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암과 사미르의 멈춘 손
5화.
숨기는 아버지
_ 몸으로 만든 마지막 벽
회당 안의 공기는 너무도 고요했다.
높은 천장의 창문을 통과한 햇빛이 길게 내려와 바닥 위에 얇은 빛의 띠를 만들고 있었고, 그 빛은 오래된 나무 의자의 가장자리와 사람들의 어깨 위에 조용히 내려앉아 있었다.
앞쪽의 촛불 몇 개가 작게 흔들리고 있었고, 그 불꽃은 거의 움직이지 않을 만큼 느리게 떨리며 공간을 부드럽게 밝히고 있었다.
오래된 나무와 천의 향, 오래 켜 둔 초의 미세한 냄새, 사람들의 숨이 데운 공기가 한데 섞여 만들어 내는 기운은 어딘가 엄숙하고 차분했다.
사람들은 낮은 목소리로 기도를 이어가고 있었고, 그 목소리는 하나의 흐름처럼 천장을 향해 올라갔다가 다시 공간 안으로 내려와 사람들의 숨 사이를 천천히 지나가고 있었다.
회당 안에서는 시간이 바깥보다 조금 더 느리게 흐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모든 것이 제자리를 알고 있었고, 그 제자리의 질서가 세계를 잠시 붙들고 있는 것만 같았다.
미리암은 아버지 오른쪽 옆에 앉아 있었다.
아이의 발은 아직 바닥에 닿지 않았고, 창문에서 내려온 햇빛이 바닥 위에서 만든 밝은 선이 그녀의 발목 근처에서 조용히 흔들리고 있었다.
아이는 잠깐 그 빛을 내려다보았다. 빛은 닿을 수 있을 듯 가까운데도 늘 손가락보다 먼저 미끄러져 멀어졌고, 먼지는 그 위를 조용히 떠다니다가 다시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그녀는 다시 고개를 들어 앞쪽을 바라보았다. 촛불의 불꽃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었고, 사람들의 기도는 끊기지 않고 이어지고 있었다. 그곳에는 긴장도, 서두름도 없었다. 그저 오래된 의식의 리듬이 조용히 흐르고 있을 뿐이었다. 아이는 그 리듬을 믿고 있었다. 사람들의 목소리가 낮게 모여 하나의 물결이 되고, 그 물결이 다시 각자의 몸으로 되돌아가는 이 느린 반복이 세상을 안전하게 만든다고 믿고 있었다.
아버지는 눈을 감은 채 기도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의 숨은 고르게 이어지고 있었고, 어깨의 움직임도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이 공간은 언제나 그에게 같은 의미로 다가왔다.
세상의 소음이 잠시 멈추는 곳, 인간의 목소리가 하늘에 닿을 수 있다고 믿는 곳, 각자의 상처가 잠시 같은 방향으로 눕혀지는 곳. 그 믿음 속에서 사람들은 잠깐 자기 삶의 무게를 내려놓고 같은 쪽으로 마음을 기울였다. 그 순간 회당 안의 공기는 마치 하나의 숨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그 고요함 속에서 아주 작은 변화가 일어났다.
회당의 문이 열렸다.
그 소리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기도의 흐름 속에서는 그 미세한 소리조차 공기의 결을 바꾸기에 충분했다. 몇 사람의 고개가 잠깐 문 쪽을 향해 움직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도를 멈추지 않았다. 한 사람이 늦게 들어오는 일은 특별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직관적으로 눈을 떴다.
그것은 생각 때문이 아니라 몸의 반응이었다. 설명할 수 없는 미세한 감각이 그의 몸 어딘가를 먼저 건드렸다. 공기의 밀도가 아주 조금 달라졌다는 느낌, 여러 사람의 숨이 한순간 아주 미세하게 끊겼다는 느낌, 공간 전체가 아주 짧은 순간 숨을 멈춘 것 같은 감각. 그는 고개를 들어 문 쪽을 바라보았다.
문으로 들어온 남자는 천천히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걸음은 빠르지 않았지만 회당 안의 리듬과 어딘가 맞지 않았다. 사람들의 기도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었지만, 그 남자의 몸에서는 다른 종류의 긴장이 느껴졌다. 아버지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그 남자의 몸을 향했다. 그리고 옷 아래의 형태가 자연스럽지 않다는 것을 보았다.
