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과 전문성은 들려야 한다.
캐스터 출신 치과위생사의 스피치 브랜딩
"사랑합니다. 고객님~" 종종 카드사나 각종 광고 전화에서 만나는 인사말이다. 이 문장을 듣고 직원이 나를 정말 사랑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가?라고 물으면 아무도 그렇다고 대답하지 않을 것이다. 흔히 영혼 없는 멘트라고 할 정도이니 말이다. 그런데 이게 비단 광고 전화에서만 느낄 수 있는 느낌일까? 수많은 서비스직에서 들을 법한 문장과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느낌이다. 더불어 의료계 또한 못지않을 것이다.
특히나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응대가 늘어났다. 우리 병원의 SNS와 메시지의 활성화, 그리고 전화응대가 늘어나며 이전보다 더 빠르게 우리가 쓰는 문장 하나로 병원의 이미지가 결정된다. 즉, 나의 사소한 한마디가 우리 병원의 브랜딩에 더욱 빠르고 크게 기여한다는 말이다. 더불어 요즘은 종합병원뿐만 아니라 치과에서도 콜센터 운영이나 전화응대 직원을 따로 채용할 만큼 비대면 응대에 기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원격진료와 원격상담이 가능해진 시대가 열린 만큼 환자들은 마음에 드는 병원만을 방문하는 선택적 대면의 비율이 더욱 높아질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병원에서는 환자의 내원율을 올리기 위한 마케팅에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할애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행히 비대면 응대에서 우리 병원의 브랜딩이 잘 되었다면 직접적인 방문, 즉 대면 응대로 넘어가게 된다.
이때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의료 서비스는 사람이 사람에게 제공한다는 것이다. 같은 진료를 받고 같은 설명을 듣더라도 의료진의 표현 방법에 따라 그 느낌은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환자는 빠르고 편리한 진료를 받더라도 퉁명스러운 표정, 반말도 존댓말도 아닌 어투로 나를 가르치려고 하는 의료진에게 더 이상 치료를 받고 싶어 하지 않는다. 상담을 하다 보면 환자분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때문에 직접적인 치료를 해주는 의료진에게 말은 못 하지만 상담자에게 불만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저 원장님 너무 무섭게 말을 해요. 내가 원장님한테 직접 말도 못 하겠고... 다른 원장님한테 진료받으면 안 될까요?" 전문의라는 것도 알겠고 치료 잘하는 것도 알겠는데 소리를 자주 질러서 무서워서 그래요." , "저기... 저번에 나 스케일링 해준 선생님 말고 다른 사람이 진료 봐주면 안 될까? 아프다고 했는데 내 말 잘 안 듣는 거 같고 원래 그런 거라고 하고.. 무엇보다 경력이 얼마 안 된 거 같아. 목소리가 많이 어려 보이던데.. 경력 많은 사람이 나 봐줬으면 좋겠어."
이처럼 환자들은 의료진이 다정다감하고 신뢰를 주길 원한다.
혹시 '메라비언의 법칙'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심리학과 명예교수이자 심리학자인 앨버트 메라비언(Albert Mehrabian, 1939 ~ )이 발표한 이론으로 상대방에 대한 인상이나 호감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목소리는 38%, 보디랭귀지는 55%의 영향을 미치는 반면, 말하는 내용은 겨우 7%만 작용한다는 이론을 말한다. 즉, 효과적인 소통에 있어 말보다 비언어적 요소인 시각과 청각에 의해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메라비안의 법칙 (시사상식사전, pmg 지식 엔진 연구소)
특히나 치과는 눈을 가리고 진료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무엇보다 메라비언의 법칙이 더욱 크게 작용한다. 이제는 웬만한 의료지식은 인터넷이라는 방대한 자료의 바다로 인해 환자들이 습득할 수 있다. 그리고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치과가 더 많아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환자들은 자신의 상태를 잘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상담을 하다 보면 깜짝 놀라는 순간이 종종 있다. 치아 번호나 인레이, 크라운 등 치과 재료에 대한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물어보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임플란트 수술을 위한 상악동 거상술을 동반한 뼈이식이 필요하다고 먼저 이야기하며 치료 술식을 영상으로 찾아보고 와서 구태여 설명할 필요가 없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전문성에 대한 강점은 우리 병원 브랜딩의 차별성으로 내세우기에 약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오히려 디지털 치의학이 발달되고 있는 만큼 의료진의 손기술에 의존한 진료가 대체되고 있다. 의료기술의 발전으로 이런 간극이 줄어들고 있는데 그 의료기술을 다루는 의료진 역시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이제는 환자 만족을 넘어 환자 경험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우리가 전달하는 의료 서비스는 화려한 상술(商術)이 아닌 진료와 진단에 대한 상술(詳述)이 필요하다. 선택적 대면을 선택하는 환자들은 더욱 영민하다. "사랑합니다. 고객님."과 같은 영혼 없는 말에 더 이상 속지 않는다. 이제는 알고 있다. 진짜 업을 사랑하고 함께하는 팀원을 신뢰하며 하고 있는 일의 가치를 생각하는 의료진의 진심의 말을 말이다. 그래서 의료계는 스피치 브랜딩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