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튼과 돌

미리암과 사미르의 멈춘 손

by 영업의신조이

9화.

재건의 루틴

_ 의족의 리듬



집 안의 소리는 예전과 달라졌다.

아침이 오면 가장 먼저 들리던 것은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 소리나 아침을 준비하는 식탁 위 컵이 가볍게 부딪히는 소리가 아니었다. 이제는 다른 소리가 먼저 미리암의 하루를 깨우기 시작했다.


딸깍.


하얀 플라스틱 약통의 뚜껑이 열리는 소리였다.

미리암의 엄마는 식탁 옆 의자에 앉아 작은 약통을 오른손에 들고 있었다.

약통 안에는 작은 알약들이 여러 칸에 나누어 담겨 있었다. 아침, 점심, 저녁. 요일별로 구분된 그 작은 칸들은 하루의 흐름을 조용히 정리하고 있었다. 병원에서 시작된 질서였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이 집의 시간표가 되어 있었다.


엄마는 한 칸을 열어 약을 손바닥 위에 떨어뜨렸다. 작은 알약들이 손바닥에서 가볍게 부딪히며 미세하고 둔탁한 소리를 냈다. 그 소리는 아주 작았지만 집 안에서는 이상하게 또렷하게 들렸다.

사람이 한 번 무너진 뒤 다시 하루를 세울 때, 그 시작이 이토록 작고 분명한 소리일 수도 있다는 듯이.


엄마의 왼손은 의수였다.

얇은 플라스틱 구조와 단단한 고무 재질로 만들어진, 단단하고 딱딱한 손이었다. 미리암의 엄마는 지난 회당 폭발 사고로 양쪽 다리와 왼손을 잃고 말았다.

엄마는 하루에도 먹어야 하는 약의 숫자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통증을 누르는 약, 잠을 돕는 약, 남은 몸이 아직 따라오지 못하는 하루의 속도를 조금이라도 견디게 하는 약들.


거실에는 약의 씁쓸한 인공 화학 냄새가 아주 희미하게 공기 속에 번져 나가고 있었다. 플라스틱 약통의 냄새와 알약 특유의 쓴 향이 식탁 위에 잠시 머물렀다가 미리암에게 무겁게 다가왔다. 그 냄새는 병원 복도의 희고 건조한 빛, 한 번 지나가면 좀처럼 빠져나가지 않던 소독약 냄새, 밤새 꺼지지 않던 회복실의 불빛까지 함께 데리고 오는 것 같았다.

또 한 번의 소리.


딸깍.


약통의 뚜껑이 다시 닫혔다.

그리고 잠시 뒤, 또 다른 소리가 이어졌다.


탁.

탁.


의족 끝이 발판과 바닥 어딘가를 가볍게 스치며 내는 소리였다.

엄마는 혼자서는 걸을 수 없었다. 의족은 몸을 다시 걷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잘려 나간 다리의 빈자리를 그대로 드러내지 않기 위해, 그리고 무너진 몸의 중심을 조금이라도 붙들어 두기 위해 끼워 둔 것이었다. 단단한 골반 소켓 안에 남겨진 다리가 들어가 있었고, 그 아래로 연결된 두 개의 의족은 휠체어 앞에서 길고 낯선 막대처럼 조용히 뻗어 있었다.


엄마는 그 두 다리로 바닥을 디디고 걸을 수 없었다. 대신 몸통을 아주 조금씩 앞뒤로 까딱이며 중심을 맞추고, 오른손과 의수로 휠체어 바퀴의 둥근 손잡이를 번갈아 밀어 움직였다. 바퀴를 한 번 밀 때마다 몸은 먼저 앞으로 아주 미세하게 기울었다가,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 그 움직임에 따라 의족 끝이 발판에 닿거나 바닥을 아주 약하게 스쳤고, 그때마다 낮고 단단한 소리가 났다.


탁.

스윽.

타닥.


한 번 밀고,

잠깐 숨을 고르고,

또 한 번.


