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하디 흔하다는 것은

흔둥이들의 반란

by 착한마녀

‘유퀴즈’라는 티브이 프로그램을 보았다.

가끔 연예인들도 나오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성실하게 일을 하고 있는 일반 시민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재미있게 즐겨보곤 했던 프로그램 중의 하나였다. 이 날은 리코더 그랜드 마스터가 출연했다.



‘흥, 리코더?’ 초등학교 음악시간에 불던 그 흔하디 흔한 악기?’



처음엔 살짝 비웃음 반, 호기심 반으로 보게 되었는데 그 잠깐 사이에 나는 리코더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리코더의 연주는 내가 알고 있던 가볍고 ‘삑’ 소리를 내던 유치한 소리가 아니었다. 그 어떠한 소리보다도 맑고 아름답고 고귀하게 들렸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는 온몸으로 리코더를 연주했다. 리코더로 연주하는 ‘왕벌의 여행’은 마치 벌 수천 마리의 생생한 떼창으로 들릴만큼 환상적이고 훌륭했다.

평소에 흔하다고 리코더를 악기 취급도 안 했던 나의 고정관념을 확 깨뜨려버렸다.



식물들 사이에서도 흔한 것으로 취급받는 식물들이 있다. 식물을 키우는 사람들에게 ‘흔둥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근데 나는 이 흔둥이라는 말을 식물들에게 붙이는 게 썩 내키지 않았다. 식물들 입장에서 생각해봤을 때 무시를 받는 것 같고, 가치가 매우 낮다고 평가받는 기분일 것 같아서였다. 사람에게 말한다면 개성도 없고, 평범하고, 존재감 없는 그런 느낌으로 들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흔하고 평범한 존재들로 구성되어 있다.

힘없고 흔하고 평범한 하나하나가 모여서 이 사회를 이루었고, 우리 사회를 발전시키고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역사를 이끌어온 것도 이름없이 사라져간 평범하기 그지없는 민초들의 힘이라고 하지 않던가?

흔하다는 것의 의미를 너무 부정적인 의미로만 생각해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베란다를 차지하고 있는 대부분의 식물들은 흔둥이들이다. 어딜가나 쉽게 볼 수 있고, 어디서든 잘 자라고, 가격도 저렴하고, 번식도 쉽다. 그게 흔둥이들의 특징이다.

‘푸미라, 트리안, 스파트 필름, 스킨답서스, 아이비......등의 대표적인 흔둥이들은 내 베란다 정원에서 그 어떤 식물들보다 존재감을 뽐내며 싱그럽게 자라나고 있다.



흔하다는 것은 더 이상 내 사전 속에서 평범하고 쉽게 접할 수 있는 존재감이 없는 것이 아니다.

흔하다는 것은 그만큼 사랑을 많이 받는 존재들이고, 우리의 생활 속에서 깊이 침투해 있으며, 그만큼 우리에게 꼭 필요하고 소중한 존재들이다.



나에게 진한 감동을 안겨주었던 리코더 연주도,

내 베란다를 환하게 꾸며주는 흔둥이 식물들도 흔하기 때문에 더욱 사랑스럽고 빛이 나는 것이다.



나도 흔하디 흔한 사람 중의 한 명으로서 당당히 살아가야겠다.

우리는 흔하디 흔하지만. 세상 무엇보다 값지고 소중한 존재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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