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천 개의 말, 하나의 진실

언어의 전장

by 영업의신조이

누구도 내 기쁨을 훔치지 않았다


"비교는 늘 그렇게 내 기쁨을 훔쳐갔다"



비교는 너무 조용히 다가왔다

누군가의 환한 표정을 보는 순간

내 안의 미소는 이유 없이 흐려지고

마음의 빛과 음영은 조금씩 옅어져 갔다


나만의 리듬을 가지고 태어났건만

다른 이의 꽃이 먼저 피었다는 이유로

나는 내 꽃을 서둘러 꺾어버렸다


누구도 가져가지 않았다

누구의 손도 내 삶에 닿지 않았다

내 기쁨을 내려놓은 사람은

언제나 나 자신이었다


타인의 빛을 부러워하는 동안

내 시간은 서랍 속에서 식어갔고

한때 환하게 웃던 내 웃음소리는

창틀에 내려앉은 먼지처럼

가볍게 남아 흔적이 되었다


차가워진 마음은

타인의 그림자에 스스로를 더 깊이 숨겼고

그늘 속에서 길을 잃은 마음은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까지 잊어버렸다


그래서 오늘만큼은

남의 하루가 아닌

내 하루의 무게를

조용히 들어보려 한다


그 무게는 생각보다 따뜻했고

손바닥을 스치는 온기는

여전히 나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제야 나는 알게 되었다

기쁨을 훔친 건

누군가가 아니라

타인의 그림자 속에서

나를 잃어버린 나 자신이었다는 것을


타인의 하늘에서 벗어나

내 하늘 위로 떠오르는 빛을 바라보겠다


그 빛은 크지 않아도 충분했고

아주 작은 금빛 결 하나가

나를 다시 안쪽에서 밝혀주었다


기쁨은 그 빛 속에서

언제나 조용히 돌아온다


기쁨은 타인의 시간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내 속도로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에서

조용히 싹튼다는 것을


남과의 비교 그늘 밖에서

비로소 내 기쁨이 제 자리로 돌아왔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