엄마는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몸은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듯 보였다. 어깨뼈는 예전보다 더 또렷하게 드러나 있었고, 허리는 오래 앉아 있던 사람 특유의 조심스러운 긴장을 품고 있었다. 그러나 움직임은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두 다리로 걷지 못하는 대신, 남은 몸 전체로 하루를 밀어내고 있었다. 오른손이 손잡이를 쥘 때마다 손등의 힘줄이 얇게 도드라졌고, 의수의 단단한 끝이 손잡이에 걸릴 때마다 작은 진동이 팔 전체로 번졌다. 몸통은 아주 미세하게 좌우로 기울었다가 다시 중심을 찾았고, 그 중심 이동에 따라 의족은 앞에서 무게 없이 매달린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몸의 일부처럼 함께 흔들렸다.

미리암은 그 움직임을 볼 때마다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엄마는 분명 예전과 다른 몸이 되었는데, 그 다른 몸으로 여전히 엄마의 방식대로 앞으로 나아가고 하루를 살아내고 있었다.


미리암은 아직도 따뜻한 보호와 보살핌의 손길이 필요한 나이였다. 누군가의 무릎에 얼굴을 묻고 울어도 되는 나이였고, 누군가 대신 문을 열고 닫아 주기를 바라며 하루를 버텨도 되는 나이였다. 그러나 엄마는 이제 그 어린 딸 앞에서, 다 잃은 몸으로도 여전히 아침을 시작하는 법을 먼저 보여 주고 있었다.


엄마의 의족과 의수, 그리고 휠체어의 바퀴는 함께 집 안의 시간을 매일 밀어붙이고 있었다. 그 리듬은 조금 느렸지만 분명한 방향을 가지고 있었다. 한 번의 약, 한 번의 숨, 한 번의 밀기, 한 번의 흔들림. 그 모든 것이 모여 아직 끝나지 않은 하루를 다시 시작하게 했다.

미리암은 그 소리를 숨죽이며 듣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 소리를 피하려 했다.

그 소리가 들릴 때마다 머릿속에는 회당의 하얀 공기와 먼지의 맛이 다시 떠올랐기 때문이다. 부서진 천장 아래 떠 있던 먼지, 목 안에 남던 석회와 피의 마른 맛, 바닥에 엎드린 채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던 순간의 얇고 흰 침묵. 엄마의 의족이 내는 짧은소리는 이상하게도 그 장면을 다시 흔들어 깨우곤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그 소리는 소녀에게 조금씩 다른 의미로 들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멈추지 않는 소리였다.

엄마는 매일 같은 방식으로 아침을 시작했다. 약통을 열고, 약을 삼키고, 휠체어를 밀고, 몸을 조심스럽게 앞으로 옮겼다. 그리고 의족 끝이 발판과 바닥 어딘가를 아주 가볍게 두드렸다. 그 반복되는 리듬 속에서 집 안의 공기는 조금씩 안정된 모양을 되찾고 있었다. 아직 상처는 남아 있었고, 아직 통증은 몸 어딘가에서 살아 있었으며, 아직 예전의 몸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도 사라지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침은 다시 오고 있었다. 누군가는 여전히 약통을 열고 있었고, 누군가는 여전히 바퀴를 밀고 있었다. 집은 그렇게, 완전하지 않은 몸들의 작은 반복으로 다시 집이 되어 가고 있었다.



미리암은 창가에 서 있었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거리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평범한 하루처럼 보이는 장면들이 이어지고 있었다. 누군가는 가방을 메고 걸어가고 있었고, 누군가는 아이의 손을 잡고 있었다. 누군가는 모퉁이를 돌아 사라졌고, 누군가는 멈춰 서서 짧게 전화를 받고 있었다.

세상은 계속 그렇게, 일상의 이름으로 돌아와 규칙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누군가의 비극이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도, 다른 누군가의 아침은 여전히 빵 냄새와 신문과 출근길과 아이의 투정으로 채워지고 있었다.

미리암은 그 사실이 자신에게 너무 잔인하다고 느끼면서도, 동시에 이상하게 담담한 위로 같다고 느끼기도 했다. 세상이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은 때로 잔인했지만, 또 때로는 살아 있는 쪽으로 사람을 조금씩 끌어당기기도 했다.


