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전장
달리는 이유 1
나는 달린다
슬픔이 발목을 잡기 전에
먼 곳에서 들려오는 한 줄기 빛의 속삭임을 따라
오늘도 달린다
아직 이름도 없는 다가올 기쁨을 맞이하기 위해
다시 첫걸음을 떼어낸다
그림자는 언제나 나보다 먼저 도착한다
심장은 느리지만 단단한 리듬으로
내가 살아 있음을 뒤늦게 증명한다
저려오는 발바닥은
지나간 자리를 조용히 기억하게 하고
가빠지는 숨결은
오늘이라는 선물을 내게 건넨다
내 안에 머물렀던 검붉은 어둠들이
한 조각씩 햇빛 속으로 사라져 간다
나는 달린다
아무도 모르는 작은 기도의 속도로
내 안의 내일을 조용히 깨우며
당신이 가르쳐 준 속도를 기억하며
세상이 아직 보지 못한 내 걸음걸이로
기쁨이
내 이름을 부르는 그 순간까지
나는 끝없이
어둠을 흩뜨리지 않고
지나가는 바람처럼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