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암과 사미르의 멈춘 손
8화.
배고픔의 불
_ 사미르, 단전에서 올라오는 검은 숨
사흘째였다.
시간은 제대로 흐르지 않았다. 해가 뜨고 지는 것은 분명히 보였지만, 그 사이의 시간은 마치 먼지처럼 흩어져 자리 잡지 못하고 있었다.
아침과 저녁의 경계는 분명하게 남아 있었으나, 그 사이를 채우던 생활 속 시간의 결은 이미 본연의 크기를 잃고 지워진 뒤였다. 사미르는 아침이 언제였고 밤이 언제였는지 정확히 기억하지 못했다. 다만 몸만이 그 사실을 비어 있는 고통으로 알고 있었다.
배 속이 비어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빈 공간이 시간이 지날수록 단순히 비어 있는 것이 아니라 점점 더 커지고, 더 단단해지고 있다는 것을.
처음 하루는 단순한 허기였다.
배가 비어 있다는 사실이 또렷하게 느껴지는 정도였다. 배 속이 안쪽으로 조금씩 꺼지는 감각, 무언가를 넣어야 한다는 몸의 조용한 요구. 둘째 날이 되자 허기는 통증이 되었다.
위가 수축하며 스스로를 갉아먹는 듯한 감각이 찾아왔다. 그러나 셋째 날, 그 감각은 더 이상 단순한 배고픔이 아니었다. 배 속 어딘가에서 단단한 돌 하나가 굴러다니는 것 같았다. 그 돌은 가끔씩 갑자기 멈춰 서서 배를 안쪽에서 움켜쥐었다. 그때마다 사미르는 숨을 짧게 끊어야 했다. 숨을 깊이 들이마시면 그 돌이 더 깊이 파고드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배 속 깊은 데서 무언가가 자라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무게가 있었고, 아직 작지만 이미 존재를 주장하는 어떤 것.
몸은 이상하게 점점 예민해졌다.
배 속이 비어 있을수록 다른 감각들은 오히려 더 또렷하게 살아났다. 입안은 계속 말라 있었고 혀는 거칠어졌다. 가끔 침을 삼키면 목 안쪽이 모래를 긁는 것처럼 따끔거렸다.
그러다 문득 이상한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아무것도 없는 공기 속에서 빵 냄새 같은 것이 스쳐 지나갔다. 따뜻한 빵을 막 가른 순간 올라오는 밀가루의 고소하고 부드러운 냄새였다. 손으로 찢으면 속살에서 미세한 김이 올라오고, 그 김 속에 섞여 있던 익은 곡물의 냄새였다.
사미르는 순간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공기 속에는 여전히 흙냄새와 먼지 냄새만 떠돌고 있었다. 골목 끝에서도, 이웃집 창문 틈에서도, 어디에서도 음식 냄새는 나지 않았다. 배고픔이 기억을 건드린 것이었다. 몸이 기억 속 음식 냄새를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었다.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배 속의 돌이 조금 더 단단해졌다. 몸은 이제 없는 것을 맡고, 없는 것을 기다리고, 끝내 없는 것 앞에서 더 아파하고 있었다.
집 안은 조용했다.
그 조용함은 단순한 침묵이 아니었다. 무언가가 빠져나간 뒤 남는 빈 공간 같은 것이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이 집에는 소리가 있었다. 아버지의 낮고 단단한 목소리, 할머니가 가끔 기침을 할 때 나는 마른 소리, 그리고 저녁이면 그릇이 부딪히며 나는 작은 금속음이 있었다. 오래된 주전자의 뚜껑이 미세하게 흔들리는 소리, 누군가 앉았다 일어날 때 매트가 내는 눌리는 마찰음, 낮은 숨과 기척들까지도 모두 집의 일부였다.
그러나 지금 집 안에는 그 소리들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벽과 천장과 낡은 매트와 이불 사이에는 침묵만이 고르게 퍼져 있었다. 대신 다른 냄새가 떠돌았다.
흙냄새였다.
젖은 흙을 파헤쳤다가 다시 덮어 놓았을 때 올라오는 냄새였다. 장례를 치른 뒤 묘지를 떠날 때 맡았던 바로 그 냄새였다. 흙이 아직 숨을 쉬고 있는 것 같은 냄새, 손톱 밑으로 스며들어 오래 남는 냄새, 검은 물기가 마르지 않은 땅이 내쉬는 무거운 냄새였다.
사미르는 그 냄새를 맡을 때마다 목 안쪽이 갑자기 거칠어졌다. 입안에 먼지가 들어온 것처럼 혀가 마르고, 침을 삼키면 모래가 목 안쪽 벽을 갉아먹으며 내려가는 느낌이 들었다.
