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튼과 돌

미리암과 사미르의 멈춘 손

by 영업의신조이

3화.

빛의 집, 첫 호흡

_ 회당의 촛불 냄새와 아버지 손의 온기



유대교 회당 앞마당에는 오래된 올리브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다. 나무의 줄기는 세월을 오래 버틴 듯 좌우로 비틀려 있었고, 잎들은 얇은 흰구름 사이로 내려오는 햇빛을 받아 은빛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아침의 햇살은 그 잎들 사이로 부서지듯 내려와 땅 위에 작은 빛의 조각들을 만들어 놓았다. 바람이 한 번 지나갈 때마다 그 조각들은 아주 느리게 자리를 바꾸었고, 금방 사라질 것 같으면서도 끝내 사라지지 않는 무늬처럼 흙 위에 흔들리는 그림자들 위에 잠시 머물다 사라졌다.

그 나무 아래에서 한 가족이 잠시 걸음을 멈추고 있었다.


소녀의 이름은 미리암이었다.

미리암은 올리브나무 그늘 아래 서서 햇빛이 잎 사이로 떨어지는 모습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잎들이 아주 작게 흔들거렸고, 그때마다 땅 위의 빛도 함께 움직였다. 그녀의 눈에는 그 빛들이 마치 조용히 숨 쉬는 작은 생물들처럼 보였다. 아직 세상은 그렇게 아름답게만 보이는 나이였다. 움직이는 모든 것은 살아 있는 것 같았고, 살아 있는 것은 대개 해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던 나이.


그 순간,

나무 위 어딘가에서 새 한 마리가 갑자기 날아올랐다.

짧은 날갯짓 하나에 놀란 다른 새들도 연달아 가지를 떠났고, 잠깐 동안 올리브 잎들이 한꺼번에 흔들렸다. 은빛의 잎들이 햇살을 튕기며 짧게 반짝였고, 공기에는 마른 잎이 스치는 가벼운 소리가 얇게 번졌다. 그러나 그것은 오래가지 않았다. 새들은 금세 멀어졌고, 나무는 다시 제자리의 침묵을 되찾았다.


할머니는 나무 옆 벤치에 앉아 있었다.

무릎 위에는 얇은 기도서가 놓여 있었고, 손가락은 책장을 넘기지 않은 채 그 위에 가볍게 얹혀 있었다. 오래된 손이었다. 손등에는 세월의 흔적이 남겨진 작은 주름들이 있었고, 햇빛이 닿을 때마다 그 주름 사이에 미세한 그림자가 생겼다. 그 손은 아주 많은 아침을 지나 이 자리에 와 있었고, 아주 많은 이름을 기도 속에 넣어 지금도 보이는 저 파랗고 드높은 하늘로 올려 보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기도서 위에 조용히 손을 머물러 두고 있을 뿐이었다.


어머니는 미리암의 머리카락을 천천히 정리해 주고 있었다. 손가락이 머리카락 사이를 지나갈 때마다 미리암의 머리카락은 햇빛을 받아 부드럽게 빛났다. 어머니의 손에는 밀가루 냄새가 아주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아침에 빵을 굽고 나온 손이었다. 그 냄새는 따뜻하고 포근했다. 부엌의 열기와 반죽의 숨과 아직 식지 않은 하루의 시작이 함께 섞여 있는 냄새였다. 미리암은 그 냄새를 좋아했다. 그것은 집의 냄새였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평온한 아침의 냄새였다.


아버지는 그들 옆에 서 있었다.

그는 말없이 올리브나무의 단단한 줄기를 한 번 바라보고,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은 아주 맑았고 구름은 거의 없었다. 햇빛은 나무 사이를 지나 사람들의 어깨 위로 조용히 내려앉고 있었다. 그 순간의 공기는 이상할 만큼 평온했다. 멀리서 작은 새 한 마리가 지저귀듯 울었고, 바람이 나뭇잎 사이를 지나며 아주 가벼운 마찰음을 남겼다. 그 소리는 너무 작아서 귀로 듣는다기보다 몸으로 느끼는 종류의 것이었다.

그러나 잠깐 동안, 예고 없이 조금 더 강한 바람이 지나갔다.


올리브 잎들이 한꺼번에 흔들리며 서로 부딪혔고, 은빛의 잎들이 햇빛을 짧고 강하게 튕겨 냈다. 그 반짝임은 아름다웠지만, 너무 짧아서 오히려 마음 한구석을 미세하게 건드렸다. 그러나 곧 다시 공기는 고요해졌다. 미리암은 그 순간 마음속에 미세한 긴장감이 일어나는 것을 느꼈다. 바람이 지나간 자리마다 미리암의 눈으로 보는 세계가 한 번 더, 직감 속에서 다른 형태로 선명해지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녀에게 세상은 아직 단순했다.


가족은 언제나 곁에 있었고, 햇빛은 따뜻했으며, 올리브나무는 언제나 같은 자리에 서 있었다. 세상은 조용히 자신을 지켜주는 곳이라고 믿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의 세계는 조금 달랐다.


아버지가 미리암의 손을 꼭 잡았다.

그 손은 따뜻했고 약간 거칠었다. 그 거칠음은 오랜 시간 무언가를 붙잡고 살아온 사람의 손에서만 느껴지는 종류의 것이었다. 손바닥의 체온은 안정되어 있었고, 손가락은 과하게 힘주지 않은 채 그녀의 손을 감싸 쥐었다. 미리암은 그 손을 잡고 있으면, 설명할 수는 없어도 그 순간 끌어 올랐던 긴장감이 가라앉았고, 세상은 다시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았다. 어린아이에게 세계는 자주 논리보다 체온으로 이해된다. 따뜻한 손 하나가 곧 질서가 되고, 그 질서가 곧 안전이 된다.


