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암과 사미르의 멈춘 손
6화.
떠나는 아버지
_ 멀어지는 등과, 철의 냄새와, 같은 날의 두 장례
아침의 공기는 아직 완전히 따뜻해지지 않았다.
밤 동안 천막의 천에 남아 있던 냉기가 바람이 스칠 때마다 다시 공기 속으로 흘러나왔고, 반쯤 열린 천막의 입구로 들어온 햇빛은 모래 위에 길고 얇은 선을 만들며 안쪽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그 빛은 길처럼 이어져 있었지만 어디로 이어지는지는 알 수 없었다. 천막 안 햇빛은 밤새 습했던 바닥을 조금씩 건조시켜 나갔다.
사미르는 그 빛 위에 서 있는 아버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버지의 손에는 낡은 천가방 하나가 들려 있었고, 가방은 지나치게 가벼워 보였다. 너무 가벼워서 그 안에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이 오히려 더 또렷하게 느껴졌다.
아버지는 천막 안쪽을 한 번 바라보았다. 접어 둔 담요와 작은 그릇, 그리고 아직 깊은 잠 속에 있는 여동생의 몸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아이의 숨은 얕고 규칙적으로 이어지고 있었고, 그 리듬은 잠깐 이곳이 전쟁의 가장자리라는 사실을 잊게 만들 만큼 고요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그 장면을 오래 바라보지 않았다. 오래 보면 발걸음이 무거워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신 그는 사미르를 바라보며 고개를 아주 조금 끄덕였다. 그것은 가족에게 건네는 인사라기보다 자신에게 남기는 약속에 가까웠다.
“아들, 아빠 다녀올게.”
짧은 말이었지만 그 말속에는 하루의 길이가 모두 담겨 있었다.
사미르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울음이 익숙할 나이였지만, 사미르는 그 울음을 목 안에서 성대까지 밀어 올리지 못했다. 이런 아침은 처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눈물이 나오고 말이 길어지면 마음이 먼저 무너진다는 것을 두 사람 모두 알고 있었다.
아버지는 천막 밖으로 몸을 돌려 한 걸음 나아갔다. 모래가 발아래에서 부드럽게 움직였고, 사각거리는 발소리가 아침 공기 속에서 또렷하게 울렸다. 사미르는 그 소리를 들으며 아버지의 등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깨는 조금 굽어 있었지만 걸음에는 분명한 방향이 있었고, 이미 정해진 길을 따라 걷는 사람처럼 몸이 자연스럽게 앞으로 기울어 있었다.
사미르는 마음속으로 같은 말을 반복했다.
'오늘도 꼭 돌아오실 거야.'
그 말은 사실이라기보다 바람에 가까웠지만, 사미르는 그 바람을 의심하지 않았다. 믿는 것이 오늘 하루를 견디게 해 주기 때문이었다.
빛이 조금 더 밝아지면서 사람의 윤곽이 흐려지기 시작했고, 잠시 뒤 아버지의 등은 모래와 햇빛 사이에서 천천히 사라져 갔다. 사미르는 한동안 천막의 입구에 서 있었다. 마치 그 등이 다시 나타날 수도 있다는 듯, 모래 위에 남아 있는 발자국의 방향을 눈으로 더듬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로.
그러나 그날 이후 사미르는 그 등을 다시 보지 못했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아버지는 돌아오지 않았고, 처음에는 기다림이 가족의 마음을 붙잡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누군가가 하루나 이틀 늦게 돌아오는 일이 드문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 번째 아침이 되었을 때 기다림은 더 이상 기다림의 얼굴로 남아 있지 못했다. 천막을 스치는 바람 소리조차 불안 쪽으로 기울어 들렸고, 모래 위를 지나가는 발자국 소리는 평소보다 날카롭게 가족들의 귀에 박혔다.
어머니는 말없이 천막의 입구를 바라보며 시간을 견뎠고, 할머니는 한동안 가만히 앉아 있다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찾으러 가야 한다.”