그 순간 그의 머릿속에서는 어떤 생각도 끝까지 완성되지 않았다.
그러나 몸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그는 미리암을 자기 품으로 급하게 끌어당겼다. 아이의 작은 몸이 그의 가슴 쪽으로 밀려 들어왔고, 그는 딸의 머리를 자기 어깨 아래로 눌렀다. 그의 팔이 아이의 등을 감싸고, 그의 몸이 자연스럽게 아이 위로 굽어졌다. 그것은 계산된 행동이 아니었다. 설명할 수 있는 결정도 아니었다. 그저 몸이 먼저 선택한 움직임이었다. 사랑은 많은 순간 말보다 늦지만, 위협 앞에서는 오히려 생각보다 먼저 몸이 된다.
미리암의 뺨에 닿은 아버지의 옷에서는 늘 맡아 오던 냄새가 났다. 바깥 먼지와 햇볕과 오래 입은 천의 냄새,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아이를 안을 때마다 스며들던 아주 희미한 땀 냄새. 아이는 갑자기 어두워진 시야 속에서도 그 냄새를 알아볼 수 있었다. 그 냄새는 무서운 순간마다 자신을 진정시키던 냄새였고, 잠들기 전 머리맡에 남던 냄새였으며, 세상이 아직 부서지지 않았다는 증거처럼 느껴지던 냄새였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순간 그의 몸은 하나의 벽이 되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세상이 찢어졌다.
폭발은 소리보다 먼저 공기로 느껴졌다. 공간이 갑자기 안쪽에서 바깥으로 밀려 나가는 것처럼 흔들렸고, 이어서 귀를 찢는 듯한 소리가 회당 안을 가르며 퍼졌다. 촛불의 불꽃은 한 번에 꺼졌고, 창문에서 들어오던 햇빛은 먼지와 연기 속에서 산산이 흩어졌다. 나무 의자가 부서지는 소리와 사람들의 비명이 뒤섞이며 공간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소용돌이처럼 뒤틀렸다.
미리암의 귀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폭발의 울림이 귀 안쪽을 가득 채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세상은 갑자기 두꺼운 물속으로 가라앉은 것처럼 멀어졌고, 누군가 입을 벌려 외치는 모습만 느리게 흔들렸다. 그녀의 몸은 바닥 위에서 크게 흔들렸고, 바로 다음 순간 아버지의 몸이 그녀 위로 무겁게 내려왔다.
공기는 피와 화약의 냄새로 가득 차 있었다.
먼지가 목 안으로 밀려 들어왔고, 입 안에서는 금속 같은 맛이 느껴졌다. 혀끝에는 따뜻한 먼지와 피가 뒤섞인 맛이 엉겨 붙었고, 숨을 들이쉴 때마다 폐 안쪽으로 거칠고 뜨거운 것이 스며드는 것 같았다. 미리암은 눈을 뜨려 했지만 눈꺼풀 사이로 재와 먼지가 스며들었고, 세상은 뿌옇게 흔들렸다.
누군가의 비명이 멀리서 들렸지만 그 소리는 물속에서 들리는 것처럼 둔하게 울렸다. 미리암의 얼굴 옆으로 따뜻한 것이 흘러내렸다. 그것이 피라는 것을 이해하는 데에는 시간이 조금 걸렸다.
그녀는 몸을 움직이려 했지만 움직일 수 없었다.
아버지의 몸이 그녀 위에 놓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팔은 여전히 그녀를 감싸고 있었고, 손가락은 아직도 그녀의 어깨를 붙잡고 있었다. 그 팔에는 더 이상 힘이 남아 있지 않았지만, 그 형태는 여전히 보호의 모양을 하고 있었다.
죽음이 먼저 도착한 뒤에도 사랑의 자세만은 곧바로 무너지지 않았다. 미리암은 그 무게 아래에서 처음으로, 사람의 몸이 마지막 순간까지도 누군가를 가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세상은 이미 부서졌는데, 한 사람의 몸만 아직 그 붕괴를 늦추고 있는 것 같았다.