장례를 치른 뒤 집으로 돌아왔을 때부터 그 냄새는 집 안에 붙어서 떨어져 나가지 않았다. 벽과 천장, 낡은 매트와 이불 사이에 스며들어 있었고, 사람들의 말 대신 그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누군가 문을 열고 닫아도 사라지지 않았고, 창문을 조금 열어 바람이 지나가도 사라지지 않았다. 냄새는 마치 죽음이 한 번 집에 들어온 뒤, 아직 완전히 나가지 못한 것처럼 오래 머물렀다.
여동생이 울었다.
처음에는 작은 소리였다. 마치 잠꼬대처럼 짧게 끊어지는 울음이었다. 배고픔이 아직 목까지 올라오지 못한 아이의 울음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울음은 길어졌다. 배고픔을 이해하지도, 말로 설명하지도 못하는 순수한 아이의 울음이었다.
아이는 단지 배가 비어 있다는 사실만 알고 있었다. 왜 배가 아픈지, 왜 아무도 밥을 주지 않는지, 왜 엄마가 저렇게 가만히 있는지 알지 못한 채 계속 울었다.
그 울음은 집 안의 침묵 속에서 더 크게 들렸다. 울음이 멈추면 잠깐 정적이 찾아왔고, 그 정적 속에서 사미르는 자신의 배가 꿀렁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꼬르륵.
배 속에서 공기가 움직이는 소리였다. 생각보다 큰 소리였다. 방 안에서 울리는 작은 북소리처럼 울렸다. 텅 빈 항아리 안쪽을 손가락으로 두드렸을 때처럼, 속이 비어 있기에 더 크게 울리는 소리였다.
사미르는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고개를 숙였다. 누가 듣는 것도 아닌데도 부끄럽고, 가슴이 너무 쓰리고 아팠다. 자기 몸이 가난을 소리로 내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동생의 울음이 다시 시작되었다.
사미르는 잠시 그 울음을 바라보았다. 아이의 얼굴은 울음 때문에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고, 눈물과 콧물이 뒤섞여 턱 아래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사미르는 잠깐 손을 들어 어린 여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손바닥 아래로 아이의 머리카락이 거칠게 느껴졌다. 며칠째 제대로 감지 못한 머리카락의 뻣뻣한 결이 손끝에 걸렸다.
아이는 잠깐 울음을 멈추고 사미르를 바라보았다. 그 눈에는 질문이 있었다. 왜 아무도 밥을 주지 않는지, 왜 아무도 아무 말도 하지 않는지, 왜 이 집이 갑자기 이렇게 커지고 차가워졌는지. 그러나 사미르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가슴 어딘가가 무겁게 내려앉았다. 보호해야 할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더 숨을 막히게 했다. 자신의 배고픔만으로도 이미 버겁다는 사실이, 나아가 누군가를 안심시켜야 한다는 지금 이 순간이 더 잔인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그는 고개를 돌렸다.
엄마는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는 늘 빈 벽만 바라보고 앉아 있었다. 눈은 떠 있었지만 시선은 어딘가 멀리 떠 있었다. 사람의 눈이 아니라, 기억 속 장면을 바라보는 눈이었다. 지금 이 방에 있는 벽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지나간 어느 한순간 앞에 아직도 멈춰 서 있는 눈이었다. 사미르는 그 눈을 오래 바라보지 않았다.
엄마의 눈을 오래 바라보고 있으면 가슴이 답답해졌다. 마치 집 안의 공기가 갑자기 무거워지는 것 같았다. 누군가 숨 쉬는 법을 잊어버리면, 그 방 전체가 숨 쉬기 어려워지는 것처럼.
그래서 그는 밖으로 나갔다.
문을 열자 공기가 얼굴을 스쳤다. 바람에는 모래 냄새가 섞여 있었다. 햇빛에 달궈진 돌벽의 냄새와 오래된 쓰레기의 냄새도 함께 섞여 있었다. 볕에 오래 말라붙은 천 조각의 냄새와 어딘가 썩다 멈춘 물의 냄새도 얇게 깔려 있었다.
골목은 평소보다 비어 있었다. 사람들이 없는 골목은 이상하게 넓어 보였다. 벽은 여전히 가까이 서 있었지만, 사람의 기척이 빠져나간 자리만큼 공간은 도리어 더 크게 느껴졌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신발 밑에서 작은 돌이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그 소리는 생각보다 또렷했고, 고요한 골목에서는 그 조그만 파열조차 크게 들렸다.
사미르는 천천히 걷고 또 걸었다.
