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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의 그림자

빛 아래 홀로 남은 여인의 이야기

by 영업의신조이

4화.

약속의 전조 _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



오늘 새벽의 공기는 유난히 차가웠다.

마리아는 밤새 기도를 마치고 창을 닫았다.

그녀의 손끝에는 아직도 흙바닥의 온기와 등잔불의 마지막 금빛이 남아 있었다.

기도는 끝났지만, 세상은 여전히 멈춰 있었다.


그때 문밖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아버지였다.


그의 얼굴은 밤새 생각에 잠겨 있던 사람의 얼굴이었다.

굵은 이마 주름 사이로 오래 묵힌 고민이 새겨져 있었고,

손끝에는 새벽이 되어도 식지 않은 체온이 남아 있었다.


“마리아야, 들어가서 이야기 좀 하자.”

그 목소리는 낮고 조심스러웠다.


부엌의 아궁이 불씨는 이미 꺼져 있었고, 방 안에는 새벽의 푸른빛만 이 남아 있었다.

아버지는 허리를 곧게 세운 채 말했다.

“오랜 생각 끝에... 네 혼처를 정했다.”


그 말은 돌처럼 무겁게 떨어졌으나, 한편으로는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질서였다.


“요셉이라 하는 청년이다. 내 오랜 벗 야곱의 아들. 목수 일을 하고 있단다.

손과 발이 모두 성실하고, 마음은 매우 단단한 청년이란다.”


마리아는 아버지의 눈빛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 안에는 계산이나 탐욕이 아닌, 딸의 미래를 향한 무거운 책임이 깃들어 있었다.

“그 아이라면 네 삶을 맡길 수 있겠다 싶었다.”

그 말은 사랑보다 먼저 오는 부성의 신념이었다.



잠시의 침묵이 흘렀다.

마리아는 갑작스러운 변화에 무슨 말을 어떻게 꺼내야 할지 몰랐다.


그때 어머니의 시선도 느껴졌다.

어머니는 말없이 수건을 쥔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렇게 아버지의 자리 옆을 지켜서 계셨다.


마리아,

그녀는 천천히 이해하기 시작했다.

아니,

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다.

이 결정이 단순한 혼사가 아니라, 신이 인간의 세계에 내린 하나의 조율이라는 것을...



며칠 전의 장면이 마리아의 머릿속을 스쳤다.

장터 끝, 나무 냄새로 가득하던 작은 공방.

톱밥이 햇살에 흩날리며 공기 속에 얇은 안개처럼 떠 있었고,

그곳에서 한 청년이 조용히 나무를 다듬고 있었다.

그의 이름이 바로 요셉이었다.


그는 나무의 결을 읽는 손끝을 가졌고,

칼끝이 지나간 자리마다 고요가 피어났다.

그녀가 그 앞을 지나던 순간, 요셉이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짧은 시선은 인사도, 호기심도 아니었다.

마치 서로를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처럼 조용히 머물렀다.

그날의 공기, 그 눈빛의 온도, 그리고 송진 냄새의 잔향이

그녀의 가슴속에 아직 남아 있었다.



며칠 후,

두 사람은 부모의 허락 아래 조용히 약혼식을 올렸다.

작은 등잔불 몇 개가 방 안을 비췄고, 흙바닥에는 신선한 올리브 잎이 뿌려져 있었다.


요셉은 말수가 적었다.

그러나 그의 침묵에는 불편함이 아닌, 깊은 경청의 온기가 있었다.

그는 손에 묻은 나무가루를 털며 말했다.

“삶은 나무를 깎는 일과 같지요. 결을 거슬러선 안 되죠.”


마리아는 그 말을 듣고 미소 지었다.

“저도 제 마음을 그렇게 다듬어볼게요.”



그날 이후,

마리아는 요셉의 이름을 부를 때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어떤 따스한 떨림을 느꼈다.

그 떨림은 단순한 설렘이 아니라, 믿음의 파문이었다.

그녀는 밤마다 창문을 열고 별을 보며 기도했다.

“주여, 그를 통해 제 마음이 더 단단해지게 하소서.”


요셉 또한 그녀의 이름을 떠올릴 때마다 손끝이 조금 더 부드러워졌다.

그의 손에 쥔 나무는 더 이상 단순한 재료가 아니었다.

그는 마치 그 나무를 통해 삶과 생명을 빚는 사명을 느꼈다.



그렇게 두 사람의 사랑은 말보다 조용히 자라났다.

마리아의 미소는 요셉의 하루를 밝혔고,

요셉의 침묵은 마리아의 믿음을 더욱 깊게 했다.

그들의 눈빛이 닿는 자리마다

보이지 않는 신의 뜻이 부드럽게 깃들어 있었다.



그날 밤,

마리아는 무릎을 꿇고 기도했다.

“주여,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진실을 제게 감당하게 하소서...

제게 주어진 이 사랑이, 그대의 뜻을 따라 흐르게 하소서.”



그녀는 아직 몰랐다.

그 사랑이 곧 세상을 흔들게 될 신의 시작이 될 거라는 것을.



그렇게 마리아는 성령으로 잉태한 진실을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


또 다른 하루를 홀로 감당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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