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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환절기 Nov 07. 2021

왜 남의 사랑에 대해 함부로 말하세요?

영화 <클래식>을 보고 꼭 좋아할 필요는 없는거잖아요! 안그래요?


 가끔 사람들이 모두 극찬하지만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작품이 있다. 예를 들면 한 순박한 시골 남자가 좋아하게 된 여자가 하필이면 친구의 정혼자이고 결국엔 각각 다른 사람과 결혼하고 만나게 된다는 이야기. 그리고 그 이야기를 딸이 편지로 읽게 되는데 알고 보니 자신과 사랑에 빠진 사람이 그 아들이라는 이야기 같은 거 말이다.


 이 영화는 이야기 자체가 너무 단순할 뿐만 아니라 만듦새도 너무 조악하다. 베트남전의 총격전은 돈이 없어서 저렇게 찍었나 싶기도 하고 (특히나 위생병을 외치는 조승우의 연기는 정말 당황스러운데 그때 옆에서 나오는 대사 ‘그만해 새끼야 죽었잖아!’은 그 당황스러움에 진부함까지 끼얹는다.) 반딧불이가 나오는 장면에서는 금방이라도 화면 위로 폭죽이 세갈래로 터지면서 "CJ ENTERTAINMENT”  로고가 나올 것 같았다. 도무지 나는 이런 영화에 감흥이 생기지 않는다. 그저 이 시절의 손예진은 정말 예쁘구나 정도가 감흥이랄까?


반딧불이 사이로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은 로고


어떤 자리에서 내가 이런 이유로 영화 <클래식>이 정말 별로다라고 말을 하자 자리에 있던 한 분이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그건 환절기님이 진정한 사랑을 해보지 않아서 그래요.”


 어안이 벙벙했다. 스토리텔링의 무성의함을 말했을 뿐인데 나는 어느덧 진정한 사랑 한번 안 해 본 사람이 됐다. 대체 당신은 누구시길래 내 사랑의 이력들의 진정성을 함부로 말하는 것인가. 너무 충격을 받았는지 그 말을 한 사람이 누구였는지 머리에서 지워져 버렸다.


 그나저나 진정한 사랑과 가짜 사랑을 어떻게 나눌 수 있지? 서로를 바라볼 때 심장박동이 평소의 1.25배 이상 뛰지 않으면 진정하지 않은 건가. 만나면 편안한 사람과 사랑할 수 있는 거잖아. ‘난 너만 보면 진정이 돼. 내 마음을 진정시키는 사람은 너 하나야’라고 하는 거 엄청 감동적인 고백 같은데 말이다. 아니면 헤어지고 나서 가슴이 아프지 않으면 진정한 사랑이 아닌 건가? 누군가는 엄청나게 사랑한 사람은 되려 헤어지고 나서 가슴이 후련해진다고 하던데, 그건 사랑이 아닌 건가!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없는 남자 래원



나이를 먹어갈수록 드는 생각은 아무도 타인의 사랑을 함부로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모두가 다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살고 그에 따라 사랑에 빠지는 방법은 다르고 사랑을 행하는 방법도 다 다른 법이니까. 예전엔 ‘쟨 조건보고 만나는거지 사랑하지 않아.’라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난 조건도 누군가의 마음을 흔들리게 하는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반대로 ‘착한 성격’도 조건 아닌가. ‘멋진 외모’, ‘겸손함’과 같이 내 가슴이 ‘재력’에 떨린다면 그것으로 시작하는 것도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시작이 어떻든 간에 사랑하는 동안에 서로에게 충실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클래식 영화를 보면 더 화가 나는 거다. 조승우는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손예진을 떠났다. (영화에서는 눈이 멀었기 때문인 것처럼 묘사가 된다) 여기서 멈췄으면 좋았으련만 죽을 때까지 손예진을 잊지 못했으면서 다른 여성과 결혼해서 아들을 낳았다. 그 여성은 뭐가 되는 거지? 그저 세상에 태어났으니 짝을 만나 결혼하고 애는 낳아야지 하고 만난 대상인 건가. 나는 조승우의 장례식 장면을 보고도 조승우의 손예진과 와이프를 향한 무책임함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내가 한 말이 있으니 그의 삶에 이야기하지는 않겠다. 와이프랑 사연이 있었겠지. 그 와이프랑 사랑했을 때만큼은 절절했고 떡두꺼비 같은 아들도 낳았고 잘 사는데 와이프가 죽었거나 바람을 피워서 헤어졌거나 해서 외롭다가 첫사랑인 손예진이 떠올랐을 수도 있으니까. 그래 마음으로만 생각하고 입으로는 꺼내지 말자.(하지만 손으로는 마음껏 치겠다.)


"너가 눈 먼 사람 안좋아할까봐 널 사랑하지만 다른 사람과 결혼했어. 그 사람보다 널 사랑해 사실."


 어떻게 보면 내가 클래식에 대해 함부로 이야기한 것이 내 사랑을 함부로 이야기한 그 분이 영화 클래식에 가진 사랑을 흠집 낸 것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니 내가 그분이 누군지 잊었듯이 그분도 내가 그랬다는 사실을 잊으시길, 영화 클래식에 대한 진정한 사랑을 멈추지 않으시기를 간절히 기대해본다.


아….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 영화가 칭송받을 정도는 아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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