배 속의 쓰리고 불편한 돌이 다시 움직였다. 단단한 통증이 배의 깊은 곳에서 조금씩 위로 올라왔다. 그는 본능적으로 허리를 살짝 굽혔다. 그렇게 하면 통증이 조금 줄어드는 것 같았다.
아니, 통증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몸이 그 무게를 조금 더 견딜 수 있는 모양으로 바뀌는 것에 가까웠다. 배를 안으로 움켜쥔 채 걷는 걸음은 아직 소년의 걸음인데도, 멀리서 보면 이미 늙은 사람의 걸음 같았을 것이다.
그때였다.
배 속에서 무언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단순한 열기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곧 그것은 분명한 방향을 가진 감각으로 변했다. 단전 깊은 곳에서 뜨거운 숨 같은 것이 천천히 위로 올라오고 있었다. 마치 몸 안 어딘가에서 작은 불씨가 아주 조용히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다. 눈에 보이지도, 소리를 내지도 않지만, 분명히 산 채로 숨을 쉬고 있는 어떤 불씨였다.
그 불씨는 배를 지나 사미르의 가슴으로 올라왔다. 심장이 조금 더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쿵.
쿵.
쿵.
그 진동이 귀 안쪽까지 울려 퍼져 나갔다.
심장이 뛰는 소리인지, 배 속의 무언가가 안쪽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불타오르는 뜨거운 열기는 멈추지 않았다. 목 안쪽까지 올라왔다. 사미르는 침을 삼켰다. 그러나 침이 잘 넘어가지 않았다. 목 안에 보이지 않는 덩어리가 걸려 있는 것 같았다. 울음을 삼킬 때 생기는 막힘과는 달랐다. 슬픔이 목을 붙잡을 때의 답답함과도 달랐다. 그것은 더 무겁고 더 뜨거운 감각이었다. 말이 되기 전의 감정, 아직 이름을 갖지 못했지만 이미 몸을 지배하기 시작한 어떤 기운이었다.
사미르는 걸음을 멈췄다.
그 순간 아버지의 얼굴이 떠올랐다. 모래 위에 쓰러져 있던 모습이었다. 얼굴에는 먼지가 묻어 있었고, 눈은 반쯤 감겨 있었다. 햇빛에 닿은 먼지가 살 위에서 희게 들러붙어 있었고, 입가에는 아직 다 말라붙지 않은 무언가가 얇게 남아 있었다. 사미르는 그 장면을 떠올릴 때마다, 그날의 공기와 그날의 빛과 그날의 침묵까지 함께 되살아나는 것을 느꼈다. 죽음은 얼굴 하나로 끝나지 않았다. 그 얼굴을 둘러싸고 있던 세상의 결까지 함께 들어와 몸 안에 남았다.
그 장면이 떠오르는 순간,
목 안쪽의 뜨거운 불덩어리가 조금 더 위로 올라왔다. 거의 입까지 올라왔다.
사미르는 이를 꽉 물었다.
턱 근육이 단단하게 굳어졌다. 입 안에서는 쓰고 텁텁한 금속 맛이 났다. 너무 세게 이를 물어서 잇몸이 살짝 터진 것이다. 혀끝에서 피의 맛이 느껴졌다. 아주 조금이었지만 분명한 맛이었다. 따뜻하고 비릿한 맛. 자신의 몸 안쪽에서 흘러나온 것이기에 더 선명하게 느껴지는 맛이었다.
그 맛을 느끼는 순간, 사미르는 깨달았다.
그 감각의 이름을.
그것은 배고픔이 아니었다.
슬픔도 아니었다.
그것은 증오였다.
아직 작았다.
아직 제대로 자라지 않은, 정의되지도 않고 형태도 갖추지 못한 작은 씨앗 같은 감정이었다. 그러나 그 씨앗은 이미 몸 안 깊은 곳에 얇지만 분명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사미르는 그 씨앗이 어디에서 자라기 시작했는지 알고 있었다.
배 속이었다.
사람이 가장 배고플 때,
가장 외로울 때,
세상이 자신을 전혀 지켜주지 않는다고 느낄 때.
누군가를 잃은 슬픔마저 제대로 울어 낼 틈이 없을 때.
어린 몸이 아직 누군가의 품을 원하고 있는데도, 오히려 스스로 누군가의 보호벽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배울 때. 그때 그 씨앗은 자란다. 따뜻한 말이나 빵 냄새나 잠깐의 위로가 아니라, 비어 있는 배와 젖은 흙냄새와 울다 지친 동생의 숨소리를 먹고 자란다.
사미르는 지끈 감았던 눈을 천천히 떴다.
