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암과 사미르의 멈춘 손
7화.
몸이 기억하는 밤
_ 폭발은 한 번이었지만, 몸은 그날을 매일 다시 살아낸다
밤은 언제나 조용하게 시작되었다.
낮 동안 집 안에 머물던 소리들은 하나씩 사라지고, 창문 밖의 바람이 벽을 스치는 미세한 마찰음만이 방 안을 천천히 관통하듯 지나갔다.
아주 멀리 서는 어딘가의 문이 한 번 닫히는 듯한 둔탁한 소리가 들리기도 했지만, 그것은 이 방과는 상관없는 바깥의 세계의 일처럼 금세 멀어져 갔다.
미리암은 그 시간에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몸은 피곤하지만 눈꺼풀은 쉽게 내려오지 않았다. 하루가 끝났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밤이 시작된다는 사실도 동시에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리암의 밤은 언제나 같은 곳으로 이어졌다.
잠은 갑자기 찾아왔다. 마치 누군가가 등 뒤에서 그녀를 아주 천천히, 그러나 거스를 수 없는 힘으로 밀어 넣는 것처럼, 의식은 어느 순간 조용히 뒤로 밀려났다. 생각은 끝까지 버티려 했지만 끝내 붙잡을 곳을 잃었고, 그녀는 자신이 잠들어 들어가는 경계선을 지나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녀는 다시 그 공간에 서 있었다.
꿈속의 회당은 현실의 회당과 닮아 있으면서도 전혀 달랐다. 창문은 있지만 빛은 들어오지 않았고, 천장은 높지만 어둠이 그 높이를 끝까지 삼켜 버린 것처럼 보였다. 공기 속에는 미세한 먼지가 떠 있었고, 그 먼지는 움직이지 않는 공기 속에서 가라앉지도 못한 채, 마치 시간 바깥에 걸린 것처럼 오래 머물러 있었다. 미리암은 언제나 그 공간의 모양보다 먼저 그 공간의 냄새를 느꼈다.
피 냄새였다.
그 냄새는 오래된 녹슨 철이 젖은 채 방치되었을 때 나는 냄새처럼 무겁게 공기 속에 깔려 있었다.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그 냄새는 폐 속 깊은 곳까지 스며들었고, 목 안쪽에서는 오래된 상처를 입은 금속 같은 맛으로 바뀌어 오래 남았다. 혀끝이 마른데도 입 안에는 축축한 쇠맛이 어른거렸다.
미리암은 숨을 멈추고 싶었지만 꿈속에서는 숨을 멈출 수도 없었다. 폐는 스스로 공기를 끌어당기고, 그 공기 속에는 언제나 같은 그 냄새가 섞여 있었다. 도망칠 수 없는 것은 장면만이 아니었다. 멈추지 못하는 호흡도 마찬가지였다.
그녀의 발아래에는 사람들이 누워 있었다.
몸들이 서로 겹쳐 있었고, 나무 의자는 부서진 채 바닥에 널려 있었다.
기도책의 페이지는 바람도 없는 공간에서 어딘가에 걸린 것처럼 반쯤 펼쳐져 있었고, 흩날리던 먼지는 그 위에 조용히 내려앉아 있었다. 아주 가끔, 종이 가장자리가 보이지 않는 곳에 한 번 가볍게 스치는 듯한 마른 소리가 울림의 흔적을 남겼다. 그 작은 소리가 오히려 이 공간의 침묵을 더 선명하게 만들었다.
꿈속에서는 언제나 장면이 조금씩 다르게 나타났다. 무너진 의자의 위치가 미세하게 달라졌고, 페이지의 접힌 각도도 어제와 같지 않았다. 그러나 몇 가지는 늘 같았다. 사람들이 바닥에 누워 있다는 것. 그리고 그들 가운데 할머니가 있다는 것.
미리암은 처음에는 그쪽을 보지 않으려 했다. 시선은 늘 다른 곳에 머무르려 애를 썼다. 부서진 의자의 끝, 내려앉는 먼지, 기도책의 종이, 바닥의 금 간 틈. 그러나 꿈은 언제나 그녀의 눈을 그곳으로 끌어당겼다. 마치 이 악몽에는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중심이 하나 있고, 그 중심이 그녀를 부르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할머니의 몸은 바닥 위에 비틀어진 채 놓여 있었다. 평소처럼 단정하게 앉아 있던 모습은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았다. 얼굴에는 먼지와 피가 섞여 있었고, 눈은 반쯤 떠 있었지만 그 시선은 이미 아무것도 보지 않았다. 그런데도 미리암은 매번 그 눈이 자신을 향해 있는 것처럼 느꼈다. 보지 못하는 눈인데도, 자신만은 놓치지 않고 보고 있는 것처럼.
