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5월의 어느 날. 11학년 홈룸 학생들에게.
어둠 속에서 사랑의 불가로
나를 가만히 불러내신 당신은
어둠을 건너온 자만이 만들 수 있는
밝고 환한 빛으로 내 앞에 서서
들꽃처럼 깨끗하게 웃었지요.
아,
생각만 해도
참 좋은 당신.
참 좋은 당신 - 김용택
어제는 선생님의 부모님이 신혼집에 오셔서 입주 예배를 드려주셨습니다. 목사님이신 아버지가 설교를 하시면서 선생님의 어린 시절에 있었던 어려움들을 이야기하며 "역전의 하나님"에 대해 말씀하셨습니다. 그 말씀 속에서 나는 내가 이미 알고 있었던 이야기들을 다시금 떠올리며, 그 당시의 감사함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무뎌져 갔음을 깨달았습니다. 돌아보면, 내 삶에 주어진 은혜가 얼마나 풍성했는지, 감사했던 순간들을 잊고 살아왔던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이 예배를 계기로, 선생님의 지난 시간을 잠시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고, 그 순간 여러분의 모습이 자꾸 떠올랐습니다.
오늘 홈룸 시간에 선생님이 여러분에게 간증을 한 이유는, 지금 중요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여러분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교사라는 꿈을 품고 시작한 그 순간부터, 제게는 험난한 여정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교사로서 맞이하는 시기들이 더 어려운 것 같지만, 웃을 일이 없었던 그때보다는 지금 이 순간이 더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여러분이 제게 주는 행복이 조금이나마 여러분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생각만 해도 참 좋은 여러분.
여러분이 선생님의 제자라서 참 행복합니다. 어둠 속에서 사랑의 불가로 저를 불러내고, 들꽃처럼 깨끗하게 웃어주는 여러분이 제 제자여서 참으로 행복합니다. 경력이 많지 않고 특별한 스펙이나 경험이 부족한 저지만, 이렇게 글을 통해 마음을 표현하고 여러분을 응원하고 싶어 편지를 적어봅니다.
어둠 속에서 혼자 서 있는 것 같은 고등학교 시절을 선생님도 겪어 보았기에, 감정의 격변기 속에서 발버둥 치는 여러분에게 이 편지가 부담이 아닌 작지만 따뜻한 위로가 되었으면 합니다.
동주쌤
추신. 스승의 날 편지에서 "앞으로 열심히 할게요, 잘할게요"라는 문구들을 보며 마음 한편이 시렸습니다. 여러분들은 이미 충분히 최선을 다해 잘하고 있어요. 진심으로 고마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