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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동 Apr 17. 2024

'나'를 도닥거릴 수 있었던 내 마음의 이야

처음에는 남편에 대해 할 이야기가 무공무진하다고 생각했다.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하다니, 

이토록 배려심이 없다니, 

소통이 안되는 일이 이토록 나를 갉아먹는 일이라니,

하며


어느 날은 분노에 차서 글을 썼고

어느 날은 그와 나의 다른 점에 대해 생각하다 썼고

어느 날은 정말 나쁜 사람일까 생각하며 쓰게 되었다.


막상 이정도의 글을 쓰고 나니 참 신기하게도

미웠던 마음, 힘들었던 마음의

'나'를 돌아보게 되었고,

마찬가지로 답답했을

'그' 사람의 모습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내가 짜증나고 억울하고 힘들었던 일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구나 하는 생각도 덩달아 들게 되었다.


남편은 아직도 가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고

눈치 보일 때도 있고

어려울 때도 있지만


나도 잘 이끌어주고

내가 아이들에게 휘둘릴때도 중심을 잡아주고

그렇게 발 맞춰 살아가면 되지 않나싶다.


아직도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잘 모르고

서로를 힘들게 할 때도 있지만

한 고비를 넘겨왔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그 사람의 배려없음에 난 또 화내고 속상할 때가 있을테고

나의 천방지축에 그 사람도 답답해할 때가 있을테지.


아이들이 억울할 일도 생길거고

서로 울며 싸우는 일도 생길거다.


그래도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 생기는

책임감과 끈끈함으로 우리는 또 한 발 내딛게 되지 않을까.


오늘 읽은 <<메리골드 마음사진관>>에 이런 글귀가 보였다.



걸어갈 길이 꽃길인 줄 알았는데 뒤돌아보니 흙과 풀만 뒤덮인 길이다. 꽃길도 흙길도 잔디 깔린 길도 모두 좋지만 해인은 어떤 길인지 모르고 가는 오늘을 살고 싶어졌다. 내가 가는 길이 꽃길인지 잔디밭길인지 고민하며 길을 만들어 가고 싶어졌다.

p.293



나는 그렇다.

걸어온 길이 흙과 풀과 자갈만 있는 줄 알았는데

그 속에서 서로 비틀거리기에 서로를 기대고 의지하며

때로는 꽃길을 만들어가고 있지 않았을까.


14년을 부부로 살았지만

아직 살아갈 날이 더 많기에

서로 섭섭하고 서운할 일도 더 많겠지만

지금보다는 덜 비틀거리며 갈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작은 용기를 얻는 기록이었다.


점심을 먹고 산책하며 무언가를 주섬주섬 주워 모으더니 

사무실에 작은 꽃들을 꽃아준 다정한 남편님을 보며


이제는 내 인생에 대한 기록으로 이어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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