어린 소녀는 깊은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몸을 천천히 돌렸다.



방 안에는 작은 운동 매트가 놓여 있었다.

매트는 오래된 것이 아니었지만 이미 여러 번 사용된 흔적이 남아 있었다.

표면에는 발뒤꿈치와 손바닥이 자주 닿는 자리에 얇은 광택이 생겨 있었고, 가장자리는 미세하게 말려 있었다. 아빠의 운동 매트 위에는 운동화 한 켤레가 놓여 있었다. 정리된 듯하면서도, 누군가 급히 벗어 놓고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 것 같은 자리였다. 미리암은 잠깐 그 운동화를 내려다보았다. 한동안 손을 대지 못했던 물건을 앞에 두고 서 있으면, 사물에도 온도가 남아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누군가의 발 모양과 체온과 습관이 안쪽에 오래 남아, 아직 완전히 비워지지 않은 것처럼.


미리암은 운동화를 신었다.

먼저 양말을 바르게 고쳐 신었다. 면양말이 발가락 사이를 하나씩 감싸며 자리를 잡았다. 발등을 따라 올라온 천이 피부에 부드럽게 붙었고, 발뒤꿈치 아래로는 얇은 쿠션감이 포근하게 받쳐졌다.

발바닥이 양말 속에 완전히 눕는 순간, 맨살로 서 있을 때와는 다른 안온함이 생겼다. 차갑고 거친 바닥으로부터 한 겹 보호받는 느낌이었다. 동시에 그 포근함은 아주 얇은 경계이기도 했다. 피부와 바닥 사이에 놓인 천 한 겹이 몸을 감싸 주는 마지막 부드러움처럼 느껴졌다.


그다음 발을 신발 안으로 천천히 밀어 넣었다.

양말을 신은 발바닥이 신발 안쪽 바닥에 닿는 순간, 안창의 미세한 굴곡이 발의 아치를 따라 맞물렸다. 발뒤꿈치는 뒤쪽의 단단한 지지대에 정확히 걸렸고, 발가락 아래쪽은 부드러우면서도 탄성이 있는 깔창 위에 조심스럽게 펼쳐졌다. 양말과 신발 안쪽 천 사이에서는 아주 얇은 마찰이 일어났다. 포근했던 양말의 감촉 위로 이번에는 더 분명한 밀착이 생겼다. 신발은 발을 감싸며 안쪽으로 천천히 닫혀 왔다. 발등 양옆이 조여지고, 복숭아뼈 아래쪽이 단단한 재질에 가볍게 안착했다. 몸이 흩어지지 않도록 한 덩어리로 모아지는 느낌이었다.


미리암은 끈을 단단히 묶었다.

끈을 한 번 잡아당기자 신발 전체가 발에 더 바싹 붙었다. 발등 위로 조여지는 압력이 조금 더 선명해졌고, 발목은 헐거움 없이 곧게 세워졌다. 그 조임은 답답함이 아니라 준비의 감각에 가까웠다. 이제 발이 신발 안에서 따로 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 움직일 때마다 힘이 곧장 바닥으로 전달될 것이라는 예감이 생겼다.


그녀는 천천히 첫발을 디뎠다.

신발의 고무 밑창이 바닥에 닿는 순간, 아주 짧고 둔한 마찰이 일어났다. 바닥과 신발 사이에서 생기는 그 작은 버팀이 발바닥 안쪽까지 전해졌다. 발꿈치가 먼저 닿고, 체중이 바깥쪽을 지나 발바닥 중앙으로 이동한 뒤, 마지막에 발가락 아래로 힘이 밀려 나갔다.

