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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착한마녀 Dec 29. 2021

드로잉-시험기간 거실 탁자 풍경

별의별 테스트가 많다.

심리 테스트를 비롯하여 혈액형으로 보는 성격 테스트, 연애성향 테스트, 별자리 테스트 등등.

난 그런 테스트를 별로 좋아하진 않는다. 그냥 보편적인 인간의 성격을 두루뭉술하게 묶어서 어디든 다 내 얘기처럼 써 놓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어느 날 딸 방을 정리하다가 'MBTI 성격유형에 맞는 직업'이라는 제목이 적인 프린트물을 발견했다. 학교 수업 시간 중에 한 것 같았다. 갑자기 궁금해졌다. '내 MBTI는 뭘까?' 요즘 흔히들 이름을 묻듯이 MBTI를 묻기도 하니까 나의 MBTI정도는 알고는 있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보나마나 뻔한 얘기들이겠지'하면서도 어느새 손은 스마트폰에 검색을 해서 테스트를 시작하고 있었다. 답하기 애매한 항목들도 많아서 끝까지 하는 동안도 그만둘까 몇 번 고민하다 겨우 끝냈다.



"은성아, 엄마 오늘 MBTI 테스트했어"

"엄마는 딱 봐도 ISFJ야"



난 외우지도 못해서 스크린샷을 찍어놓은 것을 찾아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우와, 대박!"

알파벳 4개를 정확하게 맞혔다.


"너 어떻게 알았어?"

"난 MBTI 전문가야. 연구 많이 했어. 친구들 것도 거의 다 맞혀.

그리고 엄마는 성향이 너무도 정확하게 보여"

"그래?"

"너 MBTI는 뭐야?"

"난 ENTP야"


첫 알파벳은 외향성(E) 인지 내향성(I), 두 번째 알파벳은 감각형(S)인지 직관형(N)인지, 세 번째 알파벳은 사고형(T) 인지 감정형(F), 네 번째 알파벳은 판단형(J)인지 인식형(P)인지를 뜻한다.



딸과 나는 정확하게 정반대의 MBTI를 갖고 있었다. 왜 딸의 모습을 보고 도저히 이해가 안 될 때가 많았는지 의문이 풀렸다.

'우리는 너무도 달랐구나!'

어렴풋하게 이해하려 했는데 MBTI가 확실하게 선을 그으며 말해줬다.



공부하는 풍경만 봐도 알 수 있다.

딸은 공부할 것을 쌓아놓고 공부를 시작한다.  

난 일단 주변을 정리부터 하고 깨끗한 책상에 공부할 것을 하나씩 꺼내서 공부를 한다.  도무지 저런 환경에서는 머릿속도 엉켜 있어서 공부가 되지 않는다.



내 뱃속으로 낳아서 14년을 키웠는데도 이해가 안 되는 것투성이다.

'참으로 어렵구나. 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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