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명상'강의를 듣다가
내 마음 속에 거대한 쓰레기통을 만들고
그 안에 버릴 나의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어떤 마음을 버리고
어떤 마음을 담을 건지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한참 우울할 때 나도 이런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다.
주로 내가 자아성찰을 할 때는
1시간은 족히 걸리는 우리집 설거지를 할 때인데
주로 40여분 정도는 부정과 우울의 정점을 찍다가
나머지 시간은 나를 다독이며 내려오는 시간들이다.
그렇게 하며 부정적인 감정에 대해 생각한 적이 많았었는데
이렇게 대놓고 '버리는 마음'에 대해 생각해 보려하니
낯설기 그지 없었다.
그렇게 가만 몇 분을 생각해보니
최근 나에게 이런 '부정적인 감정'이 많이 사라져 있다는 걸 깨달았다.
설거지를 할 때에도
미래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들이 늘어나 있었고
내가 쓰는 글, 내가 써내려갈 글, 내가 되고 싶은 모습들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그래서 최근 나는 꽤 행복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건 우리 부부의 문제,
나의 문제를 수면 위로 꺼낸 다음부터였던 것 같다.
나는 정말 꽤 많이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사람이지만
남편은 자기중심적이고 부정적인 사람이다.
내 기준일지 몰라도
이 사람과 대화가 힘들었던 건 자기중심적인 화법의 문제가 가장 컸던 것 같다.
"그 사람이랑 만나지마. 처음만날 때부터 이상했어. 머하러 만나면서 스트레스를 받아? 이해가 안가."
"난 분명히 말했다."
"그러니까"
나 역시 부족한 인간이지만
그 사람의 말투와 한숨섞인 행동들은 날 늘 주늑들게 만들었고
그런 삶은 낙천적인 나조차 삶을 끝내는 방법에 대해 잠깐이라도 고민하게 만들기 충분했었다.
그 때는 그저 내 자존감이 부족한 탓이려니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의 부족한 배려심이라는 걸 알았고
그 사람도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아니, 사실은 알고 있었다고 했다.
그저 인정하기 싫었다고.
그러다 그 사람도 우리가 떨어져 있는 동안
누군가를 통해 자신의 부족함을 알게 되었고
내가 참 많이 힘들었겠구나 생각하게 되었다고 했다.
언젠가 남편이 이 말을 하는데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던 기억이 있다.
그 때부터 우리는 조금씩 나아갈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서로가 다름을 알게되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고
참 오래 상처받고 견뎌왔던 것 같다.
그 말을 건네고 나서도 우린 한참을 서로 겉돌았었으니까.
이만큼 지나고나서 제일 후회되는 건
결혼도, 남편의 말, 모습에 대한 솔직함도 아닌
내 마음이었다.
매 순간 매 시간 내 마음에 좀 더 솔직하게 물어볼껄.
넌 정말 괜찮아?
예전에 나에게 버리는 마음이란
다른 사람을 미워하고 시기하고 질투하는 마음이었지만
지금 나에게 버리는 마음이란
내 마음을 들여다보지 못하고 괜찮은 척 포장하는 마음인 것 같다.
대신에 나에게, 가족에게, 남편에게
정말로 괜찮은지 묻는 마음으로 채우고 싶은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