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별에서 읽은 희망의 시
-김강태
..... 춥지만, 우리
이제
절망을 희망으로 색칠하기
한참을 돌아오는 길에는
채소 파는 아줌마에게
이렇게 물어보기
희망 한 단에 얼마예요?
월급 빼고 모든 것이 오른다는 요즘.
매달 돌아오는 월급날이 되었건만
왠지 무거운 마음.
찬 바람이 옷깃 안을 파고드는 영하의 날씨마저
집으로 가는 길을 멀게 만든다.
그렇게 한참을 돌아오는 길.
부러 재래시장에 들른다.
과일코너에서는 딸이 그렇게 좋아하는 사과 한 봉지를
생선코너에서는 등 푸른 고등어 한 자반을
금슬 좋아 보이는 부부의 트럭 노점에선 5개에 3천원인 붕어빵을
각각의 검정 봉지에 담아 빠르게 걷는다.
이제 집 앞 슈퍼에서 참이슬 한 병만 사면 되겠지.
상상만으로도 침이 도는 찰나.
시장 초입의 길바닥에
각종 푸성귀를 좌판에 깔아놓은 할머니.
평생을 일만 하다 굽을 대로 굽은 등을 보는 순간
시골의 어머니들이 떠올라 지나칠 수 없다.
시래기 한 봉지와 대파 한 단을 들고는
얼마예요? 묻자
엷은 웃음꽃이 피며
떨이라며 시래기 한 묶음을 덤으로 얹어 주신다.
커다란 행복보다는
고단하고 자잘한 고통과 아픔들로 점철된 것이
어쩌면 우리네 삶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자기 생의 존엄을 위해
자신이 사랑하는 곁의 존재를 위해
비록 절망스러운 하루의 끝자락이
저 깊어가는 어둠처럼 다가온다고 해도
우리는 각자의 집으로 각자의 손에
한 봉지의 희망을 들고 희망을 품고
그렇게 돌아갈 수 있는 것이다.
'대파 한 단에 얼마예요?'라는 물음에
등 굽은 할머니께선 분명 얼마라고 답하셨지만
할머니께서 덤으로 얹어주신 위로와 희망에는
결코 어떤 값도 매길 수가 없는 것이다.
이 짧지만 희망적인 시는
시인의 시집 『등뼈를 위한 변명』의 첫 얼굴로 고개를 쏘옥 내밀고 있다.
다들 오늘의 허탈한 귀갓길에는
크고 화려한 대형 마트 말고
에돌아서라도 땀냄새 나는 재래 시장에 들르시라.
그리곤
채소를 파는 아줌마, 할머니에게 꼭 물어보시라.
'희망 한 단에 얼마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