햇빛이 골목의 먼지를 비추고 있었다. 빛을 받은 먼지들은 공중에서 잠깐 떠 있다가 천천히 내려앉았다. 어떤 먼지는 벽에 닿아 붙었고, 어떤 먼지는 바닥의 갈라진 틈으로 스며들었다.
햇빛은 여전히 따뜻했지만, 사미르의 눈에는 그 빛조차 바삭하게 부서지는 것처럼 보였다. 세상은 여전히 같은 골목이었지만, 골목을 바라보는 몸이 이미 조금 달라져 있었다.
그 장면을 바라보는 동안,
사미르는 배 속의 뜨거운 돌이 조금 더 단단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이제 쉽게 내려가지 않을 것 같았다. 몸 안에 오래 남아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 돌이 폭발하는 불이 될지도 모른다고, 사미르는 처음으로 생각했다.
그 순간 이상하게도 다른 장면 하나가 떠올랐다.
아버지의 등이었다.
햇빛을 등지고 골목 끝으로 걸어가던 뒷모습이었다. 넓은 어깨가 천천히 흔들리며 멀어지고 있었다. 셔츠 등판의 천이 걸음에 따라 아주 미세하게 움직였고, 한쪽 어깨는 늘 조금 더 낮게 기울어져 있었다.
사미르는 그 등을 몇 번이나 큰소리로 불러 보고 싶었지만, 그날은 끝내 한 번도 부르지 못했다. 부르면 돌아볼 것 같았고, 돌아보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았고, 그래서 도리어 끝까지 부를 수 없었던 날이었다. 그 등이 골목 끝으로 사라질 때까지, 그는 가만히 서서 보기만 했었다.
그 장면이 떠오르자 가슴 어딘가가 갑자기 조여 왔다. 눈이 뜨거워졌다.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아직 어린 몸이었기 때문이다. 아직 아버지의 등을 향해 달려가고 싶은 나이였기 때문이다. 아직 누군가의 손을 붙잡고 울어도 되는 나이였기 때문이다. 배 속에 돌이 자라기 전에, 누군가의 품에서 먼저 울었어야 할 나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이었다.
배 속 깊은 곳에서 그 뜨거운 숨이 다시 움직였다.
단전 깊은 곳에서 올라온 열기가 가슴을 통과했다. 심장이 그 열기에 닿는 순간 한 번 크게 뛰었다.
쿵.
그 진동이 귀 안쪽까지 울렸다.
열기는 멈추지 않았다. 목을 지나 올라왔다. 입 안까지 올라왔다. 사미르는 이를 꽉 물었다. 어금니가 서로 부딪히며 단단하게 잠겼다. 턱 근육이 굳어졌다. 눈물이 눈가에 고여 있었다. 그러나 끝내 떨어지지 않았다. 빛을 받은 그 얇은 물기는 잠깐 눈가에서 떨리기만 했다. 그 대신 다른 것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눈빛이었다.
방금 전까지 울먹이던 어린 눈이었다.
아직 아버지를 찾고,
아직 밥 한 끼를 기다리고,
아직 누군가가 와서 이 상황을 끝내 주기를 바라는 아이의 눈이었다.
그러나 바로 그 눈 안에서 무언가가 아주 조용히, 그러나 돌이킬 수 없게 바뀌고 있었다.
슬픔이 아니었다.
배고픔도 아니었다.
그것은 쉽게 부서지지 않으려는 마음에 더 가까웠다. 아무도 대신 서 주지 않는 자리에서, 너무 이른 나이에 혼자 서야 한다는 사실이 몸 안에서 굳어 갈 때 생기는 단단함에 더 가까웠다.
아직 언어가 되지 못한 채,
먼저 뼈와 턱과 눈 속에 자리 잡는 결심 같은 것이었다.
사미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순간,
골목의 먼지를 바라보던 한 소년의 눈빛은 아주 조용히 달라지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는 배고픔에 떨고 아버지를 그리워하던 아이의 눈이었지만,
이제 그 눈 안에는 다른 시간의 그림자가 들어와 있었다.
누군가를 지켜야 한다는 부담과,
아무도 지켜주지 않는 세계에 대한 어두운 깨달음과,
그 모든 것을 어린 몸으로 견디며 굳어지는 침묵이 그 눈빛 안에서 한 겹씩 겹쳐지고 있었다.
햇빛은 여전히 골목의 먼지를 비추고 있었다.
먼지는 천천히 내려앉았다. 작은 돌들은 발밑에서 말없이 굴러다녔다.
그리고 사미르는 그 한가운데에 서서, 제 몸 안에 들어온 그 단단한 것을 처음으로 끝까지 느끼고 있었다.
그것은 아직 손에 쥔 돌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미,
그 돌은......
사미르의 몸속에 하나 들어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