“들어가자.”


아버지가 다정하게 미리암을 향해 낮게 말했다.

그 말은 조용했지만 이상하게도 단단한 느낌이 있었다. 미리암은 고개를 끄덕였고, 가족은 천천히 회당의 문 쪽으로 걸어갔다.


아침의 빛은 회당의 높은 하얀 대리석 벽을 비추었고, 벽 사이로 난 여러 개의 창문을 통해 조용히 회당 안으로 내려왔다. 그 빛은 마치 먼 길을 돌아온 것처럼 부드럽게 바닥 위에 내려앉았고, 오래된 나무 바닥의 결을 따라 천천히 퍼졌다. 공기 속에는 촛농의 은은한 향과 오래된 책의 종이 냄새가 섞여 있었다. 사람들의 숨이 그 향 사이를 오가며 공간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어떤 냄새는 사람들을 설명보다 먼저 안심시킨다.


미리암에게 이 회당의 냄새가 그러했다.

그것은 집의 냄새와 닮아 있었고, 평온한 밤과도 닮아 있었으며, 무엇보다 세상이 아직 안전하다는 느낌을 주었다.


소녀의 손은 여전히 아버지의 손안에 있었다.

그 손은 다소 거칠었지만 크고 따뜻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손의 온기만으로도 미리암은 세상이 단단하게 자신을 감싸고 있다고 믿을 수 있었다. 말은 때때로 너무 늦지만, 손의 온기는 늘 먼저 도착해 있었다. 어린 소녀의 세계는 대개 그렇게 유지된다.


회당 안에서는 낮은 목소리들이 천천히 흐르고 있었다. 누군가는 기도를 중얼거리고 있었고, 누군가는 조용히 책장을 넘기고 있었다. 종이가 스치는 소리는 작았지만 이상하게도 또렷하게 들렸다. 그 소리는 마치 시간이 아주 천천히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처럼 느껴졌다. 서두르는 사람도 없었고, 큰 몸짓도 없었다. 모든 것은 제자리에서 제 속도로 흘렀다. 기도는 말보다 먼저 공간의 공기가 되었고, 사람들은 그 공기 안에서 서로를 다치게 하지 않는 방법을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촛불의 불꽃이 아주 작게 흔들렸다.

창문 틈으로 들어온 바람이 불꽃을 살짝 건드렸고, 그 빛이 공기 속 먼지를 금빛으로 떠올리게 했다. 먼지들은 한동안 공중에서 천천히 움직이다가 다시 바닥으로 내려앉았다. 미리암은 그 모습을 오래 바라보았다. 그 작은 먼지들이 빛 속에서 떠다니는 모습이 마치 작은 별들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별이 하늘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가까운 공기 속에도 숨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그녀는 그런 것을 오래 바라보는 아이였다. 남들은 금방 지나칠 작은 흔들림을 오래 눈에 담아 두는 아이였다.



그때였다.

문틈 사이로 갑자기 더 강한 바람이 한 번 지나갔다. 촛불의 불꽃이 순간 크게 흔들렸고, 불꽃의 그림자가 벽 위에서 짧게 요동쳤다. 기도서 위의 활자가 아주 잠깐 흔들려 보였고, 먼지는 평소보다 조금 더 높이 떠올랐다. 누군가 고개를 아주 미세하게 들었다가 다시 내렸다. 그러나 곧 모든 것은 제자리를 찾았다. 불꽃은 다시 가느다란 중심을 세웠고, 사람들의 목소리도 다시 낮은 흐름으로 돌아갔다.


미리암은 아직 어렸다.

그래서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도 아주 단순했다. 세상에는 옳은 것과 옳지 않은 것이 있고, 선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고 믿었다. 회당의 벽 안쪽에 있는 사람들은 선한 사람들이고, 세상을 지키려는 사람들이며, 서로를 보호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세상 어딘가에는 그와 다른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막연히 상상했다. 하지만 그것은 아직 그녀에게 현실이 아니었다. 이야기 속에나 존재하는 그림자 같은 것이었다.


아버지의 손이 잠깐 더 단단하게 그녀의 손을 감쌌다.

아주 잠깐이었다. 그러나 미리암은 그 변화를 느꼈다. 아버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손 안에는 조금 전과 다른 무엇이 들어와 있었다.


그것은 두려움이라기보다는 어떤 준비 같은 것이었다.


마치 누군가가 먼 곳에서 다가오고 있는 것을 몸이 먼저 알아차린 사람처럼, 말보다 먼저 근육이 반응하는 종류의 미세한 긴장. 미리암은 그 의미를 알지 못했다. 다만 손 안의 체온이 아주 조금 더 조용하고 단단해졌다는 것만 느꼈다.


그러나 아이는 아직 그것을 불길 함이라고 부를 수 없었다.


그녀에게 그 순간은 여전히 평범한 아침이었다.

촛불이 켜져 있고,

기도가 흐르고 있으며,

아버지의 손이 자기 손을 감싸고 있는 아침.

올리브나무는 바깥에 서 있고,

어머니의 손에는 빵 냄새가 남아 있으며,

할머니의 기도서는 햇빛 아래 조용히 빛나고 있는 아침.


세상이 아직 하나의 이야기처럼 정리되어 보이던 시간이었다.


그날 아침, 회당의 빛은 끝까지 부드러웠다.


하늘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 맑았고,

촛불은 흔들리면서도 꺼지지 않았으며,

미리암은 여전히 아버지의 손을 잡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손의 온기를,

그녀는 아주 오래 기억하게 될 것이었다.



이스라엘 미리암의 가족 by 영업의신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