꿈속의 공기는 이상할 만큼 고요했다. 사람들의 죽음이 가득한 공간인데도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비명도 없고, 울음도 없고,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도 없었다. 그래서 그 침묵이 더 무겁게 느껴졌다. 너무 무거워서 귀 안쪽까지 눌러 오는 것 같았다. 그 고요 속에서 할머니의 몸 주변으로 붉은 것이 바닥 위에 번져 나갔다. 그것은 서두르게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시간이 이 장면에서만 유난히 느리게 흐르는 것처럼, 피는 아주 천천히 바닥의 틈을 따라 퍼져 나아갔다. 미리암은 그 모습을 보지 않으려 했지만 시선은 자꾸 그 붉은 흐름을 따라갔다. 그녀의 시선은 원하지 않는 것을 가장 집요하게 기억해 내고 있었다.
그러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또 하나의 장면이 모습을 드러냈다.
거기에는 엄마가 있었다.
꿈속에서 엄마의 몸은 늘 같은 자세로 놓여 있었다. 등은 바닥에 닿아 있었고, 다리는 비정상적인 방향으로 꺾여 있었다. 하지만 미리암의 눈이 가장 먼저 닿는 것은 다리가 아니었다. 언제나 팔이 먼저 다가왔다.
엄마의 왼쪽 팔은 더 이상 몸에 붙어 있지 않았다.
꿈속에서 그 팔은 매번 정확한 위치에 놓여 있지 않았다. 어떤 밤에는 조금 더 높이 떠 있었고, 어떤 밤에는 이미 떨어지기 직전의 각도로 기울어져 있었다. 그러나 미리암에게는 늘 같은 장면처럼 느껴졌다. 마치 시간의 한 조각이 계속 같은 상처 위에서만 재생되는 것처럼.
그 팔은 잠깐 공기 속에 멈춰 서 있었다.
보이지 않는 실에 매달려 흔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아무 힘도 없이 허공에 남겨진 것 같기도 했다. 손가락은 약간 구부러져 있었다. 그 손은 아직도 무언가를 붙잡으려는 모양을 하고 있었다. 아니면 마지막까지 누군가를 향해 뻗어 있던 모양 그대로 멈춘 것인지도 몰랐다. 꿈은 그 차이를 정확히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그렇게 보여 줄 뿐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 팔이 천천히 아래로 내려왔다.
무게가 먼저 느껴졌다.
그다음에는 차가운 촉감이 밀려왔다.
젖은 감각이 뺨을 따라 아주 천천히 번져 갔다. 그것은 물과는 다른 촉감이었다. 그 느낌은 조금 더 끈적하고, 조금 더 무겁고, 조금 더 오래 남았다. 미리암은 그 감각을 밀어내고 싶었지만, 꿈속에서는 몸이 이미 돌처럼 굳어 있었다. 목도, 어깨도, 손가락도, 눈꺼풀조차 제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엄마 팔의 손가락이 미리암의 뺨을 스쳐 지나갔다. 그 촉감은 이상하게도 따뜻했다. 그런데 동시에 너무 차가웠다. 막 떠난 열기와 이미 떠나 버린 체온이 한꺼번에 뒤섞여 피부에 한 번에 닿는 것처럼, 그 모순된 감각이 얼굴 위에 오래 남았다. 그리고 뒤늦게 냄새가 따라왔다.
너무 가까운 피 냄새였다.
숨을 쉬는 것조차 고통이 될 만큼 가까운 냄새. 들이마시는 공기와 자신 안으로 들어오는 공포가 구별되지 않을 만큼 짙은 냄새. 미리암은 얼굴을 돌리려 했지만 단 1밀리도 움직일 수 없었다. 그 굳어 버린 몸속에서 오직 심장만이, 이 장면에서 도망치려는 짐승처럼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그때마다, 거의 어김없이, 마지막 장면이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아버지였다.
그는 여전히 그녀 위에 있었다.
아버지의 몸은 꿈속에서도 같은 자세를 하고 있었다. 그의 팔은 여전히 그녀를 감싸고 있었고, 그의 등은 딸의 몸을 덮은 채 움직이지 않았다. 무너지는 것들 사이에서 끝까지 무너지지 않으려 했던 마지막 자세가 아직도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의 몸은 벽처럼 그녀를 둘러싸고 있었다. 그 벽은 너무 넓고, 너무 가까워서, 미리암은 한동안 그 안에 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착각마저 했다. 하지만 곧 알게 되었다.
그 벽은 더 이상 살아 있는 벽이 아니라는 것을.
꿈속의 미리암은 그 사실을 매번 새롭게 이해했다. 이미 알고 있는 일인데도, 악몽은 그것을 늘 처음 알게 되는 일처럼 되돌려 주었다. 그 순간, 그녀의 가슴 안에서 무언가가 갑자기 가파르게 치솟고, 목은 닫히고, 세상은 한순간 너무 가까워졌다.
그리고 그녀는 잠에서 깨어났다.
숨이 갑자기 가슴 안에서부터 튀어 올랐다.
