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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령 Aug 10. 2023

Chapter 03. 감정

사랑(시)

나와 비슷한 감성과 다른 표현법을 지닌 사람.
나와 비슷한 농담에 다른 말투를 지닌 사람.
나와 비슷한 자세와 다른 지구력을 지닌 사람.

내가 사랑한 너는 그런 사람이다.


 너를 만난 뒤에 깨달았다. 절반은 같고 절반은 다른 이를 만났을 때에는 도저히 달아날 방도가 없다는 것을 말이다. 너무 달라 싫어졌다고 할 수도 없고, 너무 같아 질렸다고 할 수도 없다. 같은가 싶다가도 다른 사람이고, 다른 사람인가 싶다가도 같다. 그렇게 넌 내가 모르는 새에 나의 절반이 되었다.

 너와는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해 여러 번 토론했다. 나는 잘 먹고, 잘 자고, 잘 웃는 상대의 평안이 나에게 행복을 주는 것이라 했고, 너는 상대를 위해 기꺼이 희생하는 것이라고 했다. 상대의 안녕을 바라는 마음은 같았고, 표현 방식은 달랐다. 실제로도 우리는 서로를 그렇게 보듬었다. 나를 깊이 재우고 나서야 네가 잠에 들었고, 난 네가 아침에 깨어나 간 밤에 잘 잤다고 했을 때 행복했다.


 지금은 글을 쓰며 아직 잠들어있는 너를 바라본다. 더 깊은 잠을 자도록 불빛을 낮추고, 선풍기 바람을 낮춰주며 키보드를 천천히 친다. 그의 평안에 방해가 되는 것들을 다 해치우고 나서도 행동은 점점 더 조심스러워지지만, 잠든 그의 얼굴이 온화할수록 내 마음은 점점 더 차오른다. 상대의 삶과 나의 삶이 공동으로 '잘' 영위되기 위해서는 작은 배려와 발맞춤이 수도 없이 필요하다. 수없는 노력을 쏟아붓게 만드는 관계가 힘이 들만도 하지만 오히려 더 큰 힘을 받는 아이러니한 날들이 펼쳐진다.


 그렇게 나는 이전에 배운 적 없던 감정을 써 내려가는 중이다. 곁에서 평안하다가도 어느 순간 벅차올라 숨이 달뜬다. 품에 가만히 안고 있다가도 못살게 굴고 싶을 만큼 사랑스럽다. 혼란한 와중에 즐겁다. 혼자서는 체험해 볼 리 없는 호르몬의 작용과 감정의 널뛰기는 새롭고 낯선 나를 마주치게 한다. 이는 네가 나를 사랑하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너를 사랑하기 때문일 것이다. 언젠가 네가 나와 완전히 같은 궤도에 놓여 이 글을 온전히 이해하게 되는 날이 있길 바란다. 이 글은 너에게 주는 사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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