가겠다고 떼쓰면 안 돼.'


나현이는 생전 처음 음악회를 보러 왔습니다. 저도 나현이 낳고는 10여 년만에 처음입니다. 여러 가지로 걱정되어 OHT(On-the-'House'-Training)를 실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잘할 테지만 아무래도 처음이라 걱정되는 게 어쩔 수 없는 부모 마음입니다. 예당까지 가는 차 안에서도 이미지트레이닝 차 오늘의 레퍼토리를 먼저 음반 연주로 들려줬습니다.


퇴근 시간 전에 일찌감치 도착했더니 주차도 여유가 있어 좋습니다. 오페라하우스 쪽 주차장과 음악당 쪽 주차장이 있는데, 당연히 음악당 주차장이 가깝고 그만큼 일찍 만차가 됩니다만 오늘은 여유 있게 자리를 잡았네요. 평소에는 대기 신세를 면치 못하는 음악당 앞 레스토랑도 어렵지 않게 앉아 미리 배를 채웠습니다.



공연 중인 세계음악분수 (2015년 4월 촬영)


9년 만에 와 보니 이렇게 야외에서 무료 관람도 할 수 있게 시설을 해놓았더군요. 마치 길거리응원이나 파크콘서트처럼 앉아서 대형 전광판을 보며 음악회를 라이브로 볼 수 있습니다. 어플로도 볼 수 있는 것 같네요. 다만 4월 저녁 날씨는 계속 앉아 있기에는 꽤 쌀쌀했습니다.


아쉽게도 예당의 명물 세계음악분수는 멈춰 있었습니다. 전국 곳곳에 있는 음악분수의 원조 격인 명물이랍니다. 전에는 분명히 4월 교향악축제 기간에도 공연했었는데 지금은 5월부터 가동한다고 하네요. 명색이 4월 내내 교향악축제 기간인데 4월에도 공연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덴 돈 아끼지 맙시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명소가 있습니다. 바로 음악당 내 레코드 가게(예전레코드)입니다. 전에도 항상 예당 올 때면 기념품처럼 CD 음반 하나씩 샀었는데, 그때처럼 이번에도 빠지지 않고 들러 음반 하나와 책 하나를 샀습니다. 


'나현아, 잠깐 이리 와봐. 사진 찍자.'


전과 달리 포토존도 생겼네요. 공연 시간 직전 직후는 줄 서야 되니 미리 도착하셔서 찍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여행 책이니 자세한 레퍼토리의 리뷰는 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역시 공연장에서 라이브로 듣는 음악은 레코드와 들을 때와는 질부터 다릅니다. 스마트폰 OTT 감상과 영화관 직관의 차이를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전에 제가 썼던 아래 글을 참조하시면 좀더 이해에 도움이 되실 것입니다.


'음악이 없는 음악 평론' 6화 : 라이브(live)의 매력 (brunch.co.kr)


원래 공연 시작하면 사진을 찍을 수 없습니다. 그래도 현장감을 조금이라도 전달해 드리기 위해 연주 끝나고 박수칠 때, 그리고 앙코르 공연할 때 살짝 일탈 행위를 했습니다.


'볼만했어? 우리 나현이 얌전히 잘 있고 참 잘했어.'


걱정과는 달리 두세 번 몸을 비튼 것 말고는 나현이가 잘 버텨주었습니다. 음악회 매너도 비교적 잘 지켜주었고요. 결혼 전에는 교향악축제 거의 매년 보다시피 했는데, 보현이만 좀더 크면 온 가족이 자주 음악회를 다녀야겠습니다.



[연계 여행 정보]

- 최적 시즌 : 4월(교향악축제), 8월 중·하순(여름음악축제)

- 연계 여행지 : 예당 한가람미술관, 국립중앙도서관, 서리풀악기거리, 세빛둥둥섬, SETEC


- 교통 : 서울역에서 13km, 동서울터미널에서 15km, 인천공항에서 65km

           (대중교통) 서울 3호선 남부터미널역에서 도보 10여 분(700m),

                          서울 2호선 방배역에서 마을버스 서초17번. 편도 10분.


- 먹거리 : 예당 모차르트502, 예당 비타민스테이션 내 입점 가게, 방배역먹자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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