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에 '여덟 단어(박웅현 지음)'를 읽다가 소개된 시를 만났다. 그 순간만큼은 엄마 꽃게의 감정에 그대로 이입되어 눈물이 터졌다. 알들의 죽을 운명을 훤히 알면서도 놀라지 않도록 지그시 다독이는 말 "불 끄고 잘 시간이야" 그 말을 해야만 하는 엄마 꽃게의 마음은 얼마나 아팠을까? 그 뒤로 간장게장을 접할 일은 없었지만 적어도 예전만큼 아무런 생각 없이 간장게장을 대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생각할수록 작가의 시선이 놀라웠다. 존경스럽고 경이로웠다. 누가 간장게장을 보면서 저런 시선으로 바라본단 말인가? '맛있겠다.' '짜지 않을까?' '밥 땡긴다' 이런 생각 말고 말이다. 인간이라면 당연히 나와 같은 생각을 할 것이라는 크나큰 착각은 책을 읽을 때마다, 공부할 때마다 하나 둘 깨진다. 똑같은 사물을 보더라도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고, 느끼지 못하는 것을 느낀다는 것은 삶을 2배, 3배, 아니 10배 이상은 풍요로울 것 같다. 나에게도 그런 눈이 생겼으면 하고 바라게 된다. 주위를 자꾸 돌아보면서 예전에는 하지 않았던 새로운 생각을 하려고 애쓰게 된다. 하지만 잘 안된다.
어느 날 청소기를 돌리다가 걸리적거리는 전선들을 집어 들면서 갑자기 하나의 생각이 떠올랐다.
'오늘따라 왜 이리 이뻐 보이지?'
이리저리 얽혀있는 전선들이 평소와는 달리 춤을 추는 것처럼 보였고, 나에게 귀여움을 떨며 애교를 부리는 몸짓으로 보였다. 그 순간을 놓칠세라 펜으로 그리고 마커로 칠하고 나니 더 예뻤다. 그리고 웃음이 나왔다. 나의 색다른 시선에. 어이없는 생각에. 하지만 이러한 생각의 발상이 나에게는 기발하기만 했고 앞으로 이런 쓸데없는(?) 생각과 시선을 더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