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작년 여름쯤 미칸이라는 식물을 알게 되었다. 처음 본 순간 바로 상사병에 빠졌다. 인터넷 사이트 여기저기를 찾아봤더니 흔하지도 않았고, 파는 곳이 있더라도 한, 두 장의 잎이 몇만 원을 해서 쉽게 사지는 못했다.
동네 거래 사이트인 '당근**'을 통해 드디어 내 손에 들어온 미칸!
예쁘긴 한데 너무 작아서 '언제 자라서 길게 늘어뜨리나!' 했는데 이번 겨울을 보내는 동안 미칸은 폭풍성장을 했다.
어느 날 보니 내가 기대했던 길게 늘어뜨린 모습으로 잘 자라 있었다. 그냥 일자로 뚝 떨어진 것도 아니고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자연스럽게 아래쪽으로 향하는 가지와 잎들이 볼수록 이쁘다.
미칸은 특히 잎의 감촉이 독특하고 매력적이다. 벨벳의 느낌이라 너무 부드럽다. 자꾸 만지고 싶어진다. 잎의 색깔도 모두가 동일한 초록이 아니라 연한 초록, 진한 청록색, 갈색빛이 도는 잎들이 오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일 년도 안되어서 이렇게 폭풍 성장을 하다니 내년 겨울은 또 어떤 멋진 모습을 보일지!
식물을 키우다 보면 나 혼자 미래에 가 있는 일이 많다. 며칠 후, 몇 달 후 심하면 몇 년 후까지 상상하면서 설레고 기뻐한다. 물론 다 내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순간만큼은 너무도 설레고 기뻐서 행복해진다. 그 순간순간의 행복이 살아가는데 큰 힘과 에너지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