고무 밑창은 미끄러지지 않도록 바닥을 붙잡았고, 그 붙잡힘이 곧 몸의 중심을 세워 주었다. 미리암은 그 감각을 가만히 느꼈다. 양말의 포근함, 신발 안쪽의 밀착, 고무 밑창과 바닥이 서로 맞물리는 둔한 탄성. 그 모든 층이 겹쳐져 발 한쪽이 바닥과 단단히 연결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팔을 들어 올리고, 다시 내렸다. 어깨를 천천히 열었다가 닫았다. 목 뒤가 뻣뻣하게 당겼고, 등 가운데에 잠들어 있던 근육들이 서서히 깨어나는 것 같았다. 다음에는 몸을 낮추고, 다시 일어섰다. 무릎이 굽혀질 때마다 허벅지 안쪽과 종아리 뒤가 길게 당겨졌고, 일어설 때마다 발바닥은 신발 안에서 더 깊게 눌렸다. 체중이 내려앉을 때 양말은 발바닥과 안창 사이에서 더 조용히 납작해졌고, 다시 밀어낼 때는 숨어 있던 탄성을 되돌려 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숨이 조금씩 빨라졌다.


집 안에서는 여전히 두 가지 소리가 이어지고 있었다.

탁.

탁.


의족 끝이 발판과 바닥 어딘가를 두드리는 소리.

딸깍.

스윽.

타닥.


약통이 닫히고, 휠체어가 밀리고, 의족이 다시 짧게 흔들리는 소리.



소녀는 그 소리와 리듬을 따라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엄마가 하루를 밀어내는 박자와 자기 심장이 뛰는 박자가 어느 순간 같은 집 안에서 포개지기 시작했다.


미리암은 한 번 더 몸을 낮췄다.

손바닥을 매트 위에 짚었다. 처음 닿았을 때는 매트의 표면이 약간 서늘하게 느껴졌다. 미세한 고무 결이 피부의 주름 사이에 가볍게 걸렸다. 그러나 몇 번 더 손을 짚고 체중을 실을수록 손바닥 안쪽에서 땀이 올라왔다. 땀구멍이 열리며 얇은 습기가 배어 나왔고, 그 습기는 손금 사이를 따라 퍼지다가 매트의 표면에 얇게 눌렸다. 손바닥이 매트를 짚을 때마다 고무와 피부 사이에 아주 미세한 들러붙음이 생겼고, 다시 몸을 밀어 올릴 때는 그 들러붙음이 천천히 떨어졌다. 그 순간의 감각은 이상하게도 또렷했다.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버티기 위해, 더 깊이 붙잡아야만 하는 몸의 의지가 손끝과 손바닥 전체에 고르게 번졌다.


미리암은 다시 일어섰다가, 다시 몸을 내렸다.

이번에는 조금 더 빠르게, 조금 더 깊게. 숨이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가슴이 오르내릴 때마다 셔츠 안쪽으로 더운 공기가 차올랐다가 빠져나갔고, 등에 맺힌 땀은 척추를 따라 가늘게 흘렀다. 목덜미 아래에서는 뜨거운 땀이 맺혔다가 천천히 옷깃 안으로 스며들었다.



그녀의 머리는 질끈 묶인 포니테일이었다.

처음에는 단단하게 묶여 있었다. 한 올도 흐트러지지 않을 것처럼 높이 당겨져 있었고, 귀 뒤의 머리카락도 깔끔하게 붙어 있었다. 그러나 움직임이 반복될수록 묶인 머리는 조금씩 느슨해지기 시작했다. 몸을 숙일 때마다 뒤로 묶인 머리카락이 작게 흔들렸고, 일어설 때마다 그 흔들림이 더 커졌다.

마침내 잔머리 몇 가닥이 귀 옆에서 빠져나왔다. 가느다란 머리카락이 땀에 젖은 눈가를 하늘하늘 스쳤고, 어떤 가닥은 코 옆을 간지럽히듯 지나가다가 볼에 붙었다. 또 다른 가닥은 목으로 흘러내린 땀 위에 얇게 내려앉아, 축축한 피부 위를 느리게 따라 움직였다. 그녀가 숨을 거칠게 내쉴 때마다 그 잔머리들이 아주 약하게 떨렸다.


창문 틈으로 들어온 바람이 그때마다 방 안을 스쳤다.

바람은 강하지 않았다. 그러나 운동으로 뜨거워진 피부에는 그 얇은 바람조차 선명하게 느껴졌다.

