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전장
젓가락 끝의 사랑
(나는 먹었고, 그들은 손을 닦았다)
닭 한 마리를 시킨 날이면
아버지는 닭다리를 들고
내 접시에 조용히 내려놓았다
그의 손은 이미 삶의 무게를 알고 있었지만
나는 그저 배가 고팠다
갈치를 굽는 날이면
어머니는 말없이 가장 부드러운 살을 골라
내 밥 위에 얹어주었다
자신의 접시에는
가시와 껍질만 남았다
게장이 놓이면
게다리에서 발라낸 살과
짠 국물이 묻은 쌀알이 하나 둘
내 밥그릇에 스며들었다
나는 먹었고
그들은 손을 닦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땐 몰랐다
그것이 사랑이었다는 걸
그게 전부였다는 걸
시간은 지나고
그들의 자리는 사진 속
그림자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언젠가 그 식탁에서
혼자 밥을 먹었다
숟가락이 그릇에 부딪히는 소리만
아주 크게 들렸다
엄마는 늘 말했다
더 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아빠는 말했다
부족한 아버지였다고
나는 그 말이 얼마나 오래
준비된 고백인지
그때는 몰랐다
그 말들은 목 안에서 수십 번 삼켜진 후에야
입 밖으로 조용히 흘러나온
오래된 진심이었다
아이를 낳고
그 아이 앞에 닭다리를 놓는다
갈치를 바르고
게장을 깐다
나는 먹지 않는다
그 아이는 고개를 숙인 채
감사하지도
의심하지도 않는다
그 모습이 내가 너무 잘 아는 얼굴이라
나는 눈을 피한다
이제 나는 안다
사랑은 받는 순간에는 깨닫지 못하는 것을
먹고 나서야 배가 불렀음을 알게 되는 것처럼...
그것이
아빠의 손끝에 있었고
엄마의 젓가락에 붙어 있었음을...
나는 그들의 방식으로
사랑을 남긴다
말없이 닭다리를 건네고
살점을 발라 올리고
쌀밥 위에 조용히 얹는다
그리고 언젠가 그 아이도
그걸 사랑이라 늦게라도 알게 되기를 바란다
사랑은 말이 아니라
남겨지는 것
나는 조용히 사라지며
내 손끝에 그들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