그 말은 작았지만 분명했고,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종류의 문장이었다.
사미르는 어머니와 할머니를 따라 모래 길을 걸었다. 바람에 지워진 발자국 사이에서도 사람들은 아버지가 향했을 방향을 대략 알고 있었다. 먹을 것을 구하려는 사람들은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나가기 때문이다. 길의 끝에는 군용 차량들이 서 있었고, 군인들의 군화가 모래를 깊게 눌러 놓은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그 흔적들은 마치 모래가 가진 부드러움을 억지로 단단하게 만들어 버린 것처럼 보였다.
공기는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 그 조용함은 평온이 아니라, 어떤 일이 이미 시작되어 있다는 신호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사미르는 아버지를 보았다.
처음에는 알아보지 못했다. 사람의 몸이 그렇게 가벼워 보일 수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두 명의 군인 사이에 붙잡힌 채 서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이미 서 있는 모습이 아니었다. 몸은 앞으로 기울어 있었고 다리는 힘을 잃은 채 거의 무너져 있었다. 일주일 동안 가족에게 양식을 나눠 주며 자신은 거의 먹지 못한 상태였고, 붙잡힌 뒤에는 사흘 동안 물조차 제대로 마시지 못했다. 숨은 짧고 얇게 끊어지고 있었고, 눈은 반쯤 감겨 있었다. 그 몸은 이미 버티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적처럼 보였지만, 기적이라는 단어는 그 장면 앞에서 너무 멀게 느껴졌다.
할머니가 그 모습을 보았다.
그 순간 할머니의 몸이 앞으로 움직였다.
“내 아들.”
그 외침은 울음에 가까웠고, 울음보다 더 오래 묵어 있던 기도가 찢어지며 튀어나오는 소리 같았다. 할머니는 군인들 사이로 달려갔다. 그러나 그 거리는 오래가지 않았다. 한 젊은 여군이 앞으로 나왔다. 짧은 동작이었다. 그러나 그 동작은 너무 정확해서, 인간의 사정이 들어갈 틈이 없었다. 여군의 손이 할머니의 몸을 밀어냈고, 방향을 잃은 몸은 뒤로 크게 흔들렸다. 발이 모래 위에서 미끄러졌고, 다음 순간 할머니의 몸이 땅에 부딪혔다.
둔탁한 소리가 공기를 갈랐다.
그 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주변의 모든 소리를 잠깐 밀어낸 것처럼 또렷했다. 그리고 그 뒤에서 짧은 다른 소리가 이어졌다.
“뚝.”
뼈가 부러지는 소리였다.
그 소리는 비명보다 먼저 사미르의 몸 안으로 들어왔고, 사미르는 그 소리를 ‘듣는’ 것이 아니라 ‘겪는’ 것처럼 느꼈다. 할머니의 숨이 잠깐 멈췄다가 다시 이어졌고, 입에서는 작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사미르는 움직이지 못한 채 그 장면을 그저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그의 코끝에 낯선 냄새가 스쳤다.
차갑고 단단한 냄새였다. 철의 냄새였다.
그 냄새는 공기 속에서 빠르게 퍼지며 사람의 체취를 덮어 버렸다. 모래의 냄새도, 천막의 젖은 천 냄새도, 어머니의 땀 냄새도, 할머니의 오래된 살 냄새도 그 아래에서 희미해졌다. 사미르는 그 사실을 그때 처음 알았다. 사람의 냄새보다 더 강한 냄새가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냄새가 한순간에 사람을 ‘사람’이 아니라 ‘대상’으로 바꿔 버릴 수 있다는 것을. 그 냄새가 공기 중에 떠 있는 동안, 사미르의 세계는 선과 악이 아니라 허용과 금지로, 이름이 아니라 위치로 갈라지는 것 같았다.
바로 그때, 아버지가 눈을 떴다.
