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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pd 알멋 정기조 Nov 01. 2024

감히 대한민국 제일이라 말한다, 무주 '덕유산 중봉'

왕복 3km 최하 난이도 산길만 가도 볼 수 있는 가성비 제일의 풍경


#무주여행 #덕유산 #덕유산중봉 #덕유평전


최근 전국에 있는 주요 모노레일들은 주말에 예약하기가 정말 쉽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조망이 좋은 높은 곳에 가고 싶은 생각은 있으나 힘든 산행은 싫어서입니다. 물론 노약자·연소자 같은 경우에는 당연히 산행이 어렵겠습니다만 젊은 사람들 중에서도 이렇게 산행을 기피하는 분들이 많기에 이렇게 모노레일이나 케이블카 등이 인기가 있는 것이겠습니다.


전에 제가 펴냈었던 <대한민국 여행 킬러 콘텐츠>에서도 소개했던 덕유산은 해발 1,525m 설천봉 정상에 전혀 힘들이지 않고 곤도라로 오를 수 있고, 거기에서 완만한 길로 600m 남짓 오르면 덕유산 전체 정상이자 우리나라에서 4번째로 높은 봉우리인 1,614m 향적봉까지 오를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습니다. 그러나 덕유산의 최고 절경은 다음 봉우리 중봉(제이덕유산, 1,594m)에 가야 비로소 볼 수 있습니다. 중봉까지 가는 길은 우리나라 설경의 제일로 이름나 있습니다만, 눈이 없는 평시에도 중봉의 경치는 가히 우리나라 절경의 으뜸을 다툴 만큼 빼어납니다.





'아, 미치겠다. 어떻게 하지.'

'아빠, 이제 어떻게 할 거예요?'


덕유산에 오를 생각에 리조트에서 조식까지 충분히 먹고 곤도라 탑승장에 도착했는데 안내방송이 나옵니다. 정상 부근의 강풍으로 곤도라가 멈춰 있습니다. 날씨는 비교적 맑은데 생각지도 못한 날벼락입니다.


날씨 예보를 살피니 오후에는 바람이 더 강해질 것 같습니다. 오늘 장사는 물 건너갔습니다. 탑승장 주변에 예쁘게 핀 코스모스나 좀 구경하고 결국 대체지로 이동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오늘 숙제 미리 다 해놓고 얼른 자. 내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지난번에 못탄 곤도라 타러 갈 거야.'

'와, 지난주에 거기를 또 간다고요?'


결국 제 선택은 다음 주 일요일 아침 일찍 당일치기로 다시 덕유산에 오는 것이었습니다. 나현이와 꼭 덕유산에 가야 되겠고 그렇다고 또다시 숙박까지 하면서 오기는 일정상 재정상 어렵기에, 제가 좀 무리해서라도 일요일 당일치기로 해답 풀이를 한 것이지요. 토요일은 정체가 심하지만 일요일 아침에는 막히지 않고 올 수 있거든요. 넉넉잡아 서울에서 3시간이면 충분히 무주까지 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평소보다 애들을 빨리 깨워서 7시경 출발, 정확히 10시에 덕유산 곤도라 탑승장에 도착했습니다. 지난주보다 날은 더 흐렸지만 바람은 잔잔합니다. 곤도라도 이미 움직이고 있네요. 벌써부터 주차장이 꽉 찰 정도로 사람들이 와 있습니다. 덕유산 이(二)고초려에 성공했습니다.





사람들 마음이 똑같은가 봅니다. 오전에 올라갔다가 내려와서 점심을 먹고 이동하겠다는 것이지요. 한편으로는 높은 산이다 보니 날씨가 변화무쌍해서, 지금은 괜찮아도 나중에는 기상 악화로 못 올라가거나 못 내려올 가능성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오전부터 서둘러 올라가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그런데 이렇게 붐빌 때 올라가니 좀 별로였습니다. 곤도라가 최대 8인승이라서 저희 가족 외에도 다른 사람들이 같이 타게 됐고, 그러다 보니 곤도라 올라가는 20분 동안 얼음이 되고 말았네요. 반면 내려올 때는 사람이 붐비지 않아 저희 가족만 탈 수 있었고, 그래서 편하게 대화하고 사진도 찍고 그럴 수 있었습니다.


