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타고 가다가 계곡을 향하는 표지판을 보며 내가 말했다.
"올해는 꼭 송추계곡을 가봐야겠어."
"그래, 올해는 꼭 가자."
"정말? 자기도 간다고?"
"응, 왜 가면안돼?"
"아니, 그런데 싫어하잖아. 그럼 가서 사람이 많다. 차가 막힌다. 음식이 비싸다, 이런 말 금지야."
"왜? 거기 사람 많고 비싸?"
"아니 그럼 유명한 곳인데 당연하지."
"그럼 사실을 그냥 말하는 것 뿐인데 그게 기분이 나빠? 애초에 사람많고 비싸고 차막히고 그런데를 왜 가는거야?"
"여름 기분내러 가는거지. 그리고 기분이 나쁜게 아니라 유명한데 놀러가는데 그정도는 다들 감수하고 가는건데 당신이 그렇게 말하면 놀러가는 기분이 다운되잖아."
"무슨 말을 못하게하네."
그렇게 또 우리의 대화는 단절되었다.
지난 화에도 이야기 했듯이
애초에 내가 운전을 배운 이유도 이것 때문이었다.
놀러가는 동안 차가 막힌다고 중얼거리고 허리가 아프다고 중얼거리고
누가 운전을 험하게 하는 듯 보이면 참지 않고 큰 소리를 내고
놀러가서도 이런 음식을 이 돈을 내고 먹느냐는 등을 시전하여
주변 사람들 눈치보게 만들기 일쑤였기 때문에 그저 나와 아이들만 다니는 게 편했다.
남편이 돈을 아끼며 사는 타입은 아니다.
먹고 싶은 거 다 사먹고 사고싶은 거 다 사며 사는 편이다.
그런데 유독 여행을 갈 때나 터무니없이 비싼 음식 가격에 화를 내고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아마 자기의 기준에 맞지 않으면 불합리하다고 생각해서 지불에 인색해지는 모양이다.
물론, 나도 터무니없는 맛에 터무니없는 가격은 불만이다.
그래도 그냥 놀러왔으니까 ~ 하는 마음으로 놀고 가면 좋겠다는 생각은 너무 큰 바람인걸까.
나는 유명한 곳에 가면 그저 한끼 정도 맛있고 기분좋게 먹고
나머지는 컵라면으로 때워도 좋아하는 사람이다.
먹는거를 좋아하지만 진심인 편은 아니라서 아무거나 먹고 아무거로나 때워도
마음이 편하면 그저 그걸로 족한 사람이다.
한 끼를 사먹으면서도 투덜거리며 비싸다는 둥 맛이 이게 뭐냐는 둥 하면
입맛도 놀 맛도 다 떨어지게 된다.
자기 딴에는 그냥 사실을 말한 것 뿐인데 내가 예민하게 구는거라며 자기 말은 신경쓰지 말고 놀라고 하는데
이미 마음이 동나버렸는데 어떻게 재밌게 놀 수 있단 말인지
난 도통 이해하기가 어렵다.
비단 여행을 가서 비싼 것을 먹을 때만 이렇지도 않다.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음식을 먹을 때면 여지없이 불만을 표한다.
몇 숟가락 먹고는 수저를 내려놓으며
아직 먹고 있는 나를 보며
"이게 맛있어? 많이 먹어."
언젠가 이 말에 불만을 표한 적이 있었는데
그 뒤로 이런 행동은 하지 않기는 하지만
그의 온 태도에서 모든 것이 느껴지는 건 부부로 살면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말 한마디로 행동 하나로 옆에 있는 사람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데
정작 본인은 전혀 자각하지 못하니
그저 올해도 나혼자 가야하나 생각해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