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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말, 하나의 진실

언어의 전장

by 영업의신조이

탁류



하늘에서 내려온 빛 한 점이

어머니의 골짜기에 스며든다


맑은 물방울은 계곡의 숨결을 따라

고요히 자리를 잡는다

처음의 물결은 투명했으나

바람의 속삭임과 흙냄새를 품으며

천천히 세상 속으로 흘러든다


돌에 부딪히며 소리를 배우고

차갑고 단단한 촉감을 익히며

잎사귀의 그림자와 새들의 울음을

함께 끌어안는다

돌의 그늘과 바람의 먼지 속에서

물빛은 서서히 흐려졌다


그러나 탁한 빛깔 속에도

맑음은 끝내 잊히지 않았다

탁류는 혼탁했으나

그 안엔 고통과 기억

버려진 언어와 꺼지지 않는 희망이

뒤섞여 흘렀다


마침내 바다에 이르러

그 모든 무게를 내려놓는다

파도의 환대 속에서 탁한 물은 정화되고

고통은 고요로, 흔적은 울림으로 남는다


햇빛 아래 증발해

보이지 않는 숨결로 올라간다

다시 하늘로 돌아가며

순환의 끝에서

보이지 않는 새벽을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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