기상 조건이 괜찮다면 가급적 점심을 챙겨 먹고 올라가는 게 보다 한가로운 이동이 될 것 같습니다.





조금 어색한 20분을 견디고 나니 어렵지 않게 설천봉(1,525m)에 올랐습니다. 탑승장 아래에서는 그렇지 않았는데 여기는 짙은 구름 안개에다가 부슬부슬 비까지 내립니다. 바람도 세차졌습니다. 역시 높은 산에 오르면 변수가 많습니다.


여기 설천봉 휴게소에서는 커피 같은 음료와 돈가스·국밥·어묵, 심지어는 막걸리도 팝니다. 기상 조건이 좋지 않으면 여기에서 차를 마시며 쉴 수 있고, 점심 일정이 애매하다면 여기에서 식사를 해결할 수도 있습니다. 이미 저쪽 테이블은 막걸리가 여럿 쌓여 있네요.


'아빠, 많이 올라가야 돼요?'

'나현이 향적봉 가 봤잖아. 조금만 가면 돼. 600m라고 쓰여 있네.'


저 앞에 향적봉으로 오르는 길이 보입니다. 날씨가 그다지 좋지 않아 걱정하는 나현이를 달래며 길에 오릅니다. 보현이는 아직 어려서 별 생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설천봉에서 향적봉 정상으로 가는 길은 데크로 잘 정비가 되어 있습니다. 눈이 쌓인 겨울만 아니라면 큰 어려움 없이 오를 수 있는 코스이고, 나이 많은 어르신이나 보현이보다 어린아이들도 올라가는 게 눈에 띕니다. 무식하게 계산하면 경사도가 9º(=sin 90m/600m)쯤 되니 등산 난이도로는 '최하(下)'입니다.


다만 정상 부근의 초목이 없는 구간에 오르면 고산(高山) 답게 세찬 바람이 불고 구름이 앞을 가립니다. 전에 '한라산 윗세오름' 편에서도 언급했지만, 1km 올라가면 6.5℃씩 추워지니 1,600m 향적봉은 지표보다는 거의 10℃는 낮게 됩니다. 계절에 따라서는 아이들의 방한(장갑 포함) 대책을 세워야 되고, 갑자기 내릴 수 있는 비에 대비하여 비옷이나 후드 재킷을 준비하는 게 좋겠습니다.


해발 1,700m에 있는 고상화원, 한라산 '윗세오름'





20분 정도 지나 덕유산 정상인 향적봉(1,614m)에 올랐습니다. 정상 비석에서는 줄 서서 사진 찍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올라와 있습니다.


하지만 구름이 짙게 껴서 전망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고 갑자기 비까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미션 수행을 위해 나현이는 비를 맞더라도 중봉까지 데려갈 생각입니다만, 어린 보현이는 데려가기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아쉽지만 보현이는 엄마와 함께 설천봉 휴게소로 내려 보냈습니다.


혹시 너무 기상 상태가 안 좋다면, 100m 거리에 있는 향적봉 대피소에 가서 잠시 날이 좋아지기를 기다리는 것도 방법입니다. 후술 하겠지만 고산지대의 날씨는 그야말로 변화무쌍입니다.


'아빠, 저도 내려가면 안 돼요?'

'안돼. 너 여기 데려오려고 일부러 온 건데, 너는 (적어도) 중봉까지는 가야 돼.'


비 오는 날 기꺼이 산길 걷겠다는 아이는 없습니다. 단속해서라도 좀 데려갈 필요가 있습니다.





중봉(제2덕유산)으로 가는 길은 편도 약 1km, 시간으로는 편도 30분 이내입니다. 향적봉과의 고도 차이가 거의 없어서 앞서 올라온 길보다 경사는 더 없으며, 다만 포장되지 않은 산길·돌길이라는 점만 유의하면 됩니다.