마치 마지막으로 해야 할 것을 기억해 낸 사람처럼, 혹은 마지막으로 남길 것을 정리하는 사람처럼, 아버지의 눈꺼풀이 천천히 올라갔다. 아버지는 쓰러진 할머니를 보았다. 그리고 사미르를 보았다. 그 눈에는 이미 힘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았지만, 사미르는 그 시선을 알아볼 수 있었다.
그 시선은 말보다 먼저 사과하고 있었고, 말보다 먼저 눈빛으로 살아남으라고 말하고 있었으며, 말보다 먼저 사랑을 남기고 있었다.
사미르의 눈은 그 시선을 붙잡고 싶었지만, 그 시선은 오래 머물지 못했다. 철의 냄새가 더 짙어지기 전에, 아버지의 눈은 아주 천천히 감겼다. 그 눈 감음은 포기가 아니라, 더 이상 저항할 체력을 잃은 몸이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방식처럼 보였다.
그 순간 사미르는 이상하게도 깨달았다.
아버지가 지금 ‘싸우는’ 것이 아니라 ‘버티는 것조차 끝내는 방식으로 가족을 지키려 한다’는 것을...
말이 없었기 때문에 오히려 더 또렷해졌다.
군인들은 아버지의 몸을 놓았다.
몸은 모래 위로 떨어졌다.
그 떨어짐은 큰 소리를 내지 않았고, 오히려 그 무소음이 더 잔혹했다.
잠시 뒤 아버지의 시신은 바깥으로 밀려났다. 던져졌다는 말이 더 맞을지도 몰랐다.
마을 사람들은 그 몸을 들어 올렸다.
그 몸은 너무 가벼웠다. 그 가벼움이 남겨진 사람들의 가슴을 더 무겁게 만들었다.
할머니는 제대로 걸을 수 없었다. 왼쪽 어깨뼈와 오른쪽 고관절이 부러진 채 사람들의 팔에 기대어 겨우 천막으로 돌아왔고, 그날 밤 할머니의 몸은 고열로 타올랐다. 숨은 점점 짧아졌고, 몸은 떨렸으며, 부러진 뼈는 마치 몸 안에서 불을 붙인 것처럼 뜨겁게 고통을 퍼뜨렸다. 새벽이 가까워질 무렵, 할머니의 숨이 멈췄다. 그 숨이 멈추는 순간에도 바람은 천막의 천을 흔들었고, 하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날 마을에는 두 개의 장례가 준비되었다.
하나는 사미르의 아버지였고, 다른 하나는 사미르를 지키려다 쓰러진 할머니였다.
사미르는 두 개의 관 사이에 서 있었다. 하나는 떠나는 등의 끝이었고, 하나는 달려가는 몸의 끝이었으며, 두 끝은 같은 날의 흙 아래에서 서로를 마주 보고 있었다. 사람들은 조용히 흙을 덮었다. 모래는 가볍게 흩어졌고, 바람이 그 위를 지나갔다. 사미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날 이후 그의 마음속에는 아주 작은 무언가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아직 이름을 가진 감정은 아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분명한 형태를 갖게 될 것이었다. 그리고 그 형태는 사미르에게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사미르에게 ‘전달된’ 것처럼 자라날 것이었다. 마치 하늘에서 내린 사랑의 가지가 인간의 욕심으로 갈라져 서로를 찌르는 가시가 되었듯이, 사랑을 잃은 자리에서 가장 빠르게 자라는 감정이 그의 안에서도 싹을 틔우고 있었다.
붉은 철의 냄새가 사람의 체취를 덮어 버리던 그 순간부터, 사미르는 인간이 인간을 덮는 방식이 얼마나 잔인하게 감각으로 남는지 알게 되었고, 그 감각은 언젠가 그의 손끝을 특정한 방향으로 밀어붙일지 모른다는 예감으로 남았다.
그러나 아직은,
아직은 그가 그것을 이름 붙이지 못한 채,
두 개의 관 사이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며
숨을 삼키고 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