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책읽기를 좋아한다.
일정 기간 책을 읽기 않으면 마음이 답답하고 헛헛해지기 때문에
꼭 시간을 내서 책을 읽는 편인데
우리 집은 할 일이 많다.
빨래도 하루에 2번씩 돌리는게 기본이고,
다섯 명 모두 땀이 많은 편이라
일상복, 양말, 속옷, 잠옷까지 양도 많다.
아침은 꼭 챙겨먹는 편고
간식도 잘 챙겨먹는 편이지만
서로 좋아하는 기호가 다 달라서
설거지도 많다.
이 모든 일을 다하고 나면
새벽 2-3시가 금방이고
나 역시 피곤해서 잠들기 일쑤다.
주말에 책을 좀 읽을라치면
남편은 정리를 하고 싶어 한다.
아이들 방에 널부러진 옷가지와
주방, 거실
정리를 할려고 들면 끝도 없다.
문제는 그렇게 조금 건드려놓고
아이들을 시킨 후
자신은 자거나 출근을 한다는거다.
애들이 해봤자 얼마나 할까
결국에는 다 내 몫이 되는데
나도 빠릿빠릿하게 움직이는 성격은 못되서
늘 다 끝내지 못하고 또 주말이 지나가게 된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다보면 나는 또 깊은 우울감에 빠지고
내 시간을 내기가 어려워진다.
간혹 새벽에라도 책을 보고 있으면
자기랑 놀아달라고 칭얼거리는 남편이 있고
이거 찾아달라
저거 찾아달라
도통 집중할 시간을 주질 않는다.
의도적이진 않겠지만
남편의 그런 행동들은
내 시간을 존중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기에 충분하다.
내가 아이들을 위해서 쓰는 시간,
집안일을 하며 쓰는 시간을
제외하고 나면 나만의 시간이 하루 중 얼마나 될까.
내 시간이 존중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건
사실 이런 시간들이 계속되고
내가 지칠대로 지친 후에야 깨닫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에 더 집중하고
내가 좋아하는 시간에 방해받지 않길 바라는
내 마음을 조금 더 헤아려 보았다면
이렇게 지금에와서야 폭발하듯 내 감정이 폭발하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반면에
남편은 나이가 들수록 자신과 함께하는 시간을 늘리길 원한다.
그 점은 사실 마흔을 넘어가며
한 쪽에서 부부의 관계를 위해서 노력하는게
너무나 긍정적인 부분이고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아이들을 제법 키워놓고
이제 나의 성장을 위해서 무언가 하고 싶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위해 무언가 하고 싶어서 사부작 거리는 시간들과
자꾸 충돌이 생긴다.
부부 사이의 시간을 무시할 수도 없고
내 마음을 다독거리기 위한 시간을 무시할 수도 없다.
물론
아이들과 집안을 위해 내어야 하는 시간도 소홀히 할 수 없기에
난 매일 방황하기만 한다.
그렇다고 내 시간이 완전히 없는 것도 아니지만
내가 책을 읽고 있을 때
무언가를 보고 있을 때
그저 내가 나만을 위한 무언가를 할 때
그 시간을 온전하게 존중받고 싶다.
할 일들이 잔뜩 쌓여 있는데
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게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