가는 길 중간에는 저렇게 멋들어지게 생긴 고사목들이 종종 보입니다.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 간다는 이 나무들은 중봉 가는 능선길의 랜드마크입니다. 이 나무들을 중심으로 겨울에는 여기가 우리나라 최고의 설경을 뽐내는 곳이 된다고 합니다.


저는 사람이 없어 한적하면서도 이렇게 구름이 짙게 낀 길을 약간의 비와 함께 걷는 게 참으로 운치 있더라고요. 나현이도 이런 마음을 조금이라도 느껴 봤으면 하는 바람으로 길을 걸었습니다.





'여기가 중봉인가? 우와, 나현아 여기 대박이다!'


드디어 덕유산 중봉(1,594m)입니다. 정상석이 따로 없는데, 주변에 여기보다 높은 곳은 아무 데도 없어 누가 봐도 여기가 중봉 정상임을 알 수 있습니다.


하늘도 나현이를 맞이한다고 구름을 조금 걷어 주었습니다. 저 멀리 백암봉(1,503m), 동엽령(1,270m), 무룡산(1,492m), 삿갓봉(1,410m), 남덕유산(1,507m)으로 이어지는, 소위 '덕유산맥'이라 불리는 높은 산세에 구름이 빠르게 걸려 넘어가는 기가 막힌 절경을 보여 줍니다. 흐린 날씨라 오히려 더 전망이 대박입니다.


높은 산이다 보니 구름이 정말 빠르게 모였다가 흩어집니다. 앞이 안 보일 정도로 구름이 빽빽하다가도 순식간에 구름이 사라지고 저 멀리까지 보입니다. 구름이 이렇게 빠르게 지나가는 걸 나현이는 처음 봤을 것입니다.


중봉 아래 백암봉 쪽으로 넘어가는 방향으로 보이는 넓은 곳은 덕유평전이라 부릅니다. 사방으로 탁 트인 전망에서 마치 꿈길처럼 걷는 능선인 것이, 먼저 '한라산 윗세오름' 편에서 소개했던 '선작지왓'을 연상케 합니다. 체력이 허락한다면 덕유평전 길도 쭉 걸어보고 싶었으나, 저는 몰라도 나현이에게는 좀 무리일 것 같아 중봉에서 발을 돌렸습니다. 만약 덕유평전(1,480m)에 간다면 돌아오는 길은 약 100m 정도 오르는 산행길이 되거든요.


곤도라를 타고 올라온 사람의 거의 90% 이상은 향적봉만 찍고 돌아가는 것 같은데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나중에 보현이도 조금 더 크면 여기에 꼭 데려오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다시 향적봉으로 돌아왔습니다. 언제 그랬냐는 듯 비도 그치고 구름들이 많이 사라져 저 멀리 전망도 잘 보입니다. 보현이가 이걸 못 본게 참으로 아쉽네요.


뭐 그래도 보현이는 행복할 겁니다. 먼저 내려가서 설천봉 휴게소에서 좋아하는 감자튀김을 폭풍 흡입하고 있다고 하니 말이지요. 다음에는 비가 와도 안 봐주고 중봉까지 끌고 갈 겁니다.



[연계 여행 정보]

- 최적 시즌 :  5월 말경(철쭉), 12월~2월(설경)

- 연계 여행지 : 무주구천동 33경 및 드라이브 코스, 무주 반디랜드


- 교통 : 서울시청에서 235km, 대전역에서 74km

           (서울-무주T) 서울남부터미널에서 1일 4회, 편도 2시간 30분

           (무주T-덕유산리조트) 터미널 인근에서 덕유산리조트 셔틀버스 편. 1일 4회, 편도 55분

                            시외버스 편. 1일 6회, 편도 45분 / 군내버스 편. 1일 5회, 편도 55분

            *버스 편 문의 : 무주 덕유산 리조트 / 063-320-7113, 무주터미널 / 063-322-2245


- 먹거리 : 표고버섯 국밥, 어죽, 도리뱅뱅이(향토 음식), 기타 관내 한정식, 전골, 카페 등


덕유산 설경

                           *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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