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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 Oct 27. 2022

글을 50개 쓰는 동안

이렇게 좋은 글쓰기

이 글로써 브런치에 글을 50개 올리게 되었다. 처음에 글을 쓴 이유는 육아휴직 기간을 그저 흘려보내지 않고 기억에 붙잡아 두기 위해 쓰기 위해서였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 이야기, 내 주변 이야기, 내 생각, 이런저런 일들을 쓰게 되었다. 일주일에 많으면 2번, 보통 1번 정도, 그나마도 못 올리는 주도 있었지만 그럭저럭 하다 보니 글을 50개 쓰게 되었다. 다른 작가님들의 글 목록들을 보면 수백 개의 글을 올리신 분들도 많았지만 나는 언제나 글을 쓰기 전에 결심을 하고서야 키보드를 누를 수 있었다. 생각나는 대로 거침없이 쓰는 것이라고들 말해도 그 생각들이 조악하기 그지없어 그냥 앉아 있으면 베렐렐레 외계어밖에 나오지 않았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어중간한 글들이었지만 온전히 내 생각만을 담은 글을 누군가가 언제나 볼 수 있는 공간에 올린다는 것은 글자 하나하나 자체 검열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완벽히 순수하지만은 않은 글이지만 분명한 것은 이것은 내 가 쓴 글이고 그 순간의 내 생각이 온전히 담겼다는 사실이었다.


이제 50개의 글을 썼다.

시간도 처음 브런치 작가가 된 이후로 5개월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나는 뭐가 바뀌었나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다.


가장 큰 것은 그냥 나로서 살게 되었다는 것이다. 비교를 멈추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곁눈질로 옆에 선 다른 아이를 무의식적으로 바라보며 내 아이에게 없는 것을 찾았던 모습,

뭐든 열심히 하고 능력이 출중해서 연구도 많이 하고 말도 잘하는 옆 반 선생님에게 한없이 작아졌던 모습,

성실하지 않게 끈만 이어가고 있는 수영 실력이지만 잘하는 누군가를 보면서 도망가고 싶었던 모습 등

그러했던 작은  모습을 그냥 인정하고 그럴 수도 있지 하고  쓰려가벼이 넘길  있게 되었다.

작고 보잘것없는 나에게 매몰되지 않고 그냥 이것으로 충분하다고, 나도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큰 변화인 것 같다. 내가 가진 것이 크진 않아도 누구랑 꼭 비교해서 멋진 것이 아니라 그냥 나로서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을 평소에 느끼기 힘들었지만 글을 쓰는 순간에는 느낄 수 있었다.


같은 동학년 선생님 중에는 수학을 엄청 잘하시는 분이 계신다. 아이들에게 기본적인 증명부터 차근차근 알려주시고 재능이 있는 아이를 발굴하실 수 있는 눈을 갖고 계신다.

또 그 옆반 선생님은 이번에 새로 책을 출간하셨다. 너무 따뜻하고 공감되는 좋은 책이었다. 동화책도 몇 권 쓰셔서 계약을 마치고 일러스트 작업을 하고 계신다고 하셨다.

우리 학년 부장 선생님은 능력이 너무 많아 일일이 꼽기 힘들 지경이다. 풍물, 연극, 뮤지컬, 환경 등 다방면에 관심이 많고 지도 경력도 오래되어서 아이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 주신다.

또 마지막 한 분은 너무 젊은 선생님이라서 그 나이와 열정과 체력이 부럽다.

나는?

물음표 뒤에는 더 붙일 말이 없지만 그냥 나는 나이고 우리 반 아이들의 선생님은 그분들이 아니라 나이기에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을 하고 있다. 예전 같으면 참 많이 좌절하고 힘들어했을 테지만 지금은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길 수 있고 진심으로 부럽지만 내가 못 가진 능력에 안달복달하진 않는다. 글을 쓰고 난 후 가장 큰 변화였다.


그리고 또 무엇이 달라졌을까?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게 되었다는 것이다.

짜증과 불만이 가득한 사람이었다.

얼굴은 웃고 있지만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차가워 보인다는 말도 여러 번 들은 것 같다.

속으로는 물렁물렁하지만 겉은 딱딱한 게처럼, 두꺼운 자기 방어의 갑옷을 입고 나를 보호하는데 급급하여 부정적인 눈으로 세상을 보거나 그마저도 내 안에 갇혀 있었다.

그런데 글을 쓰면서 왜 저렇지? 저 사람의 마음은 무엇일까?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한번 더 생각하고 말할걸. 반성을 하고 공감을 하게 되었다.

불같은 성격이 바뀐 것은 아니지만 한 번 더 생각하고 행동하게 되었다.

내가 보는 것 너머의 것을 보려고 노력을 했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한 것을 글로 쓰면 정리가 되고 해소되는 경험을 몇 차례 하다 보니 나쁜 일도 꼭 나쁘게 보지 않고 그 안에서 긍정적인 것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나에게 나쁘게 대하는 사람에게 글 쓰기 전이라면 두고두고 욕을 하고 다른 사람에게 험담을 전했겠지만 지금은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게 된 것이다. 참 큰 변화다.



마지막으로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을 더욱 사랑하게 되었다.

물론 맨날 입씨름하고 잔소리를 달고 있지만 내 아이, 내 남편, 나의 학생들을 더욱 따뜻하게 볼 수 있게 된 점. 그 점도 글을 쓰고 달라진 점 중 하나다.

친절하려고 노력을 한다. 말 하나라도 가슴에 박히는 말을 하지 않고 포근하게 감싸줄 수 있는 말을 하려고 한다. 그것이 안 되는 때도 많고 참기 힘들 정도로 화가 나는 날도 있지만 그래도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 나도 그들에게 따뜻함으로 기억되고 싶어 다정한 한 마디에 정성을 쏟는다.

보들보들한 아들의 볼을 잡고 뽀뽀를 쪽 할 때의 그 기분을 기억하고

양치하기 싫어 짜증을 내고 유치원 가기 싫어 떼를 쓰는 아이를 볼 때 차가운 말 대신 손을 잡거나 말을 아낀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소중히 대해야 한다는 것을 글을 쓰고 나도 더욱 분명하게 알게 되었다.


글을 50개 썼다는 것이 무슨 큰 자랑은 아니지만 나로서는 큰 변화였다.

내 안에 갇혀 있던 생각들이 다리를 달고 천천히 걸음을 뗄 수 있었다.

글을 쓴다는 것, 그것 하나로 내가 더욱 따뜻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한 편의 글을 마무리했을 때의 뿌듯함을 50번 알게 되었다.

지금 내 기분..  한마디로 뿌듯함! 이 좋은 것, 멈추지 않고 오래오래 해야겠다.


사진 출처 -Pixabay로부터 입수된 StockSnap님의 이미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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