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사고의 흐름으로 감각 나열
프랑스인 교수가 써낸 예술치료 책을 읽다 알게 된 세 단어, Bon, Bien, Beau.
세 낯선 불어는 새로운 시각으로 사고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다. 단어의 매력이 사고의 다양성임을 다시금 깨달았다.
1. 'Bon'
: good, 수용과 반응의 단계이다.
어떤 경험을 '좋다, 가치 있다'라고 받아들이고, 표현하려는 의지를 드러내는 과정이다.
2. 'Bien'
: well, 원하는 것, 할 수 있는 것
단순히 의지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로 행동으로 옮겨가는 단계이다.
3. 'Beau'
: beautiful, 마음과 의미 그리고 상징이 담긴 실현된 상태
정리해 보자면,
Bon “좋다고 느끼며 표현하려는 의지”
Bien “실제로 잘 표현하는 행위/기술”
Beau “그 결과로 나타나는 아름다운 산물의 미적 가치”
'좋아하는 감각'이라는 주제로 잠깐 글 쓰는 시간을 가졌다.
생생히 기억나는 감각과 순간들이 질서 없이 떠올라, 그 생각들을 잡아줄 틀을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한 순간에, 'Bon, Bien, Beau'가 생각났다.
사실 어떻게, 어떤 소재로 쓸지 감이 도저히 오지 않았지만, 일단 써 내려갔다.
수용하고, 완성하고, 가치를 만들어내는 흐름에 맞춰 좋아하는 감각에 관한 글을 써 내려갔다.
Bon.
'수용하는 것에 대한 즐거움'
어디에 시선을 두어도 샛노란을 느낄 수 있다. 지나가는 자동차 바퀴를 따라가는 은행잎들.
속도가 빠를수록 더욱이 높게 난다. 바람, 한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은행나무 가지에서 후드득 떨어진다.
떨어진 것들은 옐로 카펫을 만들어 또 다른 자동차를 쫓아다닌다.
유리 창문 너머로 보기만 해도 냄새가 느껴지는 듯하다.
가을과 겨울 사이 계절이 바뀌는 그 시점을 알아차릴 수 있는 냄새가 있다.
뜨는 새벽, 무거운 유리문을 밀고 나가자마자 코가 시려온다.
코를 한 번 스치고 맡는 차가운 공기는 깔끔하다.
습기 없는 추운 공기는 코를 또 스치게 만들지만, 그 깔끔함이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
마음을 비운다. 이제 그 공간은 새로운 하루로 채울 준비를 마쳤다.
의식적으로 숨을 들이마신다.
.
입을 꾹 다물자, 입꼬리가 올라간다.
발걸음을 옮긴다.
Bien.
'생산하는 것에 대한 즐거움'
'사각사각'.
고요한 적막 속에 가위질의 소리만이 들려온다. 새벽 12시, 두 사람이 책상 위에서 가위질을 한다.
무엇을 오릴까. 우리가 보는 차원의 시각을 2차원의 세상, 도형으로 바꾸는 과정이다.
단순하게 생각해야 한다. 단순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그 공간에 원근은 존재하지 않는다.
원근이 존재하지 않는 공간에, 원근이 존재하는 세상에서 우리의 시각으로 표현하고자 하면, 그만큼 대상에 대한 관심이 있어야 한다.
사실 대상의 속성을 잊고 있는 그대로 관찰하면 된다. 딱 한 가지 특징만 잡아내면 된다.
아, 단순하고 투박한 도형은 왜 이렇게 귀여울까. 대상이 가진 기존의 속성은 타의로 무너졌다. 그 도형에는 순수한 인상만 남아있다. 그 의미 없는 것이 주는 순수한 에너지가 귀엽다는 감정을 느끼게 하는 듯하다.
귀요미를 내 가방에 장착한다.
'사각사각'
스피커를 통해 느껴지는 연한 진동의 공간에서 만년필의 필기 소리만이 들려온다. 연한 보랏빛의 잉크가 노트 위를 적신다. 독서하며 마음을 울렸던 그 순간을 다시 느끼는 순간이다. 글자를 마음에 새긴다.
아 사실 처음에는, 단어가 가진 의미를 배제하고 자음과 모음이라는 그림을 그린다 생각하며 적는다.
흰 배경의 노트가 연보랏빛으로 채워지고 있다. 내 의지대로 채우고 있다.
이응의 크기는 내 마음이다. 삐침의 유무는 내 마음이다. 글자의 기울기는 내 마음이다.
모음과 자음을 조합해 완성한 한 단어로는 파악하기 어렵다. 문장이 되고, 문단으로 완성된 구절을 바라봤을 때, 내 마음을 알게 된다. 그 문구를 다시 마음에 새긴다.
Beau.
‘사고하는 것 대한 즐거움’
중간중간 느껴지는 이 감각은 ‘외로움’일까 ‘고독’일까 ‘불안‘일까.
외로움과 고독의 차이는, 타자와의 관계성이다.
외로움은 둘 이상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감정이다.
이미 연결된 관계에서 ‘물리적’ ‘정신적’으로 결핍이 발생하면 외로움이 느껴진다.
그래서 연애할 때 더 자주 느낀 감정이다.
지금보다 어렸을 때는 이 외로움을 느끼게 하는 이유를 상대에게서 찾았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우리는 물리적으로 멀었거나, 신뢰가 쌓이지 않은 상태. 즉, 정신적으로 충분히 연결되어 있지 않았다. 시간과 여유가 더 필요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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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외로운 존재이다. '
여기서 말하는 외로움을, 나는 고독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고독은 나를 성장시킨다. 나 자신과 가장 친한 친구로서 신뢰를 쌓아가고 알아가도록 만드는 감정이다.
고독은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고 함께할 것이다. 그러니 나는 고독을 삼키고 즐길 수 있도록 연습을 한다.
아주 그냥 진득하게 더 친해져 보자.
불안은 크게 두 가지 상황에서 느낄 수 있다. ‘무지함’, ‘예측 불가능함’
이 두 가지에서 느껴지는 불안함은 결국 모두 결과에 대한 것이다. 현재와 순간에서는 불안함을 느낄 수 없다.
강렬한 느낌일 뿐이다. 불안은 내가 의미 부여하는 순간 생긴다.
불안이 오면 환영해 주자.
내가 무엇에 의미를 부여하는지 인지해 보자.
실패에 대한 불안함? 그로 이한 타인의 시선?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 놓이는 것? 대처하지 못하는 것?
이 모든 것이 나에게 주는 타격이 무엇일까.
자신을 믿고 현재에 존재하자. 내부의 것을 제외한 모든 것은 내가 조절할 수 없는 공간이다.
느낌이 가는 대로 행동하자.
무지함에 대한 불안이 싫다면 공부하고 연습하자. 예측 불가능함에 대한 불안은 마음을 비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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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을 느끼고, 언어로 풀어내고, 나만의 답을 만들고, 사고하는 그 과정을 기록하고.
고통을 느끼고 쾌락을 느끼고. 사건 이외의 사건은 스스로가 만들어 낸다.
내가 생각하는 대로 내 세상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즐거움을 잊지 않고 살아가고 싶다.
글을 마치고 나니, 오늘의 주제였던 '좋아하는 감각'에서는 조금 멀어진 듯하다.
'감각하는 것에 대한 즐거움'이 더 맞는 주제일 듯하다.
어찌 되었든, 글을 써 내려가면서 몰입하는 즐거움을 얻었으니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