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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 Jul 11. 2022

글쓰기의 어려움

브런치 작가 거절 후 작가가 된  지금까지

브런치를 알게 된 것은 3월 즈음이었다. 다음 앱의 여러 탭 중 눈길 가는 것이 있어 클릭을 하면 브런치로 연결이 되었다. 어떤 주제에 대한 글쓴이의 독특한 시선, 경험, 생각, 노하우, 평범한 일상 등이 다양하게 버무려진 글들이 많이 보였다. 메인 페이지에 올려질 정도면 기자나 전문 작가가 쓰는 것이 아닌가 했지만 내용은 일부 전문적인 내용 빼고는 일반인들의 소소한 생활에 대한 이야기였다.

유쾌하고 재미있고, 공감이 가면서 심지어 이해도 잘 되었다. 그런 글을 보면서 나도 할 수 있다는 무모한 자신감이 생겼고 그래서 나도 해볼까 싶어 블로그에 올렸던 글을 브런치에 올려보았다.

처음엔 작가가 아니었기에 발행이 안되어서 서랍에 저장을 해두었다.

그저 떠오르는 대로 썼다.  그렇게 쓴 글들은 두루뭉술했고 오랜만에 글을 쓴 사람답게 중언부언이었다. 글을 모아 얼추 몇 편이 되었을 때 자신만만하게 브런치 작가 신청을 했다.

몇 편 안 되는 글을 보고 작가로 뽑아주기엔 브런치에게 너무 큰 자비를 원했던 것 같다.

처음에는 당연히 거절되었다. 거절을 거절하고 싶었지만 신청했을 때 나의 글은 너무 빈약했다.

그래서 그저 떠오르는 대로 쓰기보다 조금은 구체적인 주제로 접근했다.


시골에 다녀왔던 일, 아이들과 놀러 갔던 일, 청소한 일, 나의 취미, 드라마나 노래를 듣고 생각한 일, 심지어 남편이 술을 먹고 온 날 너무 화가 나서 쓴 일.

평범한 하루, 평범한 생각들이지만 흘려버리기엔 아깝고 혼자 삭이기엔 말하고 싶은 욕망이 넘실거릴  수다를 떨듯이, 자랑하듯이, 또는 넋두리처럼, 때로는 화풀이처럼 글을 썼다. 실제로  수다를 받아줄 사람이 지근거리에 없었고 상대적으로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노트북에 앉아 꽤나 열심히 썼던  같다.

노트북에 앉아 오늘 쓸 거리를 떠올리며 천천히 키보드를 누르는 것이 재미있었다.

그렇게 또 몇 편의 글이 되고 브런치 작가 신청을 했을 때 며칠 후 작가 선정 메일이 도착했다.

브런치 작가 선정 메일

내가 작가라니, 그 특별한 단어가 나를 부르는 단어라니. 뭉클하고 벅차기까지 했던 것 같다.

작가로 선정된   딸에게

 "엄마 작가 됐다." 속삭였다.

이 일은 나와 딸 사이의 비밀이 되었다.

가끔 반응이 좋은 글을 딸에게 읽어보라고 말하지만 아직은 만화책이 더 좋은 8살이다.





이후 석 달 정도가 흘렀다. 조금 더 잘 쓰고 싶은 생각이 들어 도서관에서 글쓰기에 관한 책을 여러 권 빌려 읽어도 보고 다양한 책도 두루 읽어보며 글쓰기 능력을 키우려고 나름대로 애를 썼다.

글쓰기 책들은 이렇게 말한다.

무조건 써라. 그리고 끝까지 써라. 작은 것 하나도 놓치지 말고 구체적으로 써라.

다양한 방법들을 알게 될수록 어쩐지 글 쓰는 것이 어렵게 느껴졌다.

또 누군가가 보는 것을 전제로 하고 글을 쓸 때 처음 글쓰기를 시작했을 때의 설렘보단 이 글을 읽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조금은 과장되고 있어 보이게 하고 싶은 욕망이 있었다.

