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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선생의 일필휘지 Feb 05. 2024

노장은 죽지 않는다!

다만 관리받을 뿐!

리빌딩(Rebuilding).


이것은 프로 스포츠 팀이 운영 시스템, 선수 구성, 문화 등에 변화를 주면서 새로운 도약을 추진할 때 많이 쓰는 단어입니다. 팀이 리빌딩을 선언한다는 것은 다양한 노력과 변화를 통해 지금보다 좋은 모습으로 개선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 때문에 팀과 구성원들에게 긍정적인 분위기를 만들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도 합니다.


많은 이들이 리빌딩을 새로운 희망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전성기에서 멀어져 가고 있는 베테랑 선수들에게는 그것이 곧 자신의 자리를 내줘야 할 수도 있다는 위기로 해석되기 때문에 긍정적인 소식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리빌딩을 선언한 팀들은 일반적으로 리빌딩 선언 이후에 팀에서 상대적으로 가치가 부족한 선수들을 정리하는 수순을 밟습니다. 이 과정에서 나이가 많은 베테랑 선수들은 우선적으로 정리되는 경향이 있는데, 그들 중에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리를 비우게 되는 선수들도 있고, 팀 내에서 코치와 전력 분석원과 같이 다른 역할을 통해 현역에서 자리를 비우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정리 과정을 거친 후에도 팀의 선수 명단에 자리를 남기는 베테랑 선수들이 있습니다. 그중에는 아직까지도 절정에 가까운 기량을 유지하기 때문에 팀에서 주축 역할을 기대받는 선수들도 있지만, 많은 수의 선수들은 흔히 말하는 '더그아웃 리더'의 역할을 기대받으며, 제한적인 상황에서 경기에 투입되는 수준으로 자신의 자리를 지키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그아웃 리더'란 경기에 많이 출전하진 않지만, 팀의 게임과 운영에 함께 참여하면서 경기 중에는 선수들에게 응원과 격려를 북돋아주고, 때로는 코칭 스텝의 보좌 역할을 하면서 팀 운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역할을 말합니다.


더그아웃 리더는 팀에게는 필요한 존재일 수 있으나, 선수 개인의 입장에서 본다면 자신의 설 자리를 잃었다는 면에서 썩 내키지 않는 역할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더그아웃 리더의 역할을 기대받는 선수들 중에는 현역 연장의 의지를 불태우며 타 팀으로 이적하는 선수들도 있고, 자신에게 부여된 역할에 만족하지 못하여 소극적으로 참여하거나 때로는 '태업'과 같은 행위를 통해 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례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팀은 젊은 선수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하고, 격려와 응원을 통해 팀의 사기를 진작하고 분위기를 끌어올릴 수 있는 베테랑의 역할을 필요로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베테랑들이 더그아웃 리더의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첫 번째, 베테랑 선수들에게 명확한 역할이 부여되어야 합니다.

베테랑 선수는 팀 매니저나 지도자가 아닌 선수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베테랑 선수들도 더그아웃 리더의 역할보다는 선수로서 활약하길 기대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일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베테랑 선수에게 팀과 리더 차원에서 제한적일지라도 경기 상황에서의 명확한 역할이 부여되어야 합니다. 자신에게 명확한 역할 부여 없이 팀 운영에 조력자 역할이 되어주길 바라는 것은 선수 자신에게도 동기부여가 될 수 없을 것이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젊은 선수들에게도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베테랑 선수가 팀에서 원하는 더그아웃 리더의 모습을 해주길 기대한다면 그에게 선수로서의 명확한 역할 설정이 되었을 때, 베테랑 선수 본인은 물론 팀 구성원 모두에게도 긍정적인 분위기를 형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두 번째, 팀과 리더는 베테랑 선수에게 인정과 신뢰를 표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기회를 잃은 베테랑을 조금 가혹한 의미로 '경기에 뛰지도 못하지만 그렇다고 팀에서 방출되지도 않은 희망 고문을 받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팀에서 그들을 선수명단에 유지시키는 것은 분명 그들에게 기대하는 역할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베테랑 선수들도 자신의 역할 수행에 따른 보상을 기대할 것입니다. 그들은 전성기 때처럼 금전적인 보상을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그들이 그동안 팀에 헌신했던 노력과 활약이 의미 있었던 명예로 남길 바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팀과 리더는 베테랑 선수들에게 금전적인 보상이 아닐지라도, 그들이 의미 있게 현역 선수 생활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배려하면서 그들에게 인정과 신뢰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랬을 때 그들은 기꺼이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수하고자 노력할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프로 스포츠 팀을 대상으로 한 것이지만, 이것은 비단 프로 스포츠 팀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최근 기업 경영 환경에서도 세대와 세대를 거치면서 발생하는 '인사적체'의 현상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열심히 노력하면 자신의 경력에 맞는 기회가 주어졌지만, 이제는 자신의 의지와 노력과는 별개로 불가피하게 경력이 정체될 수밖에 없는 '인사적체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인사적체는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효율성이라는 명분으로 베테랑 직원들이 과거에 보여줬던 노력과 헌신이 타의적으로 정리되는 것은 당사자와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는 젊은 세대들에게도 결코 긍정적인 모습은 아닐 것입니다.


베테랑 프로 스포츠 선수도, 기업에 장기 근속하고 있는 베테랑 직원들도 모두 존중받아 마땅한 우리의 자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은 그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젊은 세대들에게 전수할 수 있고, 베테랑 직원들도 과거의 자신을 명예롭게 추억하며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노장은 죽지 않는다. 다만 명예롭게 관리받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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