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성아 Apr 08. 2024

의외의 것을 섞어 새로움을 주는 '뉴믹스커피'

'스노우엠 크리에이티브 김규림 디렉터, 고은지, 서원 브랜드 매니저' 

1. 아이디어 회의부터 브랜드 론칭까지 6개월 걸렸습니다.


초창기에는 3명의 팀원이 아이템 선정부터 부동산 계약, 디자인, 매장 오픈까지 맡았습니다. 처음에 온라인으로 '창업 캠프'를 열었어요. F&B 창업을 맡았기 때문에 큰 틀은 '코리안 드링크'였습니다. 각자 3개씩 아이디어를 가져와서 총 9개가 모였어요. 수정과, 식혜 등이 있었습니다. 9개 후보를 모두 용의 선상에 놓고, 프레젠테이션을 했습니다. 그런데 믹스커피를 발표할 때 다들 '아, 이거다'하더라고요. 정말 좋은 건 직관적으로 알아보잖아요. 처음부터 잘 될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아이템이 정해지고 나서 바로 부동산을 계약했어요. 거래 확정까지 한 달 정도 걸린 것 같습니다. 그렇게 다음, 다음 일을 하다 보니 어느 순간 브랜드가 나왔어요.



2. '외국인이 한국에서 꼭 사가는 커피'가 되는 게 목표입니다. 


아이템 확정 후 바로 커피 시장 규모를 봤는데, 전체시장은 점차 커지는데 믹스커피 제조업은 하락세였습니다. 지는 시장에 들어가는 게 맞는 걸까? 시장 논리대로라면 크는 시장에 뛰어드는 게 맞지 않을까?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믹스커피야말로 인지도 100%인 상품인데, 이보다 더 좋은 베이스가 있을까. 흔하디 흔한걸 재해석할 때 더 파격적이니까요. 


그런데 자료조사하며 깜짝 놀란 게 믹스커피 수출상황이었습니다. 국내에서 믹스커피 제조업을 동서식품('맥심 커피믹스')이 꽉 쥐고 있어요. 그런데 그건 수출을 못하고 있었던 겁니다. 해외 판권을 미국의 몬델리즈사가 갖고 있어서, 마음대로 팔 수 없었던 거죠. 그 사실을 알고 나니 굉장히 아쉽더라고요. 그래서 저희 목표가 '외국인이 한국에서 꼭 사가는 커피'가 되는 겁니다. 베트남에 가든 싱가포르를 가든 꼭 사 오는 커피가 있는데, 왜 한국은 그런 커피가 없을까? 믹스커피를 '코리아 전통 커피'로 알리면 좋을 거 같았습니다. 1976년에 우리나라에서 처음 개발한 제품이거든요.



3. 브랜드 기획은 '유니폼'부터 시작했습니다.


브랜드 기획을 할 때 가장 먼저 유니폼을 기획했습니다. 유니폼 디자인을 벽에 붙여 두고, 그걸 중심으로 브랜딩을 전개해 나갔어요. "이런 느낌의 옷을 입은 분들이 우리 매장에 오면 1차적으로는 성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초기 브랜딩일수록 브랜딩 타깃은 뾰족해야 손님들이 따라옵니다. 어느 정도로 구체적이었냐면, "우리 매장을 찾는 분들은 이런 브랜드의 제품을 입을 거야"라는 목록까지 있었습니다. 


저희의 브랜드 타깃은 '도심에서 굉장히 역동적이고 에너제틱한 삶을 사는 사람들'입니다. 이미지를 잡기 위해 '뉴코리안'하면 연상되는 사진을 하나의 폴더로 모았어요. 처음에는 그 이미지가 막연하잖아요. 그런데 나중에 보니 점프슈트를 입고 있는 사진이 유독 많았습니다. 지금은 많이 정제된 버전인데 사실 처음에는 여기저기 찢긴 나시티에 면바지, 마치 공사장 인부 같은 이미지도 있었습니다.



4. 팀 빌딩, 사람을 믹스했습니다.


팀원 모두 F&B경험이 없습니다. 그걸 일부러 의도했어요. '경험의 함정'을 피하고 싶었거든요. 정말 해보지 않은 분야라서 "해보자"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이 있잖아요. 사실 저는(김규림 님) 제품 기획자로 오래 일했기 때문에 디자인 시안만 보고도 '된다, 안된다'가 어느 정도 가늠돼요. 그래서 종이컵 굿즈의 경우 "하지 말자"라고 한 적도 있는데 은지 님이 "한번 더 해볼게요"해서 제작이 된 거예요. 부동산 거래도 '사장님이 저 가격에 안 해주실 것 같은데' 했는데 원 님이 가방 메고 나가더니 계약해 오셨고요. 0에서 1을 만들 때는 경험이 일종의 '함정'이 될 수 있는 거죠.


뉴믹스팀에서 제가(서원님) 제일 많이 느낀 게 '그동안은 50에서 100을 만드는 일을 했다'는 거예요. 50에서 출발하면 가속도가 붙어 금방 60, 70까지 가거든요. 이전 회사에서도 영업, 물류, 회계, 인사까지 안 해 본일이 없습니다. 그런데 정말 '0'에서 시작하니 1로 가는 게 너무 힘들더라고요. 매장 전기 증설하려고 한국전기공사에 몇 번이고 전화하고, 사업자등록증 신고하러 구청을 몇 번이 나가고. 모든 자영업자, 창업자분들을 저절로 존경하게 됐습니다. 



5. 의외의 것을 섞어 새로움을 주는 브랜드가 될 겁니다.


그란데클립의 모토가 '사소한 것을 위대하게'입니다. 사소한걸 위대하게 보는 법은 바로 '재조명'입니다. 아무도 조명하지 않는 장소, 브랜드를 발굴하고 세상에 알리는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틈날 때마다 새로운 브랜드, 장소를 디깅 하는데, 동시에 '왜 이건 관심을 끌지 못했을까?' '어떻게 하면 주목받을 수 있을까?'를 고민합니다. 저희의 최종목표는 해외에 '믹스커피'를 알리는 겁니다. 콩글리시라, 외국인은 아무도 못 알아듣거든요. 김치, 불고기처럼 이름만 들어도 '한국식 가루 커피'를 떠올렸으면 좋겠어요. 그다음으로는 해외에서 하얗게 에너지를 불태워을 때 생각나는 음료가 됐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는 의외의 것을 믹스했을 때 새로운 게 나오는 신선함과 짜릿함을 전하는 브랜드가 되고 싶습니다 마치 악동처럼요.



6. 깊은 관점을 넓게 쓸 수 있어야 합니다.


흔히 전문가의 영역은 하나의 우물을 깊이 파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그 분야의 오래된 전문가를 찾기 마련인데 뉴믹스커피를 만든 팀은 오히려 전혀 다른 분야에 있었던 팀원들이었습니다. 대신 각자의 분야에서는 깊은 관점을 만들어낸 사람들입니다. 세상에 완전한 새로운 것은 없다고 말합니다. 다만, 기존의 관점들을 다양한 각도에서 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그러니 이제 새로운 브랜딩 방법을 찾는다면 자신만의 깊은 관점을 넓게 쓸 수 있어야 합니다. 





아티클 원문 : https://www.folin.co/article/6928


매거진의 이전글 꾸준함의 미학, '기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