회당 안은 더 이상 회당이 아니었다.
기도와 촛불과 햇빛이 있던 공간은 피와 연기와 부서진 나무 조각들로 가득 찬 혼란의 공간이 되어 있었다.
방금 전까지 천장을 향해 올라가던 기도의 흐름은 찢겨 나간 천 조각처럼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고, 사람들의 몸이 바닥 위에 쓰러져 있었다. 누군가는 움직이지 않았고, 누군가는 움직이려 하고 있었다. 나무 의자의 다리는 부러져 비틀어져 있었고, 바닥 위에는 유리와 먼지와 천 조각이 햇빛의 잔해처럼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미리암의 시야 한쪽에서 어머니가 보였다.
왼쪽 팔은 더 이상 어깨에 붙어 있지 않았고, 다리는 비정상적인 방향으로 꺾여 있었다. 어머니의 입은 벌어져 있었지만 무슨 말을 하는지는 들리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그녀의 눈은 분명 열려 있었는데도, 그 눈이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지 미리암은 알 수 없었다. 살아 있다는 것이 오히려 더 낯설어 보이는 순간이 있다면, 바로 그런 모습이었을 것이다.
조금 더 멀리에는 할머니가 누워 있었다.
그녀는 움직이지 않았다.
늘 기도를 마치고 나면 미리암의 손을 천천히 쓸어 주던 손, 빵 조각을 작게 떼어 아이 쪽으로 먼저 밀어주던 손, 밤이 되면 이마 위에 오래 머물던 따뜻한 손이 이제는 너무 조용했다. 그 조용함은 잠과는 달랐고, 쉼과도 달랐다. 아이는 그것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종류의 고요라는 것을, 아직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이미 몸으로 알아차리고 있었다. 사람이 어떤 상실을 이해하기 전에 먼저 받아들이는 것은, 대개 돌아오지 않는 체온의 모양이다.
미리암은 아무 소리도 낼 수 없었다.
그녀의 귀 안에서는 여전히 폭발의 울림이 돌고 있었다. 그러나 그 울림보다 더 크게 그녀 안을 채우고 있는 것은, 자기 얼굴을 덮고 있는 아버지의 체온이 아주 조금씩 식어 간다는 감각이었다.
조금 전까지 살아 있는 벽이었던 것이 이제는 무너질 수 없는 무게가 되어 그녀를 덮고 있었다.
아이는 그 아래에서 숨을 몰아쉬며, 자신을 감싸고 있는 이 몸이 조금 전까지 자신을 안아 주던 바로 그 몸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것은 공포보다 먼저 슬픔이 되는 깨달음이었다.
그리고 그녀 위에는 여전히 아버지가 있었다.
그의 등과 팔이 마지막까지 그녀를 감싸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아이는 알고 있었다.
이 벽은 자신을 막기 위해 세워진 것이 아니라, 자신을 살리기 위해 허물어진 벽이라는 것을.
미리암은 울지도 못한 채 그 아래에서 아주 희미하게 아버지의 냄새를 다시 맡았다. 먼지와 피와 화약 냄새 속에서도 끝내 사라지지 않는, 집의 냄새. 그 냄새는 사랑이 마지막까지 남길 수 있는 가장 작은 흔적처럼 그녀 곁에 붙어 있었다.
그 순간 미리암의 안쪽 어딘가에 아주 작은 것이 생겨났다.
그것은 아직 이름을 갖지 못한 감정이었다. 사랑이 한순간에 빼앗겼다는 사실을 어린 몸이 감당하지 못해, 그 상실의 뜨거운 조각을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 밀어 넣는 방식에 가까웠다. 그것은 슬픔이기 전에 상처였고, 상처이기 전에 찢긴 애착이었으며, 너무 일찍 목격해 버린 죽음 앞에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안쪽에 생겨나는 검은 씨앗 같은 것이었다.
그 씨앗은 그날 바로 말을 얻지 못했다.
다만 아주 오랫동안,
아버지의 체온이 식어 가던 속도와
먼지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던 집의 냄새와 함께
그녀 안에 남아 있게 될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