공기가 한 번에 폐 속으로 밀려 들어왔지만 호흡은 바로 고르게 이어지지 않았다. 숨은 짧게 끊어지고, 가슴은 제멋대로 들썩였다. 심장은 여전히 꿈속의 속도로 뛰고 있었다. 마치 몸의 일부는 아직도 그 회당 바닥 위에 남아 있고, 나머지만 이 방으로 간신히 돌아온 것처럼. 온몸의 근육은 단단하게 굳어 있었다. 어깨와 팔의 근육은 돌처럼 긴장되어 있었고, 손가락은 침대 시트를 너무 세게 움켜쥔 나머지 손마디가 아프게 저려 왔다. 다리의 근육도 경직되어 있어서, 한동안은 발끝조차 쉽게 움직일 수 없었다.
조금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침대 위에 있다는 사실을 겨우 알아차렸다.
침대 시트는 완전히 젖어 있었다.
등과 목을 따라 흐른 땀이 시트를 적셨고, 그 천은 젖은 채 차갑게 식어 있었다.
베개 역시 축축했다.
머리카락이 땀에 붙어 얼굴 옆으로 달라붙어 있었고, 베개 위에는 젖은 자국이 넓게 번져 있었다. 방 안의 공기는 꿈속과는 달랐다. 그런데도 그녀는 몇 초 동안, 아니 어쩌면 몇십 초 동안, 이 방의 공기 속에도 아직 피 냄새가 남아 있다고 믿었다. 코끝은 현실을 받아들이는 속도보다 느렸다.
미리암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방 안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침대 옆 작은 책상이 기울어져 있었다. 그 위에 놓여 있던 책들은 바닥으로 떨어져 있었고, 어떤 책은 페이지가 반쯤 펼쳐진 채 바닥 위에 널려 있었으며, 어떤 것은 침대 아래로 밀려 들어가 있었다. 물컵도 넘어져 있었고, 물이 바닥 위에 얇게 번져 있었다. 창문 틈으로 들어온 희미한 빛이 그 물 위에 닿아 떨리듯 반사되었다.
아마 잠결에 몸부림치며 밀어낸 것일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그 순간을 기억하지 못했다. 꿈속에서 무엇을 했는지, 언제 몸이 움직였는지, 언제 이 물건들이 떨어졌는지. 머리는 비어 있는데 방 안의 사물들만이 말해 주고 있었다. 꿈은 머릿속에서만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잠든 사이에도 몸은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저항하고, 버티고, 밀쳐 내고, 살아남으려 한다는 것을.
한참 뒤에야 그녀는 손을 들어 얼굴을 만진다.
피는 없다.
잘린 팔도 없다.
그러나 피부 깊은 곳 어딘가에는 여전히 그 차가운 촉감이 얇게 들러붙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뺨을 문지르면 사라질 것 같다가도, 손을 떼는 순간 다시 되돌아오는 감각. 너무 오래 남아 있어서 이제는 촉감인지 기억인지도 알 수 없는 흔적. 미리암은 손을 내린 뒤에도 한동안 그대로 앉아 있다.
목이 말라 온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침대 아래로 발을 내리려 한다. 그러나 발바닥이 바닥에 닿는 순간, 차갑게 번진 물을 밟고 가볍게 움찔한다. 그 얇은 물기가 피부를 타고 스미는 감각은 방금 꿈속에서 느꼈던 젖은 촉감을 너무 닮아 있다. 그녀는 즉시 발을 다시 거둬들인다. 마치 바닥에 닿은 것이 물이 아니라, 그날의 피이기라도 한 것처럼. 침대 곁에 넘어져 있는 컵을 바라보지만, 당장 물을 마실 수는 없다. 입 안에는 아직도 쇠맛이 남아 있고, 목구멍은 아직 현실의 물보다 악몽의 냄새를 더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그녀는 다시 잠들지 못한다.
밤은 길고, 꿈은 끝나지 않는다. 폭발은 단 한 번이었지만 그 순간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낮에는 말없이 지나가던 기억이 밤이 되면 몸속 어딘가에서 먼저 눈을 뜬다. 그녀가 그날을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그날이 먼저 그녀를 붙잡는다. 잠든 사이, 몸은 머리보다 먼저 돌아가 버린다. 손이 먼저 굳고, 어깨가 먼저 긴장하고, 폐가 먼저 공포를 기억한다. 사람의 기억은 흐려질 수 있어도, 근육과 숨과 피부가 외운 것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어떤 밤에는 사람이 꿈을 꾸는 것이 아니라, 몸이 먼저 그날을 다시 살아낸다.
그리고 미리암은 어둠 속에 앉아, 젖은 시트 위에 손을 얹은 채, 한참 동안 움직이지 못한다. 창문 밖 바람이 다시 벽을 스치는 소리가 아주 멀리서 들려온다. 그 소리는 지금의 밤에 속한 소리인데도, 그녀의 몸은 잠시 그것조차 믿지 못한다.
방 안은 분명히 안전하고, 벽은 그대로 있고, 침대도, 책상도, 바닥에 번진 물도 모두 지금 이곳의 것인데, 몸만은 아직 돌아오지 못한 사람처럼 미세하게 떨린다.
폭발은 오래전에 끝났다.
그러나 그녀의 밤은 아직도 그 자리에서 끝나지 못한 채, 매일 같은 문턱 앞에 서 있다.
오늘도, 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