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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말, 하나의 진실

언어의 전장

by 영업의신조이

사막 아이



사막은

말이 없었다

모래는 발을 삼켰고

바람은 혀끝을 말렸다


낙타는

등에 무게를 싣고

묻지 않았다

왜 이 길을

가야 하는지


나도 묻지 않고

참는 법부터 배웠다

무릎이 아파도

등이 휘어도

걷는 걸 멈추지 않았다


어느 날

사막 깊은 바닥에서

무언가 찢어지듯

울부짖었다


그건 바깥의 소리가 아니었다

내 안에서

어디서도 들은 적 없는

성난 사자의 포효였다


부드러운 모래 속을 가르며

단단한 돌이 금 가듯

감정이 갈라지고

그 틈에서 목소리가 치솟아 올랐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짐을 내려놓고

처음으로

“왜?”라고 물었다


왜 참아야 하지

왜 해야 하지

누가 이 길을 정했지


그 순간

등에 올려놓았던 건

더 이상 침묵의 짐이 아니었다

그건 처음으로 내 안에서

스스로 태어난 저항의 말이었다


나는 멈춰 섰고

나는 원한다고

말했다


그날 이후

나는 어린아이처럼

모래를 손에 쥐었다


그 안에서

반짝이는

작은 돌멩이 하나

발견한다


그건 진리도

완성도 아니었지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나의 한 조각 희망이었다


나는 웃었다

숨은 다시 쉬어졌고

사막은 더 이상

징벌의 땅이 아님을 알았다


나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고

손을 벌려

바람을 쓸어 담았다


찬란한 햇살이 눈부셔

눈을 찌푸렸다가

어이없이 웃는다


주위엔 아무도 없었지만

그 웃음은

모래 위에 조용히 스며들었고

성난 포효를 잠재운다


그렇게

사막은 처음으로

내게 미소를 되돌려주었다


삶은

참아내는 것도

포효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것은

다시 웃으며

시작하는 일이었다


참는 나

부수는 나

그리고

다시 웃는 나로


나는 오늘도

이렇게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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