땀이 맺힌 관자놀이를 지나 눈가로 흐르던 한 방울이 그 바람을 만나자 잠깐 더 차갑게 식었다. 목덜미를 타고 흐르던 땀도 바람이 닿는 순간 서늘하게 식어, 뜨거운 몸 위에 얇은 정신 하나를 다시 세워 주었다.


미리암은 그 감각을 놓치지 않았다.

뜨거움과 서늘함이 교차하는 그 짧은 순간, 몸은 피로해지고 있었지만 마음 어딘가는 오히려 더 또렷해지고 있었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누군가를 향한 분노를 크게 말한 적도 없었다.

어떤 미래를 입 밖으로 단단히 선언한 적도 없었다.


대신 그녀는 매일 같은 동작을 반복했다.

몸을 움직이고, 숨을 고르고, 다시 움직였다. 손바닥의 땀을 매트에 남기고, 발바닥의 힘을 신발 안쪽에서 모아 바닥으로 밀어내고, 풀려 내린 머리카락과 땀방울 사이로 지나가는 얇은 바람을 느끼며, 한 번 더 몸을 세웠다.


근육은 조금씩 단단해졌고, 발바닥은 바닥의 감각을 더 또렷하게 기억하기 시작했다. 발뒤꿈치는 어디에 체중을 먼저 내려야 하는지 알게 되었고, 발가락 아래쪽은 마지막에 어떻게 힘을 밀어야 하는지 조금씩 배워 갔다. 숨은 더 깊어졌고, 몸은 조금 더 빠르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손바닥은 체중을 견디는 법을, 어깨는 흔들리지 않고 버티는 법을, 허리는 균형을 잃지 않는 법을 천천히 익혀 갔다.


그 모든 변화는 아주 조용히 일어나고 있었다. 바깥에서는 누구도 알아채지 못할 만큼 작은 변화였지만, 몸은 이미 어제와 다르게 오늘을 배우고 있었다.


어머니는 여전히 천천히 움직였다.

탁.

타닥.

스윽.


의족의 리듬과 휠체어 바퀴의 낮은 마찰음은 집 안의 시간을 나누고 있었다.

한 번 밀고,

멈추고,

다시 밀고,

다시 중심을 잡는 그 느린 박자는 마치 부서진 하루를 작은 조각들로 나누어, 하나씩 다시 이어 붙이는 소리 같았다.


그리고 소녀는 그 리듬 속에서 자기 하루를 만들고 있었다.

말로 맹세하지 않는 방식으로.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 방식으로.


대신

매일 같은 훈련을 반복하는 방식으로.

몸이 먼저 기억하게 하는 방식으로.

바람이 지나간 뒤에도 다시 자세를 바로 세우는 방식으로.


양말의 포근함과 신발의 밀착과 고무 밑창의 버팀, 손바닥의 땀과 매트의 마찰, 풀려 내린 머리카락 사이로 식어 가는 땀방울 하나까지도 전부 자기 쪽으로 끌어안으며, 무너지지 않기 위해 조금씩 몸을 다져 가는 방식으로.


집 안의 소리는 예전과 달라졌지만, 바로 그 달라진 소리들 속에서 미리암은 처음으로 알게 되고 있었다.


살아남는다는 것은 예전으로 돌아가는 일이 아니라, 전혀 다른 몸과 전혀 다른 리듬으로도 다시 하루를 시작하는 일이라는 것을.


그리고 어떤 결심은 말보다 먼저 발바닥과 손바닥과 숨의 깊이에서 자란다는 것을.


엄마는 또 한 번 휠체어를 밀었다.

스윽.

탁.


미리암은 또 한 번 몸을 낮췄다가 일어섰다.

신발 밑창이 바닥을 붙잡고,

손바닥이 매트를 붙잡고,

느슨해진 머리카락 사이로

식은땀이 천천히 목을 타고 흘렀다.


창문 틈의 바람이 그 위를 한 번 스치고 지나갔다.

집 안에는 다시, 작은 소리들이 이어졌다.

딸깍.

탁.

스윽.

타닥.


하루는 그렇게,

부서진 뒤의 몸들로도 앞으로 조금씩 밀려가고 있었다.



소녀의 하루 by 영업의신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