너무 보잘것없는 나의 일상을 누군가 열어보게 하려면 특별한 소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특별한 일들을 찾다가 일주일에 한 편의 글을 올리는 것도 힘들어졌다.

글 한편을 온전히 완성하려고 진땀을 빼는 시간도 신체적으로 부담스러워졌다.

이렇게 서서히 다시 글쓰기가 힘들어지는 시간이 왔다.




학창 시절 누구나 경험 있었겠지만 나 역시 글 좀 쓴다는 사람은 다 나가는 백일장에 계절마다 나갔다. 초등학생 중학생 때 받았던 상 중 대부분은 글쓰기 관련 상이 었다. 그 시절에는 학교 및 교육청, 지자체에서 실시하는 각종 글쓰기 대회가 남발했고 나는 다른 친구들보다 숙제를 열심히 했고, 몇 명 안 되는 아이들 중 받을 사람이 없었기에 받았던 것 같다. 원고지 대여섯 장 안에 번득이는 아이디어를 썼을 리 없고,  누구나 아는 내용을 솔직하지도 않고 문학적 탁월한 비유가 있을 리도 없는 그런 글들.

숙제라서 어쩔 수없이 했었어도 그때는 글을 썼고 몇 번 상도 받다 보니 '나는 글을 좀 쓰는 사람이다.'라고 스스로 여기게 된 것이다. 하지만 고등학교 입학 후 성인이 될 때까지 제대로 시작과 끝이 있는 글을 쓸 기회가 없었다. 학생 때는 입시로 인해 해야할 공부가 많아 글쓰기는 뒷전이었고, 대학생이 되고 직업을 갖게 됐을 때는 세상에 글쓰기보다 재미있는 것이 너무 많았다.

자연스럽게 글쓰기에 소원해졌고 어느 순간 쓰고 싶은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쓰기 힘들게 되었다.  

특히 공문을 작성할 때면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사실 공문은 다른 사람이 이미  것과 유사하게 서식을 맞춰 작성하면 되고 행과 열을 맞추고 내용 전달만 정확히 쓰기만 하면 되는데 쓸때마다 뭔가 부자연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주어, 서술어 모두 어색해서  장도  되는 글을 대충 마치면 결국 이게 무슨 말이지?

그런 상태에서 결재 버튼을 누르면 결재자에 의해 십중팔구 수정되었다.




다행히 혼자만의 시간이 주어지고 브런치를 알게 되어 다시 글쓰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것이 세상 쉬웠다가 새삼 어려워지게 된 요즘.

엔절라 더크워스의 그릿의  마지막 부분에 있던 글쓰기의 어려움이란 글을 보니 이런 어려움은 나뿐만이 아니라는 사실이 안심된다.


글쓰기의 어려움은

지면에 옮겨진 자신의 형편없는 글과

서툰 글을 보고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 데 있다.


그리고 다음 날 잠에서 깨어

형편없고 서툰 글귀들을 들여다보고 다듬어서

너무 형편없고 서툴지 않게 고치고

다시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 데 있다.


그리고 또 다음 날이 되면

조금 더 글을 다듬어서

그리 나쁘지 않게 만든 다음

다시 잠자리에 든다.


그리고 글을 다시 다듬어

평균 수준으로 만든 다음에

한번 더 다듬는다.

운이 좋다면 좋은 글을 얻을 수도 있으리라.


그리고 거기까지 했다면 성공이다.


편안하게 처음처럼 다시 써야겠다.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이 쓰는 글이 얼마나 대단할 필요도 없고 어려울 필요도 없지 않을까?

그저 내 마음 내가 알려고 쓰는 글인데

아무도 알고 싶어 하지 않는 내 하루, 내 기억이지만

나라도 잊지 않고 찾아서 보듬어줘야지.

그런 마음으로 천천히 다시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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